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자체 너무 많이 왔다”, “한국이 CES 먹여 살린다”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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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CES와 사랑에 빠진 것 같다.”
9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CES 2024 현장에서 나온 목소리다.
CES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로 꼽힌다. 전 세계 첨단 기업의 기술이 한자리에 모인다. 연초부터 기술 트렌드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CES 주관사인 CTA의 게리 샤피로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CES 2024를 통해 여러 참관사, 참가자, 미디어를 한데 모여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꿈꿀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을 선보일 수 있어 매우 기쁘다”며 “CES는 비즈니스와 정책의 융합이 이루어지는 곳으로, B2B와 B2C연결을 구축하는 데 있어 이보다 더 좋은 곳은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장점을 가진 CES는 전 세계에서 많은 사람이 방문했다. 실제로 전시장은 많은 관람객으로 붐볐다. 인기 있는 기조연설은 입장 시간만 30분이 걸렸고, 기다리다가 행사장이 가득 차 들어가지 못했다는 불만도 여기저기서 나왔다. 이중 유독 한국인이 자주 보였다. 다른 국가 관람객들이 “한국은 CES를 너무 사랑하는 것 같다”고 말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올해 CES에 참가한 한국 기업은 760여 개다. 역대 최대 규모다를 자랑한다. 산업부와 중소벤처기업부, 서울시, KOTRA가 참여하는 통합 한국관에도 지방자치단체, 유관기관, 대학교 등 총 32개 기관과 443개 기업이 참가했다.
CES 주관사인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와 미국산업디자이너학회(IDSA)가 수여하는 ‘CES 혁신상’을 받은 한국 기업도 올해 가장 많았다. 총 143곳이었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310개 수상 기업 중 한국 기업의 수는 절반에 가까운 46.1%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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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많은 데 있어 현장에선 긍정과 부정 얘기가 함께 나왔다. 긍정적인 부분은 한국이 기술 트렌드에 민감하고 앞서간다는 의견이었다. 이번 CES는 인공지능(AI), 모두를 위한 인간안보, 지속가능성, 모빌리티 등을 주제로 열렸다. 이중 한국은 AI와 지속가능성, 모빌리티 등 다양한 기술을 선보였고 관련 기술을 찾았다. 미국 국적의 한 관람객은 “한국은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기술에 관한 관심이 크고 경쟁력도 있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정부와 대기업, 중소기업 등이 합심해 비즈니스를 발굴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평가했다.
부정적인 의견도 존재했다. 같은 전시회에 다양한 정부 부처와 지자체들이 모두 갈 필요가 있었냐는 지적이다. 특히 연초 산적한 업무가 많은 시즌에 라스베이거스까지 가 같은 기술을 모두가 바라볼 필요는 없었다는 의견이 개진됐다.
한국에서 방문한 40대 관람객은 “현장에서 보니 정부나 지자체, 기업, 대학 등 정말 많은 곳에서 CES를 찾는다는 것이 느껴졌다”며 “관람객 중 30~40%는 한국인 같다”고 말했다. 이어 “꼭 와야 하는 대표 인력들만 구성해 오면 좋을 텐데 비용과 인력, 시간의 낭비 같다”고 평했다. 일본 국적의 관람객은 “한국이 CES를 먹여 살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며 “굳이 이렇게 많이 와서 어떤 득이 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황민수 THE AI 대표는 “CES에 온 한국 기업과 정부기관, 대학이 국내에 모이고 수십만 명의 외국인 관계자와 바이어가 온다면 국가 경제 발전에 도움될 것”이라며 “국내에도 CES와 같이 영향력이 큰 행사가 열리긴 바란다”고 말했다.
- 김동원 기자 thea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