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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아이즈원 강혜원이라 부르는 게 익숙하다. 하지만 이제 강혜원은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간 웹드라마에서 짧은 연기를 선보여온 강혜원은 쿠팡플레이 '소년시대'를 통해 비로소 대중의 눈도장을 찍었다.
'소년시대'는 1989년 충청남도, 안 맞고 사는 게 일생일대의 목표인 온양 찌질이 병태가 하루아침에 부여 짱으로 둔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극 중 강혜원은 모든 남학생들의 마음을 훔친 부여의 소피 마르소 '선화'로 분했다. -
'소년시대'는 강혜원의 본격적인 데뷔작으로 기억될 작품이다. 이렇게 배우로서 인터뷰하는 게 처음이라며 미소 지은 강혜원은 부담감과 함께 작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제가 선배님들 사이에서 잘 해낼 수 있을까 싶은 부담감은 있었다"라고 운을 뗀 그는 "이 작품이 저에게 있어서는 연기를 시작하는 데 시발점이 되어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전까지는 '이게 맞나'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연기를 했는데 '소년시대'를 통해 선배님,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다 보니까 어떻게 배우로서 다양성을 잡아야 하는지 알게 됐다. 스스로 자신감을 갖게 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강혜원은 "지금 와서 보니 '이렇게 할걸' 싶은 게 많았다. 그때의 나는 최선을 다했겠지만, 아쉬움도 있다. 물론 처음부터 백 퍼센트 만족을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라며 "후회나 미련을 남기면 거기에 얽매어 있을까 봐, 그 마음을 가지고 다음에 더 성장해야겠다는 생각이다"라고 덧붙였다. -
앞선 인터뷰에서 이명우 감독은 "선화 역에 강혜원이 원픽은 아니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배우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묻자 "원픽이 아니라는 말은 저에게도 하셨었다"고 웃어 보였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저 역시 그렇게 생각을 했는데 촬영을 하면서 점점 선화에게 몰입할 수 있었다. 나중에는 감독님께서 '네가 선화를 해서 고맙다'고 하시더라. 그 말이 정말 감사했다. 원픽이 아니었을지언정 저를 믿고 뽑아주신 것에 감사했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만 했다"라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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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선화는 아름다운 미모로 '부여의 소피 마르소'라 불린다. 하지만 속물적인 캐릭터이기도 하다. 사랑스러운 소녀의 모습과 냉랭한 기회주의자적 모습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입체적 인물이다.
강혜원은 무엇보다 캐릭터의 외적인 설정을 완벽하게 소화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는 "소피 마르소가 80년대의 청순 아이콘이지 않나. 내가 이 정도 미모까지는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해서 그런 분위기를 잘 살릴 수 있을까 고민했다"라며 "의상이나 외적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다. 의상 디테일도 고민했고, 그 시대에 뭘 입었는지 찾아보면서 의견을 내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강혜원은 선화와의 싱크로율을 언급했다. 강혜원은 "선화는 어떤 상황에 놓여도 상황을 즐길 줄 아는 여유가 있다. 저도 여유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부분이 있다. 그런 점에서 닮은 것 같다"라며 "다른 점이 있다면, 선화는 사람에게서 한 번에 돌아설 수 있는데, 저는 그런 걸 잘 못한다"라고 전했다. -
코믹 작품이었던 만큼 현장 분위기에도 만족감을 드러낸 강혜원이다. 선배 임시완, 이선빈으로부터 배울 수 있었고, 동갑 이시우와는 함께 의지하며 현장을 버텼다.
"선배님들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도록 해주셨다. 임시완 선배님은 병태와 선화로서 있을 때 우리가 정말 친구인 것처럼 대해주셨다. 전혀 불편함이 없었고, 자연스럽게 현장 분위기가 좋아졌다. 저도 경력이 쌓이면 후배를 그렇게 챙겨주고 대해줘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선빈 언니와는 만나는 신이 얼마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되게 친해져서 놀랍고 좋다. 언니는 저만 보면 '진짜 많이 먹어야 해'라면서 건강을 신경 써준다. 언니의 액션신을 방송으로 봤는데 너무 잘해서 깜짝 놀랐다. 저도 언젠가 액션을 하게 되면 언니에게 많이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시우와는 동갑이다 보니까 되게 빨리 친해진 것 같다. 말도 편하게 할 수 있으니까 의견을 돌려 말하지 않고 솔직하게 얘기해도 되는 부분이 있었다. 연기를 하며 '솔직한 감정'에 대해 고민하곤 했는데 시우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게 신기하더라. 서로 격려도 하며 호흡을 맞췄다." -
아이즈원으로 활동한 기간만 2년 반이다. 팀 활동이 끝난 후에는 솔로 앨범을 내기도 했다. 아이즈원 멤버들 이야기가 나오자 강혜원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멤버들의 반응을 묻는 말에 강혜원은 "첫회가 공개되고 친구들이 바쁜 와중에서 작품을 봐줬다는 게 고마웠다. 재밌다는 평을 남겨줘서 감동했다"라며 "(배우로 전향한 멤버들과) 딥하게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지만, 다들 시작 단계이다보니까 '이럴 땐 어떤 식으로 준비해?' 하면서 이야기를 주고 받곤 한다"라고 답했다.
무대 위 강혜원을 좋아한 이들도 있었던 만큼, 가수 활동을 이어갈지 궁금했다. 강혜원은 "계획이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가수 활동에 대해) 미련이 없다기보다는, 좋았던 추억이나 감정은 계속 가지고 있다. 언젠가 무대에 서는 날이 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긴 한다"라고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 배우 활동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감사하게도 기회가 생겼고, 제가 '관심이 있는 분야니까 도전해 보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제가 아이돌을 할 때는 팬분들을 통해서 여러 감정을 겪는 일이 많았는데, 배우는 나를 통해 사람들이 감정을 느끼게 되지 않나. 그런 부분에 있어서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조금은 배우 일에 진지해져가는 것 같다"라고 성장하고 있는 지점을 덧붙였다. -
롤모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딱히 롤모델이 있지는 않지만 좋아하는 배우분들은 있다"고 말한 강혜원은 배우 한소희와 전종서를 꼽았다. 이어 "여자라면 모두 좋아하실 것 같다. 너무 예쁘시지 않나. 제가 예쁜 외모에 약한 것 같다. 두 분 모두 연기도 너무 잘 하셔서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지'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나도 저런 센 역할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보는 분들께도 반전을 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며 배우로서의 욕심도 드러냈다.
아직 차기작이 결정되지 않았지만, 강혜원은 올 한 해도 현재에 충실하며 배우의 길을 걸어가고자 한다. "원래 목표를 세워두는 스타일은 아니다. 현재에 충실하려는 편인데 앞으로 하게 되는 작품에 있어서 더 진지하게 임하고 집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
한편, 쿠팡플레이 '소년시대'를 마친 강혜원은 오는 2월 3일 서울을 시작으로 타이베이, 도쿄를 돌며 데뷔 후 첫 단독 팬미팅 투어에 나선다.
- 이우정 기자 lwjjane864@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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