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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타짜', '도둑들', '암살' 등의 작품을 통해 한국 관객의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감독으로 꼽히는 최동훈 감독이 가장 잘하는 것으로 122분을 가득 채웠다. '외계+인' 2부를 보고 나면, 먼저 기억에 남는 것은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던 캐릭터들이다.
3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외계+인' 2부 언론시사회가 진행돼 최동훈 감독을 비롯해 배우 류준열, 김태리, 김우빈, 이하늬, 염정아, 조우진, 김의성이 참석했다. '외계+인' 2부는 치열한 신검 쟁탈전 속 숨겨진 비밀이 밝혀지는 가운데 미래로 돌아가 모두를 구하려는 인간과 도사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외계+인'은 1부와 2부가 동시에 제작됐다. 무려 촬영 기간만 387일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각각의 이야기가 아닌 한 이야기를 두 편의 영화로 만드는 것은 한국 영화의 새로운 시도였고, 그 시도를 최동훈 감독이 하기에 기대감을 높였던 작품이다. 하지만 2022년 7월 공개된 1부는 153만 명의 관객수라는 아쉬운 성과를 남겼다. 이에 공개되지 않은 2부에 대한 우려가 더해졌다. -
최동훈 감독 역시 "1부가 끝나고 난 후, 힘들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많은 사람에게 부진의 이유를 물어봤다. '제 탓'이라고 하는 사람 반, 너무 파격적인 도전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계속 고민하는데 해답을 찾기 어렵더라. 저에게 남은 건 '2부를 열심히 해야겠다' 말고는 없었다"라고 2부에 더 매진했음을 전했다.
말뿐만이 아니었다. 최동훈 감독은 무려 387일 동안 촬영한 어마어마한 편집본을 100번 도 넘게 돌려보며 고민했다. 그는 "2부 편집을 하면서 시나리오를 새로 쓴 건 아닌데 여러 디테일을 바꾸려고 노력했다. 여기 있는 배우 모두 제 메시지를 받았을 텐데 '이 대사로 한 번만 핸드폰으로 녹음해 보내달라'고 모두에게 몇 번씩 부탁했다. 없던 대사도 만들었다. 이하늬 첫 번째 등장은 이것과 조금 다른 장면이었는데, 그 장면보다 빠르고 임팩트 있고, 민개인이라는 캐릭터를 한눈에 알 수 있도록 너무 바쁜 이하늬에게 부탁해 하루 추가 촬영했다"라고 남다른 노력의 지점을 전했다.
1부에서는 외계인들이 죄수를 사람의 몸에 가두는 설정이 설명됐다. 고려시대에서 데려오게 된 아기에게 이안(성장 후 김태리)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함께 사는 가드(김우빈)는 시공간을 넘어 이들을 관리하고, 탈옥한 죄수를 잡는 프로그램이 된 로봇이다. 그런데 어느날, 외계인 죄수의 우두머리 설계자가 외계의 공기 하바를 지구에 터트려 자신들의 세상으로 만들려고 한다.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가드와 이안은 고려로 가고, 그 곳에서 얼치기 도사 무륵(류준열), 두 신선 흑설(염정아)과 청운(조우진) 등을 만난다. -
'외계+인' 2부에서는 1부에서 던져진 모든 떡밥이 가장 맛있게 회수된다. 2부에서는 고려에서 만난 이들이 미래로 향한다. 이하늬는 "1편에서 툭툭 씨앗이 심어진 것들이 2부에서는 아주 맛있게 따 드시면 된다. 서사나 인물 등 모든 구슬이 하나로 엮여 가장 아름다운 진주 목걸이로 꾸려진 느낌이다"라고 전했다.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설정 속에 관객을 우왕좌왕하게 했던 캐릭터들은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 최동훈 감독은 어느 캐릭터 하나 서사를 위해 전시하거나 희생하지 않고 모두를 촘촘하게 엮어간다. 어딘가 나사가 빠진 것 같은 인물들이 사람들을 구해야 한다는 한마음이 될 때, 가장 큰 힘이 발휘된다. 마지막 대전투 장면은 한국판 '어벤져스'의 탄생을 예감케 한다. 이에 염정아는 "마지막 장면은 몇 개월 동안 함께하며 촬영한 장면이다. 영화 보며 그때 찍은 환경이나 대기하며 함께한 시간이 생각나더라. 너무 좋았었다. 이런 사람들과 또 작업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정말 좋았다"라고 당시를 회상하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전하기도 했다. -
한국판 '어벤져스'라고 한다면, 류준열은 '무륵' 역을 통해 '아이언맨'이 될 예정이다. '가드' 역의 김우빈의 로봇 수트를 물려받게 되는 것. 류준열은 "로봇의 움직임이 본인이 연기한 것에 CG(컴퓨터 그래픽)이 더해지는 거다. 2부를 보면서 '저렇게 연기한 것이 이렇게 보이는구나'라고 알게 됐다. 그만큼 또 다른 보람이 있었다. 새로운 작업을 했다는 보람이 있어서 다음에 또 도전해 보고 싶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캐릭터의 감정도 깊어진다. 고려시대에서 만나게 되는 무륵(류준열)과 이안(김태리)은 서로의 한 부분이 되어준다. 김태리는 "무륵과 이안은 어린 시절 인연이 있는 운명 같은 관계다. 류준열과 이전 작품에서 쌓은 친분이 그런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라고 남다른 케미의 비결을 전했다. 류준열 역시 "작업을 하면 할수록 이 배우와 얼마나 서로 알고, 교감을 하느냐가 화면 안에 200% 이상 묻어난다고 확신하고 연기한다. 그런 의미에서 김태리는 친구에도 여러 종류가 있을 텐데 매우 깊은 친구라고 생각한다"라며 굳건한 믿음을 전했다. -
최동훈 감독은 마지막 인사를 전하며 잠시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2부 후반작업 하면서 계속 들었던 생각이 '나는 관객에게 초대장을 쓰고 있구나'라는 생각이었다. 그 초대장이 잘 전달되면 좋겠다. 2부 자체 만으로도 재미있는 영화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이야기하며 잠시 울컥하고 말을 마무리 지었다. 그만큼 그의 진심과 열정은 고스란히 '외계+인'에 담겼다.
한편, '외계+인' 2부는 오는 1월 10일 개봉해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상영시간 122분. 12세 이상 관람가.
- 조명현 기자 midol1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