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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홈' 시즌 2(이하 '스위트홈2')에서 가장 인상적인 인물 중 한 명은 찬영이었다. 찬영은 시즌 2에서 군인으로 새롭게 합류한 인물이다. 지뢰를 밟은 아주머니의 발을 누르고 있을 정도로 정의로운 인물이며 동시에 자신을 닮은 은유(고민시)를 향해 직진하는 인물이었다. 직진은 욕망이 괴물화로 진행된 세상에서 야구선수였던 찬영이 즉시 군인이 된 이유이기도 하다. 믿고 있는대로 행동하는, 선함과 정의가 의인화된 인물 찬영은 '진영'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성큼 다가섰다.
그룹 B1A4의 멤버로 데뷔해 프로듀서로서의 역량을 펼쳤던 진영은 '수상한 그녀', '구름이 그린 달빛', '경찰 수업' 등의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 입지를 다졌다. 특유의 감수성과 계획성은 배우로서 그의 무기가 되었다. 그리고 '바른' 본성은 캐릭터가 되었다. '스위트홈2'를 연출한 이응복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찬영은 진영 그 자체"라며 "세상에 이렇게 바른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망한 세상에서도 정도와 규칙을 지키는 사람이 있었으면 했는데 실제로 만나게 됐다"라고 그를 극찬하기도 했다. 과연, 진영은 '찬영'을 어떻게 만들어갔을까. -
Q. 찬영 캐릭터에 대해 어떻게 고민하고 준비했나.
"찬영이가 전직 야구선수고, 괴물화 사태가 벌어졌을 때 맞서 싸우겠다고 자원입대한 친구다. 그 모습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먼저 야구 연습을 많이 하러 다녔다. 폼을 갖추기 위해 연습을 많이 했다. 액션 스쿨을 다니면서 체력 단련도 많이 했다. 아침에 3km씩 달렸다. 힘든 장면을 촬영할 때 버틸 체력을 준비하고 싶었다. 찬영이 야구 선수였기에 조금 더 큰 체형을 만들고 싶어서 일주일에 7번 PT를 받으러 갔다. 한 6kg 정도 증량했다. 근육 위주로 훈련했다. 살이 붙으면 괴물화 사태 속에서 윤택하게 사는 것 같을까 봐 몸에서 야구선수 느낌을 주기 위해 근육을 키웠다."
Q. 이응복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찬영이가 곧 진영"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내적인 노력도 더해졌을 것 같다.
"찬영이는 소신을 위해 목숨도 바칠 수 있는 캐릭터인데 솔직히 저는 그렇게까지는 어려울 것 같다. (웃음) 찬영이를 많이 이해하려고 했다. '왜 이렇게까지 할까'라고 고민한 결과, 찬영이가 삶에 대한 의욕이 없고 자신의 목숨은 이미 중요하지 않은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지뢰를 밟은 아주머니를 돕는 등의 행동을 할 수 있었을 거라 생각했다." -
Q. 강도 높은 액션 장면 중 그래도 가장 힘들었던 장면으로 꼽을 장면이 있을까.
"찬영과 은유(고민시)의 구더기 장면. 대본을 보면서 CG(컴퓨터 그래픽)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촬영 현장에 가보니, 실제로 구덩이를 정말 깊게 파놓으셨더라. 거기에 물까지 더해서 진흙탕이 되어있었다. 찬영이가 은유를 잡아주는 것부터 올라오는 것까지 그 장면을 약 일주일 정도 찍었다. 체력적으로도 힘들었지만, 일주일 정도 촬영이 이어지니 연결을 모두 맞춰야 하더라. 완전히 멀쩡한 상태로 출근해서 일단 진흙탕에서 한 번 구르고 시작했다. (웃음) 쉽지 않았지만, 그만큼 기억에 남는 장면이었다. 고생한 만큼 결과물이 보이니 좋더라."
Q. 은유(고민시)는 그렇게 지켜주고 정의로운 찬영이 자신에게 호감을 표현하는 예슬(양혜지)에게 만큼은 정말 차갑더라. 찬영에게 은유는 사랑이었나?
"저는 사실 극 F(감성형) 성격이다. 그래서 찬영이가 예슬이에게 '내가 잘못돼도 넌 잘살면 되지'라고 하는 대사가 입에 잘 안 붙더라. 어려웠던 장면 중 하나였다. 기본적으로 상대방을 공감해 주는 편이라, 점점 찬영에게 이입되며 할 수 있었던 말이었다. 은유에 대한 찬영의 감정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스위트홈3'을 봐야 한다. '스위트홈2'에서는 사랑과 전우애의 중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나마 제가 찬영이 은유에게 끌리게 된 이유를 생각해 봤을 때, 자신과 비슷한 인물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은유도 자기의 오빠를 찾기 위해서라면 자신의 목숨도 중요하지 않은 인물이다. 그런 은유를 보면서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아이가 있네, 도와주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을 것 같다. 찬영이가 은유에게는 '만나야 할 사람은 꼭 만나'라고 위로하지 않나. 그 마음으로 이미 은유에게 많이 끌렸고, 그 사람을 위해 많은 걸 해나갈 것을 암시했다고 생각한다. 시즌 3을 기대해달라." -
Q. 이응복 감독이 연기적으로 요청한 지점이 있었나.
"많이 말씀하셨던 것은 T(사고형) 성향을 보여줄 수 있는 지점이었던 것 같다. '말할 때 단호하고, 찬영의 뚝심을 보여줄 수 있는 대사를 하면 좋겠다'라고 하셨다. 대사를 할 때 우물쭈물하면서 말하기보다, 자기 할 말을 딱 끊어서 하는 느낌을 원하셨다."
Q. 실제로 괴물화 사태가 벌어진다면, 찬영처럼 자신을 던질 수 있나.
"저는 찬영과 달리, 전략을 잘 짜는 스타일이다. 찬영은 직진 스타일인데, 저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다양한 방법을 많이 구상할 것 같다. 제가 일적으로 '파워 J(판단형)' 성향이다. 서치 왕이라는 이야기도 들었고, 예전부터 분석을 정말 많이 한다. 예전 작품도 예상 관객과 시청률을 분석했었다. 심지어 '구름이 그린 달빛' 감독님께서도 저에게 예상 시청률을 물어보셨다. 커뮤니티의 반응을 살펴보고, 언급 수를 따져보면서 반응이 바뀐 걸 알 수 있다. '구름이 그린 달빛' 때, 실제로 직접 확인했었다. 언급이 두 배 정도 확 늘어나서, '내일 두 배정도 오를 것 같다'라고 말씀드렸는데 진짜 (시청률이) 두 배 정도 올랐다. 그것도 음악 프로듀싱 경험의 도움을 받은 것 같다. 음반도 대중의 평가를 받는 일이라, 그 반응을 모르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하면 좋아해 주실지, 반응을 계속 살피다 보니, 연기까지 이어진 것 같다." -
Q. '스위트홈2'의 반응도 살펴봤나. 가장 만족스러웠던 반응이 있었을지 궁금하다.
"살펴보면 나쁜 반응도 좋은 반응도 있다. 평가는 시청자들이 해주셔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분 좋았던 반응은 '찬영 은유가 맛도리다'라는 말이었다. '맛도리'가 '맛있다, 케미가 좋다'라는 이야기인데, 찬영이 은유에게 뺨을 맞고도 둘러업고 가는 장면을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았다. (웃음)"
Q. 앞서 프로듀싱의 경험이 도움이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가수, 프로듀서, 배우 등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통해 '배우 진영'의 계획을 세운 바 있나.
"엄청 큰 경험을 한 것 같다. 특히 '스위트홈2'를 통해 근래 촬영 시스템을 거의 다 느껴본 것 같다. 사실 CG(컴퓨터 그래픽) 작업을 많이 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제는 허공에 손짓하면서도 정확하게 상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도 좀 더 많은 것을 도전해 보고 싶고, 두려움도 좀 사라진 것 같다. 장르보다 캐릭터 적으로 '악역'을 해보고 싶다. 제가 다 '선한 역'만 해봤다. 그런데 종종 '얼굴이 맑아 보이는데, 뒤에서 딴생각하고 있을 것 같다'라는 말을 들었다. '살인의 추억' 속 박해일 선배님 같은 그런 서늘한 캐릭터를 도전해 보고 싶다."
Q. 뮤지션 진영으로의 계획도 있을까.
"오는 2024년에는 앨범을 내고 싶다. 뭔가를 할 때는 완벽주의자 성격이 있다. 열심히 작업해서 냈는데, 트랜드에 밀리거나 '올드하다'라는 평을 받으면 안 되지 않나. 그래서 냈을 때 팬 분들도 대중도 좋아해 주실 앨범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짜 좋은 곡으로, 오는 2024년에는 꼭 발표하고 싶다."
- 조명현 기자 midol1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