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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은 질주하는 인물이다. 외계인들로부터 지구를 지키려는 목표가 있고, 이를 향해 나아가는데 머뭇거림이 없다. 그 움직임은 액션을 만들고, 웃음을 만들고, 감동을 만든다. 영화 '외계+인' 2부에서 더욱 도드라지는 배우 김태리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영화 '외계+인'은 한국 영화에서 최초로 한 이야기를 1부와 2부로 나누어서 동시에 제작됐다. 1부가 개봉된 후, 2부가 개봉하기까지 약 1년 반이라는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덕분에 지난 3일 진행된 '외계+인' 2부 시사회에서 김태리는 관객의 마음으로 작품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완성본은 처음 봤는데, CG(컴퓨터 그래픽)도 너무 훌륭하고, 마지막 엔딩 장면 전체가 너무 좋았어요. 최동훈 감독님, 그 자체 같달까. 좋았어요, 너무"라며 감탄을 숨기지 않았다. -
사실 지난 2022년 7월 개봉한 '외계+인' 1부는 손익분기점에 크게 못 미치는 관객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OTT 등으로 공개된 후 이를 본 관객들은 호평을 이어가며, 2부에 대한 기대감을 전하기도 했다. 그래도 2부는 필연적으로 리스크를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1부가 개봉할 당시, 최동훈 감독은 2부를 거의 완성해 놓은 상태였지만, 이를 뒤엎고 다시 시작했다. 김태리는 그런 최동훈 감독을 보면서 "놀라웠고, 너무 존경스러웠어요"라고 이야기했다.
"편집이라는 과정이 놀라운 지점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공백기간 동안 감독님께 '외계+인' 2부의 여러 버전을 이야기 들었어요. 같은 시나리오로 이렇게 많은 버전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에 놀랐어요.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같은 배우의 얼굴을 그 긴 시간 동안 보시면서 그 배우 모두를 짝사랑했다고 해주신 감독님의 말씀이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
이안은 '외계+인' 2부에서 인간부터 로봇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김태리는 "쉽지 않은 연기인 건 당연하겠지만, 상황에 집중하려고 했어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안이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 해내야 하는 것 등 그 상황에 집중해서 몰입하려고 했어요. 최동훈 감독님께 그 순간에 대해서도 굉장히 질문을 많이 했어요. 해당 장면의 이안이 모습에서 사용되는 CG(컴퓨터 그래픽)이 있는지, 음악 등 도움받는 부분이 있는지, 톤이나 다양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열심히 했습니다."
과거 기계 체조를 배우며 유연성을 익혀 완성한 액션 장면에 대해서는 아쉬움과 만족이 공존했다. 김태리는 "늘 아쉬웠는데 최동훈 감독님께서 항상 '됐어, 태리'라고 하셔서 못 한 것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 제가 오른발을 디디면서 오른손을 내밀어요. 그런 기본적인 것을 못 해낼 때가 있는데, 그런 순간들이 아쉬워요"라고 무술에 대한 아쉬움을 전했다. 하지만, 총기 액션에 대해서는 "제가 손이 되게 작아요. 어떤 총은 총구 손잡이가 잘 안 닿아서요. 멋있게 하려고 돌리기도 하고 했는데, 신체적 결함 때문에 조금 아쉽지만, 그것 말고는 아주 즐겁고 재미있게 촬영했습니다"라며 미소 짓는다. -
감정 연기도 깊어진다. '외계+인' 1부에서 이안(김태리)과 무륵(류준열)은 스치는 우연처럼 만남을 시작했다. 하지만 2부에서는 이들의 인연이 보다 깊음이 드러난다. 이와 관련해 김태리는 "상황이 만들어내는 애틋함이 크다고 생각하고요"라며 답변을 이어간다.
"인연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데 저희가 있었죠. 로맨스인지는 관객이 판단할 몫인 것 같아요. 그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흥미진진한 거죠. (웃음)"
"(류)준열 오빠는 정말 고마운 존재 같아요. 제가 또래 친구를 너무 원할 때 눈앞에 나타나 준 사람이었거든요. 그렇게 만난 인연이 지금까지 왔는데요. '외계+인' 촬영을 하면서 겪은 오빠에게 의지하는 순간들이 저에게 너무나 감사하게 남아있어요. 평소 만나면 티격태격하지만, 그 밑바닥에는 고마움과 다정한 마음이 있는 것 같아요." -
영화 '아가씨'로 데뷔해 영화 '리틀 포레스트',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 '스물다섯 스물하나', 영화 '승리호', 드라마 '악귀' 등의 작품에 이르렀다. 여전히 "진짜에 가장 근접한 거짓말을 하는 게 '배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김태리는 구산영(악귀)으로 임할 때부터 이어가게 된 고민이 있다.
"포기할 것과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 그것을 현명하게 바라볼 줄 아는 것. 그것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외계+인' 작업을 하면서 같이 만들어가는 현장의 감각을 느꼈거든요. 최동훈 감독님 등과 수많은 대화를 통해서요. 그다음부터 그렇게 생각하는 방향으로 나아간 것 같아요. 그런데 또 그다음 작품을 들어가면서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것'과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지점' 등 여러 가지 상황이 있는 거예요.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의견 역시 다양하고요."
"그런 여러 가지 것들 속에서 올바르고 현명하게 바라보는 것이 요즘 제 고민인 것 같아요. 기준을 찾고 있는데요. 지금은 '싸운다' 쪽에 더 기울어져 있기는 해요. 하지만 그것도 결과물을 보며 '이 정도까지 나아가도 되겠구나', '이 정도에서는 포기를 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가닥이 잡히지 않을까 싶어요. 한 작품, 한 작품이 제게 시작되고 끝나는게 아니라,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 같아요." -
김태리는 'SBS 연기대상'에서 '악귀'로 '대상'을 받으며 지난해를 마무리 지었다. 공동으로 대상을 받은 이제훈과 가위바위보를 해서 소감 발표 차례를 정한 것은 순간적으로 먼저 하는 것이 예의인지, 나중에 하는 것이 예의인지 헷갈렸던 김태리가 발휘했던 기지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준비를 했던 소감이 있었기에 빠트림 없이 이야기할 수 있었다. 대상을 받았지만, '배우 김태리'에게 달라진 것은 없다.
"대상은 작품이 받는 상이라는 생각이 강해요. '악귀'가 없었다면, 구산영으로 연기를 할 수도 없었을 거고요. 올해는 또 제가 너무 행복하게 작업한 '외계+인'과 함께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사랑'이라는 단어로 정의될 수 있는 작품과 함께하는 시작은 정말 뜻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외계+인'은 무려 387일이라는 기간 동안 촬영한 작품이다. 그만큼 함께하는 시간이 쌓였다. 김태리에게 '사랑'인 작품이다.
"저에게 '외계+인'을 한 단어로 정의하자면 '사랑'인 것 같아요. 너무 사랑하는 선배님들과 사랑받는 작업을 했고요. 저에게 너무 사랑스러운 작품이에요. 영화 자체도 굉장히 오랫동안 남아있을 것 같고요. '뜰앞의 잣나무'라는 대사처럼, 제 인연이 되어준 작품이 운명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 작품 하며 만난 모든 사람들이 소중하고 감사한 것 같아요. 앞으로도 계속 제 '뜰앞의 잣나무' 들이셨으면 좋겠어요."
- 조명현 기자 midol1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