-
배우 조진웅, 김희애, 이수경이 어우러진 완벽 오케스트라같은 한 판을 펼친다. 범죄 추적극 '데드맨'을 통해서다.
19일 영화 '데드맨' 제작보고회가 진행돼 하준원 감독을 비롯해 배우 조진웅, 김희애, 이수경이 참석했다. '데드맨'은 이름값으로 돈을 버는 일명 바지 사장 계의 에이스가 1천억 횡령 누명을 쓰고 ‘죽은 사람’으로 살아가게 된 후, 이름 하나로 얽힌 사람들과 빼앗긴 인생을 되찾기 위해 추적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
'이름'이라는 소재를 중심에 둔 작품이다. 하준원 감독은 "사람들은 모두 이름을 가지고 태어나고 그 이름에 책임을 지고 살아가지 않나. 살다 보면 자신의 이름에 책임을 지지 않고 사는 사람들을 목도하게 된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문제를 책임질 사람들이 책임지지 않고 대리인의 이름으로 그 자리를 대신하는 여러 사건을 보면서 감독이자 작가로 사회적인 문제의식도 느끼게 됐다. 이건 이야기로 다뤄봄 직하겠다 싶었다"라고 소재를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하준원 감독은 봉준호 감독과 영화 '괴물'을 공동 집필했다. 그 인연으로 '데드맨'의 시나리오를 가지고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하준원 감독은 당시를 떠올리며 "봉준호 감독님은 대본을 보시고 '이건 들어갈 영화다', '안 들어갈 영화다'라는 걸 직관적으로 말씀해 주시는 편이다. 대본에 비해 구체적인 방향이나 캐스팅 조언은 많이 해주시는 편이다. 이 작품은 들어갈 것 같다고 힘을 주셨던 기억이 있다"라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
조진웅은 바지 사장 계의 에이스에서 누명을 쓰고 ‘데드맨’이 된 남자 ‘이만재’ 역을 맡았다. 500만 원에 자신의 이름을 팔았더니, 하루아침에 1천억 원 대 횡령 사기범이 돼 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는 중심에 서게 되는 인물. 조진웅은 "급변하는 상황 속에 저를 100% 던져보자고 생각했다. 그 상황 속에 철저히 날 것의 연기가 나올 것 같았다"라며 "상황 안에서 급변하는 감정을 스스로 표출할 때 신명 나고 재미있었다"라고 밝혔다.
이에 김희애는 "조진웅은 좋은 작품에 많이 출연했지만, '데드맨'이 조진웅의 매력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라고 극찬했다. 이어 "조진웅이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간다. 나락에 빠져 관에까지 들어간다. 그 모습으로 쭉 끌고 가는 데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줄 걸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조진웅의 진폭이 큰 연기에 기대감을 더했다. -
김희애는 이름을 알리는 데 정평이 난 정치판 최고의 컨설턴트 ‘심여사’로 분했다. 하준원 감독이 봉준호 감독과 캐릭터를 상의할 때도 배우를 떠올리지 못한 심오한 캐릭터였다. 김희애는 "너무 매력적인 인물이라 여배우라면 탐낼만한 역할"이라고 심여사를 소개했다. 특정 장면에서는 컬러 렌즈까지 착용하며 변신하기도 한다. 김희애는 "배우는 최대한 그 전 인물과 다르게 보이는 게 가장 신나고 즐거운 작업이었다"라며 "아주 디테일한 것까지 알아봐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이수경이 ‘이만재’의 행방을 쫓는 '이만재는 살아있다' 채널의 운영자 ‘공희주’ 역을 맡았다. 그는 공희주에 대해 "제 아버지가 이만재 사건에 연루돼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돌아가셨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유튜버를 운영하는 친구"라고 설명했다. 집요하고, 뜨거운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그는 자신이 연기학원에 다니던 중학생 때 가장 존경하는 배우로 꼽았던 김희애와 '뿌리 깊은 나무' 때 팬이었던 조진웅과 함께 연기 호흡을 펼치게 된 것에 대해 남다른 감회를 전하기도 했다. -
세 캐릭터의 앙상블이 남다른 작품이다. 하준원 감독은 "겉으로 보면 누명을 벗기 위해 진범을 찾아가는 직선의 구조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 캐릭터가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톱니바퀴처럼 서로를 이용하기도 하고 돕기도 하고 배신하기도 하며 달려가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야기를 설계할 때 이걸 하나의 오케스트라라고 한다면 이만재는 극의 흐름을 이끌면서 감정의 진폭을 최대화하는 악기라고 생각했고, 심여사는 지휘자, 이수경은 청중의 입장으로 두고 구성한 기억이 있다"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한편, 하준원 감독이 5년 동안 취재하는 남다른 노력을 기울인 영화 '데드맨'은 오는 2월 7일 개봉해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 조명현 기자 midol1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