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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이 “500억달러(약 66조원) 규모의 라면 시장을 뒤흔든 여성”이라며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옛 삼양식품그룹) 대표이사 부회장을 집중 조명했다.
미국 일간지 WSJ은 6일(현지 시각) 김 부회장의 이력과 그가 주도한 불닭볶음면의 탄생 비화를 담은 기사를 실었다. 김 부회장은 삼양식품 창업자인 고(故) 전중윤 전 명예회장의 며느리로, 2012년 매운맛 라면 브랜드 '불닭'을 선보이며 10년여간 40억개 넘는 판매고를 기록했다.
WSJ에 따르면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은 미국 코스트코와 월마트, 앨버슨 등 대형 마트에 진출했으며, 소비자들이 조리가 쉽고 저렴한 음식을 찾으면서 라면 시장이 세계적으로 급성장했다고 설명했다. 또 삼양 제품을 포함한 한국의 라면 수출은 올해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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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닭볶음면 성공의 중심인 김정수 부회장은 자극적인 맛으로 유명한 한 볶음밥 집에 긴 줄이 늘어서 있는 것을 발견한 뒤 안으로 들어서자 손님들이 그릇을 깨끗이 비운 것을 목격한 것이다. 자신과 딸의 입에는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의 매운맛에 대한 열정을 확인하자 라면 버전으로 만들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최적의 맛을 찾는 데는 몇 달이 걸렸다. 식품개발팀은 개발에 닭 1200마리와 소스 2t을 투입했고 전 세계 고추를 연구하고 한국 내 매운 음식 맛집도 찾아갔다. 2012년 출시 후 유튜버들 먹방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K팝 스타 BTS와 블랙핑크가 소개하면서 인기가 치솟았다.
기업 경영 분석업체 CEO스코어의 김경준 대표는 “삼양은 거의 망한 회사였었다”면서 “삼성과 LG, 현대 등 대부분 대기업을 창업주의 남성 상속자들이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며느리로서 기업을 회생시킨 것은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김정부 부회장은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2023년은 새로운 사명 ‘삼양라운드스퀘어’ 아래 미래 비전을 널리 공표하고,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한 의미 있는 한 해였다”고 독려하며, 2024년에는 ‘인재 밀도’ 강화를 바탕으로 미래 비전을 실현하고, 이를 통해 글로벌 종합식품기업 도약을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김 부회장은 이와 함께 삼양라 운드스퀘어와 각 계열사가 만들어 나갈 미래 방향성을 제시하며 “놀라운 결실이 되는 날을 반드시 보여줄 것”이라는 다짐을 전했다.
- 김경희 기자 lululal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