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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라는 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있을 당시 코로나가 터졌어요. 당시 극장에 가서 마스크를 쓰고 영화를 보며 '왜 이렇게 힘들게 영화관에 와야 할까'에 대해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영화관에 와서 꼭 봐야 하는 그런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주 심플하고 직관적이면서 몰입도 있고, 그런 극장에서 느낄 수 있는 요소를 최대한 담아 제일 영화 같으면서도 체험적인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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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가 다시 관객들을 극장으로 부를 수 있을까. 17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 그랜드 볼룸홀에서는 영화 '파묘' 제작보고회가 열려 연출을 맡은 장재현 감독과 배우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이 참석했다.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다.
영화 '검은 사제들', '사바하' 등을 연출한 장재현 감독이 다시 한번 오컬트 장르로 돌아왔다. 어릴 적 경험으로부터 이번 작품이 출발했다며 장재현 감독은 "시골에 살았는데 근처에 묘가 있었다. 당시 고속도로가 생긴다고 해서 묘를 이장하는 모습을 구경한 적이 있다. '그 안에서 뭐가 나올까' 했는데 아주 오래된 나무관을 꺼내 제사를 지내는 것을 봤는데, 그때의 흙냄새와 색깔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호기심과 약간의 무서움 등 여러 복합적인 감정이 있었다. 어릴 때의 기억을 영화에 담아보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
오컬트 장르, 한 마디로 판타지다. 그럼에도 장재현 감독은 '파묘'를 가장 현실에 맞닿은 작품으로 그려내려고 했다.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묻자 가장 중요했던 '묘'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장재현 감독은 "평범하지만, 이상하게 기분이 안 좋은 스산한 묘를 구현하고 싶었다. 원래는 산꼭대기에 묘를 만들어서 촬영하고 싶었지만, 실제로 하게 되면 겨울에는 촬영이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에 오픈 세트를 짓고, 나무도 심고, 풀도 계절에 맞게 세팅해 진짜 같은 장면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답했다.
CG 역시 최소화했다. 장재현 감독은 "CG는 돈이 많이 든다"라고 장난스럽게 답하면서도 "이번 작품을 찍을 때 오컬트라고 생각하기보다는, 현실 판타지라고 생각했다. CG에 의존하면 현실에 발 붙지 않고 뜨게 될 것 같았다. 그 미묘한 실제감이 영화의 생명이라고 생각했다. 또 배우들 역시 블루 스크린에서 연기를 하거나 가상의 무언가를 두고 연기하기보다는 실제로 보여주고 그걸 연기로 담아내는 것이 감독으로서 할 수 있는 예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파묘'에 접근했다"라고 설명했다.
장재현 감독은 또한 "'파묘' 때는 전작과는 정말 정반대의 스타일로 작업을 했던 것 같다"라며 "전작들에서는 어떻게든 예쁘고 좋은 그림을 담으려고 했다면, 이번에는 뭔가 안 보이는 것을 담으려고 했던 것 같다. 어떤 기운과 배우들의 기세가 담겨야 했고, 컷들이 합쳐졌을 때 만들어내는 에너지를 표현하고 싶었다. 그런 것들을 찍고자 하다 보니 불확실성에 어렵다는 생각으로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작업이지만, 배우들이 제 몫까지 해주신 덕분에 그나마 잘 해낸 선택인 것 같다"라고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
장재현 감독의 불확실성을 확신으로 바꿔준 조선 팔도 땅을 찾고 땅을 파는 40년 경력의 풍수사 '상덕' 역은 최민식이 맡았다. 30여 년을 배우 인생 외길을 걸어온 최민식과 상덕의 장인 정신은 어딘가 맞닿아있는 부분이 있다. 장재현 감독 역시 "선배님이 세상을 대하는 태도와 연기를 대하는 태도가 이 김상덕이라는 캐릭터가 땅을 대하는 태도와 비슷한, 그런 혼연일체가 되는 느낌이었다"라며 최민식에 대해 '판타지 장르를 현실로 끌고 오는 서사를 가진 얼굴'이라는 감탄을 보내기도 했다.
최민식은 자신의 역할에 대해 "반평생을 풍수를 직업으로 삼아왔던 사람이다. 약간의 속물근성도 있지만, 이 인물의 섭외를 받았을 때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평생을 이 일로 먹고사는 사람이었는데, 그 땅을 대하는 태도와 땅에 대한 자기 나름대로의 가치관이 명확하다. 어떤 순간에도 땅에 대한 가치와 고귀함, 그런 것을 유지하는 점들이 마음에 와닿았다"라고 공감한 부분에 대해 전했다.
특히 최민식은 이번 작품을 통해 오컬트 장르에 첫 도전하게 됐다. 평소에 이런 장르를 별로 즐기지는 않았다는 그는 장재현 감독에 대한 신뢰로 이번 작품을 선택했다며 "이러한 추상적인 소재를 어떻게 현실적으로, 그러면서도 아주 영화적으로 만들어가는지 보는 것이 좋았고 많이 배운 것 같다. 하나하나 퍼즐을 맞추는 듯한 작업을 해야 했는데 때로는 몸과 정신적으로 힘들 텐데도 어떤 것 하나 놓는 것이 없었다.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것을 볼 때 든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
이러한 최민식도 "와" 하며 감탄을 보낸, 젊은 나이에 출중한 실력과 카리스마를 자랑하는 톱클래스 무당 '화림' 역은 김고은이 연기한다. 첫 무속인 캐릭터에 도전하게 된 김고은은 "이 역할을 했을 때 어떻게 될까 궁금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어려운 대본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여러 번 읽다 보니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일단 전문직이기 때문에 직업적 특성과 이행하는 어떤 행동이나 퍼포먼스 등이 어설퍼 보이면 안 된다는 강박이 강했다. 그런 모습을 잘 표현하고자 했다"라고 말했다.
장재현 감독은 처음부터 '화림' 역할에 김고은을 염두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적으로도 어려운 역할이고 한 마디로 쉽지 않다. 예전에 '사바하' 개봉했을 당시 시사회가 끝나고 김고은 배우를 뒤풀이 자리에서 본 적이 있는데, 그때의 한 컷으로 시나리오를 써 내려갔다. 그래서 '사바하'를 함께한 박정민 배우한테 계속 물어봤었다. 크리스천으로 알고 있는데 무당 역할을 제안해야 했기 때문에, 접근을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박정민 배우에게 고기를 많이 사주었다"라고 전했다. 이에 박정민은 김고은이 대본을 받기 전에도 '파묘'를 꼭 잘 봐달라는 당부의 전화를 남겼다.
그렇게 작품 출연을 결정짓게 된 김고은은 이번 작품을 위해 직접 무속인을 찾아가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김고은은 "동선 등에서도 고민이 많았다. 어떤 퍼포먼스가 나을까 여러 상의도 했고, 신이 내려왔을 때의 몸짓이나 춤사위 등을 정말 선생님 집에 자주 찾아가서 배웠다"라고 전했다. 이에 최민식은 "저는 걱정이 될 정도였다. 이러다가 투잡 뛰는 거 아닌가? 돗자리 까는 거 아닌가? 할 정도로 몰입이 잘 됐다. 그 신을 찍을 때 저와 유해진 배우는 정말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였다. 정말 이 영화의 백미 중 하나가 될 것 같다"라고 자신했다. -
여기에 유해진은 대통령을 염하는 베테랑이자 예를 갖추는 장의사 '영근'을 맡는다. 실제 유골 수습법까지 배웠다고 밝힌 유해진은 "최고의 장의사 역할인 만큼, 표현에 있어서 어설프지 않게 보이는 것에 많이 신경을 쏟았다"라고 말했다. 풍수사 '상덕'과는 오랜 파트너로, 이장을 할 때 '상덕'이 명당을 찾으면 '영근'은 파묘의 판을 깔고 준비하는 모든 과정을 맡고 있다.
장재현 감독은 유해진의 역할에 대해 "선배님께서 이 작품을 처음 할 때 자신은 관객과 가장 가까이 있는 캐릭터를 해주겠다고 말을 했다"라며 "저는 왜 모든 감독들이 유해진 중독인지 그때 깨닫게 됐다. 영근 역할은 가장 영화 서사에 있어서 관객들이 느끼는 대로 흘러가는 안내해 주는 역할이다. 정말 감탄을 했다"라고 전해 기대감을 높였다.
이들 외에도 현재 군 복무 중으로 현장에는 함께 하지 못했지만, 배우 이도현이 '화림'을 스승으로 모시는 젊은 남자 무당 '봉길'을 맡아 열연을 예고했다. 이날 영상을 통해 인사를 전한 이도현은 "실력은 물론 외모까지 갖춘 MZ 세대 무속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여기에 봉길만의 특별 역할은 화림 씨를 보디가드로서 든든하게 지키는 역할이다. 이전 작품에서 볼 수 없던 저의 새로운 연기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고은은 "제 제자 역할인데 화림 씨라고 그래서 놀랐다"라며 "또래다 보니까 친근하게 연기했다. 호흡도 정말 좋았다"라고 전해 이들이 선보일 케미에도 궁금증이 더해진다.
이처럼 신선한 소재와 스토리로 2024년 극장가 최고의 기대작으로 주목받고 있는 영화 '파묘'는 오는 2월 중 개봉 예정이다.
- 하나영 기자 hana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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