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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내용에 넷플릭스 영화 '독전2'에 대한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난 2018년 개봉한 영화 '독전'은 과감한 액션과 전개로 52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미결'로 남아있는 지점이 있었다. 과연, 마지막에 마주 앉은 락(당시 류준열)과 원호(조진웅), 그리고 들리는 한 번의 총소리, 최후로 일어서는 사람은 누구였을까. 영화 '독전2'는 이에 대한 명확한 답을 주기 위해 용산역 혈투부터 다시 되짚고 올라간다.
조진웅은 '독전'에 이어 '독전2'에서 다시 한번 원호의 옷을 입었다. 그는 "맨날 입던 옷을 꺼내 입으니까, 다시 그 냄새가 나더라고요. 그때 원호를 만들기 위해 아등바등했던 기억이 정확히 있으니까"라고 '원호'와 재회한 소감을 전했다. 같은 원호였지만, 또 다른 원호였다. 원호는 더해진 사건과 상황 속에 조금 더 깊이 이입해 들어갔다. 그리고 마지막 마침표를 찍을 때, '먹먹함'이라는 감정을 전해준다. -
'독전2'에 합류를 결정한 것은 쉽지만은 않았다. 조진웅은 "제가 아니면 안 찍는다고 하셔서"라고 웃으며 답변을 시작했다. 그는 "제안을 주시고 시간이 좀 흐른 후에 대본을 주셨어요. '지금 할 타이밍이 맞나?'라고 생각하며 봤는데, '독전'에서 많이 풀어내지 못했던 의미들이 담겨져있는 것 같았어요. 락의 서사가 풀어져서 나오니, 이 친구의 심리도 상당히 깊이감 있게 다루지 않았나 싶고요. 그래서 '독전2'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되겠다는 생각에 함께하기로 했습니다"라고 답변을 덧붙였다.
주요 인물 중 조진웅을 비롯해 차승원은 그대로 합류했고, 류준열과 故 김주혁의 빈자리는 배우 오승훈과 변요한으로 교체됐다. '독전'의 중간부터 이어지는 '독전2' 였지만, 배우 교체로 인한 염려는 크게 없었다. 조진웅은 "'락'이라는 캐릭터와 원호가 정서적 동선을 같이하는 부분이 많지만, 작품을 배우를 보고 하는 게 아니잖아요. 그리고 '독전2'는 굳이 1편을 안 봐도 쓱 흘러갈 것 같았고요. 그래서 크게 염려한 부분은 없었습니다. '보시는 분들이 조금 혼란스럽지 않을까'라는 염려는 있었지만, 그거야 개인의 판단이니까요"라고 관련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
'독전'의 중간 부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원호의 심리에 대한 설명도 더해졌다. 원호는 점점 '이선생' 중심의 마약 사건에 한 발 한 발 다가서며 자신을 잃어간다. 자신으로 인한 후배들의 희생도 있었고, 죄책감도 더해진 수많은 감정이 원호를 늪처럼 잠식했다. 마지막 장면을 두 번 촬영한 셈인 조진웅이 그 장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먹먹함과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원호가 락에게 갈 때, 이선생의 죽음을 보도한 신문을 가져가잖아요. 사실 원호가 락에게 갈 이유는 없어졌어요. 그런데 락이 '팀장님이 유일하세요'라고 이야기를 하잖아요. 이율배반적이고 이기적인 친구 아닌가 싶었어요. 원호가 가장 이해할 수 있는 인물이 락이고, 결국 원호가 락의 마지막을 그려주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정리가 된 거죠. 그리고 난 후, 원호에게도 그런 질문이 남더라고요.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 거지.' 굉장히 막막해졌어요. 그때 만코(김동영)가 해주잖아요. '아주 잘 해방시켜줬다' 싶었어요. 덕분에 저도 원호를 잘 보낼 수 있게 된 것 같았고요." -
조진웅이 '독전2'에 대해 느낀 가장 강한 감정은 "외로움"이었다. 락(오승훈), 브라이언(차승원), 이선생에 맹목적인 큰 칼(한효주) 등 모두가 각자의 상황 속에서 외로움을 대변하는 사람들이었다. "원호는 외로워지려고 그 안으로 아예 들어가 버린 사람 같아요. 촬영하면서도 외로웠던 것 같아요.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하지'라고 생각하면서요. 마지막 장면을 촬영하면서는 하염없이 슬프기도 했어요."
'독전2'에 대한 관객의 반응은 각기 달랐다. 특히 '독전'에서 그려진 이선생에 대한 스토리 라인과 진하림(故 김주혁→변요한)과 큰칼(한효주)의 관계성 등은 충돌하는 지점이기도 했다. '독전'에서는 직접 언급은 없었지만 이선생이 락으로 묘사됐고, 진하림은 이선생과의 마약 거래를 하려는 인물로 담겼다. 하지만, '독전2'에서는 진짜 이선생의 일당인 의복남매 진하림과 큰칼이 가짜 이선생을 잡으려 하는 이야기로 그려졌다. 결말에는 마침표를 찍었지만, 과정에는 물음표가 더해진 이유이기도 하다.
"원호에게 상실감을 준 것도 락인 것 같아요. 사실 원호는 이선생을 잡기 위해 달려온 인물이잖아요. 그런데 락은 자신의 방법대로 이선생과의 얽힌 과거를 해결해 버렸죠. 원호가 락을 총으로 쏜 건 본능인 것 같아요. 그리고 락도 자신이 그렇게 갈 걸 알면서도 괴로워하지 않거든요. 켜켜이 쌓인 락에 대한 감정들이 그 순간 뿜어져 나오더라고요. 그가 얼마나 고통스러웠고, 외롭고, 지쳐있었을지를 가장 잘 아는 건 원호였을 거고, 그렇기에 락을 보낸 원호는 더 철저히 외로워질 수밖에 없었던 거죠. 만코가 원호를 쐈을 때, 작은 의식이라도 있었다면 '고맙다'라고 하지 않았을까 생각할 정도로 처절했던 것 같아요." -
'독전2'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미드퀄(작품의 중간부터 다시 써 내려가는 이야기) 작품이다. 그리고 조진웅은 그 첫 시도의 중심이 되었다. 관객의 반응은 각기 다르지만, 제작자로서의 꿈도 꾸고 있는 조진웅에게 여러 지점을 상기 시켜줬다.
"이렇게 발표가 됐다는 것만으로도 제작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러워요. 이 작품이 나오기까지 정말 많은 노력이 담겨있다는 걸 알거든요. 영화를 하면서, 제작하는 분들이 계시잖아요. 김한민 감독님께서도 그렇고 저에게 '왜 이렇게 어려운 길을 가려고 해'라고 하세요. 그러면서도 여러 조언을 해주시는데, 그 말씀이 저에겐 피와 살이 되는 이야기에요. 여러 작품을 해 나가며 외롭지 않아서 좋은 것 같아요. 제작자분들의 공통적인 말씀은 '재미있어야 사람들이 본다'라는 거예요. 결국 콘텐츠에 힘이 있는 거거든요."
조진웅은 제작자로서 시나리오 단계까지 이어왔다. 시나리오가 좀 더 탄탄해지면 투자를 받고, 본격적으로 움직일 예정이다. 그리고 배우 조진웅으로서는 차기작 '노 웨이 아웃'의 촬영에 돌입한다. 첫 촬영을 이틀 앞둔 인터뷰 당시 소감을 전했다.
"저도 궁금해요. 내일 의상 피팅을 다시 하기로 했고요. 그래도 이야기는 말이 되는 것 같아요. 가보면 재미있겠다 싶고요. 새로운 작품이지만, 스태프들은 이미 익숙한 분들이시더라고요. 기대하고 있습니다. (웃음)" -
- ▲ 영상 : 허준영 영상기자,popkorns@chosun.com
- 조명현 기자 midol1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