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단독] AI 인력 부족에도 정부 ‘AI 융합인재 양성 사업’ 예산 축소 시동

기사입력 2023.12.05 19:34
정부 안대로면 AI융합혁신대학원 사업 예산 22% 축소
AI 기술 핵심 산업에 융합하는 인재 교육길 막힐 위기
  •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이 지난 8월 17일 새로 선정된 인공지능 융합혁신대학원 관계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김동원 기자
    ▲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이 지난 8월 17일 새로 선정된 인공지능 융합혁신대학원 관계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김동원 기자

    인공지능(AI) 기술 경쟁력 확보에 ‘인재 양성’이 주요 과제로 남아 있는 가운데, 정부가 추진 중인 AI 융합인재 양성 사업이 축소될 위기에 처했다.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감축 영향이다. 올해 상반기 AI융합혁신대학원 사업에 선정된 곳은 새로 인재를 뽑아 놓고도 계획대로 교육하지 못하게 되는 위기까지 직면했다.

    5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하는 ‘AI융합혁신대학원 사업’ 예산이 약 22% 축소될 위기에 처했다. 이 사업은 AI 기술을 제조, 의료, 모빌리티, 에너지 등 주요 분야에 융합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마련된 주요 AI 사업 중 하나다. AI 경쟁력 강화에 인재 부족이 주요 과제로 꼽힌 만큼 전문 인재 육성을 위해 마련됐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 8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인공지능대학원 심포지엄’ 환영사에서 “위기와 기회의 갈림길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를 살려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AI 기술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고삐를 당겨야 한다”며 “핵심 인재 확보에 있어 우리 AI 대학원과 AI 융합혁신대학원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 AI융합혁신대학원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대학교는 총 9개다. 경희대, 이화여대, 인하대, 충남대, 한양대 ERICA가 2022년 5월 해당 사업에 선정돼 1년 반 정도 사업을 진행했고, 올해 5월 동국대, 아주대, 부산대, 전남대가 추가로 선정됐다.

    이 사업의 기존 편성된 예산 규모는 약 135억 원이다. 여기서 22% 줄게 되면 약 102억 원으로 쪼그라든다. 이 예산은 학생 등록금과 장학금 지원을 비롯해 국제 협력, 연수와 같은 교육 프로그램 등으로 쓰인다. 해당 사업에 선정된 대학원에서는 연 40~50명 이상 학생을 해당 사업으로 지도한다. 현재 대학원에서는 100여 명의 석박사가 공부와 연구를 하고 있다.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대학원에서는 기존 예산도 부족하다고 주장해왔었다. 아직 AI 융합인재 양성 프로그램이 부족하고 지도할 수 있는 사람 역시 모자라 교육 기틀부터 마련해야 하는데, 기존 예산으론 어려워서다. 이 와중에 예산이 더 줄어들 위기에 처한 것이다. 실제로 AI융합혁신대학원보다 더 많은 예산을 받는 인공지능대학원의 예산은 줄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인공지능대학원에는 서울대, KAIST,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 중앙대 등 10개교가 참여하고 있다.

    AI융합혁신대학원은 갑작스런 예산 감축에 당황하는 분위기다. A대학원 교수는 “지역에 있는 대학의 경우 AI 융합인재 양성으로 지역 AI 경쟁력 강화까지 연계한 다양한 사업을 준비하고 있었다”며 “학생들에게 등록금도 지원한다고 공고한 상황에서 갑자기 예산이 줄어들어 현재 모두가 당황스런 상태”라고 말했다. B대학원 교수는 “AI의 기본 모델을 만드는 인재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AI를 의료나 모빌리티, 제조 등 다양한 영역에 융합할 수 있는 인재가 앞으로 AI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핵심”이라면서 “지금 많은 국가가 AI 주권 확보를 위해 노력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거꾸로 가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올해 새롭게 사업에 선정된 대학은 더 당혹감을 표했다. C대학원 교수는 “1차로 정원 학생을 모두 뽑았고, 수요가 많아 2차로 추가 인원을 모집할 예정이었다”며 “지금 국제 협력과 해외 연수 등 실질적으로 산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준비했는데 예산이 줄면 프로그램은 커녕 등록금 지원도 힘들 것 같다”고 토로했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사업이 예산 감축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 예산이 준 이유에 대해선 현재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9개 대학 중 신규 4개 대학이 첫해는 예산 50%만 받게 돼 있는데 정부 기조가 삭감이다 보니 내년 예산 증대가 어려워 이뤄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지금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9개 대학원 중 2022년에 선정된 5개 대학원은 예산이 100% 나오고 신규 4개 대학원은 50%만 나오는 상황인데, 현재 정부 기조로는 4개 대학원이 내년 100% 예산이 편성이 어려워 같은 예산을 9개 대학원이 나눠 갖게 돼 공통으로 22%가 줄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현재 국회에 AI융합혁신대학원 사업 예산이 줄지 않도록 관련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AI융합혁신대학원 사업 관계자는 “과기정통부는 AI 융합인재 양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는 것을 어느 곳보다 잘 알고 있는 부처”라면서 “현재 국회에 예산이 줄어든 경위와 늘려야 한다는 내용을 제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AI융합혁신대학원 사업 예산이 줄지 않도록 과기정통부 차원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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