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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T성향(MBTI 중 사고형)이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출연한 영화를 보고 이렇게 울 줄 몰랐다. 진정이 될 만하면 옆자리의 김해숙 선생님께서 통곡하셔서 그 느낌에 다시 슬퍼졌다.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겨울,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울 수 있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
27일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3일의 휴가' 언론시사회 이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강기영이 말했다. 이날 현장에는 육상효 감독을 비롯해 배우 김해숙, 신민아, 강기영, 황보라가 참석했다. '3일의 휴가'는 세상을 떠난 지 3년째 되는 날, 하늘에서 휴가 온 엄마 ‘복자’(김해숙)와 엄마의 레시피로 백반집을 운영하는 딸 ‘진주’(신민아)의 힐링 판타지 영화.
김해숙은 하늘에서 휴가 온 엄마 '복자' 역을 맡았다. 김해숙은 "현실에 있는 엄마가 아니었기 때문에 어떻게 하는 게 옳은 것인지에 대해 고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엄마일 것이다'라고 생각했다. '저희 엄마가 하늘에서 내려오신다면, 제가 이런 상황이라면 딸에게 어떻게 할까?' 등을 생각하며 모든 분이 공감할 수 있는 지점에 중점을 둔 것 같다"라고 고민한 지점을 전했다. -
신민아는 미국에서 교수 자리를 마다하고, 엄마가 운영하던 시골 백반집으로 돌아온 딸 '진주' 역을 맡았다. 그는 "저도 누군가의 딸이고, 딸이 엄마에게 대하는 감정이 복잡하면서도 비슷할거로 생각했다. 가장 편한 존재이기도 하고, 가장 감정 표현을 많이 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극 중 진주는 엄마에게 애증의 감정이 있고, 상황은 많이 다르지만, 그러면서도 공감이 쉽게 됐다. 모든 딸이 생각하는 엄마에 대한 보편적인 감정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라고 밝혔다.
작품 속에서 처음으로 모녀 호흡을 맞추게 된 김해숙과 신민아는 배우이기 전에 '엄마이자 딸'인 자신들의 모습으로 공감의 문을 열었다. 또한, 그 마음은 현장에서 이들의 남다른 모녀 호흡을 완성했다. 김해숙은 "제가 많은 엄마 역을 했는데, '정말 (신)민아를 사랑하는구나'라고 느꼈던 이유가 연기를 할 때 통하는 감정이 배우를 떠나 진짜 모녀 같은 감정을 주고받는 걸 보면서였다. 조금 전에 '(신)민아야, 널 만나서 진짜 우리 딸 같은 마음으로 연기를 한 경험을 해본 것 같다'라고 했다"라고 남다른 애정을 전했다. -
신민아 역시 김해숙의 이야기에 화답했다. 그는 "첫 장면을 촬영하고 '엄마' 같다기보다 같은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도 본능적으로 저와 비슷한 사람이 아닐까 싶어서 편안함이 있었다. (김해숙) 선생님 덕분에 진주가 아무것도 안 해도 사연이 묻어난 것 같아서 감사한 마음이 가득하다"라고 진심을 덧붙였다.
강기영은 '복자'(김해숙)의 특별한 휴가를 돕는 '가이드' 역을 맡았다. 그는 복자의 휴가에 필요한 지침을 전하면서도 동시에 그에게 공감하는 모습을 보인다. 애드리브를 조금 내려놓고 연기에 임했다는 그는 "어느 순간, 상대방을 비춰줬을 때, 저도 빛이 난다는 걸 깨달았다. (김해숙이) 부담 없이 해보라고 토닥여 주셔서 재미있게 임했다"라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황보라는 '진주'(신민아)의 둘도 없는 단짝 '미진' 역을 맡았다. 지난 19일 자신의 SNS를 통해 임신 소식을 전하기도 했던 그는 작품을 본 특별한 소감을 전했다. 황보라는 "저는 학창 시절, 서울에서 혼자 공부하고, 엄마가 부산에서 왔다 갔다 했다. 정말 많이 싸웠다. 아까 복자(김해숙)가 맥도날드에서 '엄마 먼저 내려간다'라는 연락하는데 눈물이 너무 났다. '왜 저렇게 엄마는 희생하지?' 하면서 오덕이(태명)에게 '엄마는 희생하는 엄마는 아니다, 엄마는 나를 위한 엄마가 되겠다'고 다짐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
실제로 엄마이자 딸로 살아온 김해숙은 '3일의 휴가'에 특별한 진심을 덧붙였다. 그는 "이 땅의 모든 부모 마음과 자식 마음은 하나같다. 내 옆에 있는 가장 소중한 사람이 나를 사랑하고 믿기 때문에 해야 할 말을 항상 놓치는 경우가 많다. 진주가 복자에게 못다 한 말을 하는데, 저도 딸로 저희 엄마에게 그 말을 못 해 드렸다. 그래서 너무 고맙고, 엄마에게 감사하고, 너무 사랑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계실 때 드렸으면 더 좋았을걸"이라고 덧붙여 현장에 먹먹함을 더했다.
육상효 감독은 '3일의 휴가'를 연출하면서 중점을 둔 지점을 설명했다. 그는 "영화를 보셔서 아시겠지만 기억이나 그리움 같은 것들이 영화 속에서 중요하다. 그런 것들을 어떻게 시각적으로 보일 수 있을까 하는 지점을 많이 생각했다. 영화 속에서 그 기억은 음식이기도 하고, 음악이기도 하고, 시각적 기억의 영상이기도 하고, 그 풍경이기도 하다고 생각했다. 그 지점에 중점을 두었다"라고 전했다. 모녀의 이야기를 '3일의 휴가'는 오감으로 전하며 내 곁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기억을 자연스레 불러온다.
한편, 가족의 소중함에 대한 다시 한 번 느껴지게 하는 '3일의 휴가'는 12월 6일 개봉해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러닝타임 105분.
- 조명현 기자 midol1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