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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이 무려 11년 만에 멜로드라마로 복귀한다. 무엇보다 이번 작품은 정우성과 13년 전 인연이 닿은 작품이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제작과 방송이 결정돼 궁금증을 자극한다. 정우성은 왜 '사랑한다고 말해줘'로 돌아오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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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 마포구 스탠포드 호텔 그랜드볼룸에서는 지니TV 새 오리지널 드라마 '사랑한다고 말해줘'(극본 김민정, 연출 김윤진) 제작발표회가 열려 연출을 맡은 김윤진 감독과 배우 정우성, 신현빈이 참석했다.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손으로 말하는 화가 차진우(정우성)와 마음으로 듣는 배우 정모은(신현빈)의 소리 없는 사랑을 다룬 클래식 멜로다. 김윤진 감독은 "언어와 감각이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고, 서로에게 전해지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김윤진 감독은 풋풋한 청춘 로맨스를 담아냈던 '그 해 우리는'에 이어 어른들의 감성을 담은 '사랑한다고 말해줘'로 돌아오게 된 만큼,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궁금증을 자극한다. 김윤진 감독은 "'그 해 우리는'과 큰 울타리 안에서는 비슷한 결의 로맨스 장르"라면서도 "'사랑한다고 말해줘'의 두 주인공은 시간이 쌓여서 이뤄놓은 각자의 세계가 있고 그 세계가 다른 세계와 만나 어떻게 서로 퍼져가는지의 모양이 다를 것 같다"라고 설명해 궁금증을 자극했다. -
이번 드라마의 경우 동명의 일본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다. 13년 전 해당 작품의 판권을 구매한 정우성은 "낯선 설정"에 끌렸다며 "한국에서 계속해서 만들어지던 작품들과 다르게 느껴졌다. 특히 장애를 가진 남성의 목소리가 내레이션으로 나오게 되는데, 심장을 두드리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과감하게 판권을 샀지만, 당시에는 아무래도 여러 이유에서 만들 용기가 없었던 것 같다. 그렇게 잠시 인연이 끊어졌지만, 우연히 다시 제 앞에 나타나 이번에는 용기를 낼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당시에는 남자 주인공의 장애 요소를 드라마를 통해 표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극 중 청각장애를 가진 화가 '차진우'를 맡은 정우성은 "(13년 전) 이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3부쯤에 남주가 말문을 텄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었다. 그걸 보며 이 드라마가 당시의 미디어 환경 속에서 수용되기는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그 이후 장애를 가진 인물을 받아들이는 인식도 물론 성숙해졌지만, 여러 예능 등을 통해 자막에 대해 굉장히 친숙한 미디어 환경이 됐고, 그런 부분에서 차진우라는 사람이 수어를 통해 이야기할 때 자막이 달려도 거부감이 덜할 것 같았다"라고 전했다.
김윤진 감독 역시 "처음 이 작품을 제안받았을 때 그 부분(청각장애 요소 표현)이 두렵기도 했었지만, 한편으로는 소리 없는 세계를 연출자로서 다뤄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라며 "다만 작품을 시작하고 난 뒤로는 그게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러한 요소가 있을 뿐, 누구나 좋아하는 마음이 있다면 또 다른 누군가로 향하게 된다. 물론 수어를 한다는 것이 어렵고, 소리가 없는 소통에 대한 어려움이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어떻게 다가갈까에 대한 보편적인 문제라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
이번 작품을 통해 정우성은 무려 11년 만에 멜로 도전에 나서게 되어 기대감을 높인다. 오랜만에 멜로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정우성은 "멜로는 모든 배우들이 늘 하고 싶고, 좋은 시나리오를 찾고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저 같은 경우 영화 쪽 작업을 위주로 했는데, 그동안 영화계에서는 멜로가 선호되지 않았고, 그 사이 드라마를 통해 훌륭한 멜로 작품이 많아지며 시청자들의 욕구를 채워드리고 있던 것 같다. 저도 11년 만에 16부작 사랑 이야기를 보여드리게 되어 설레고 어떻게 보일까 하는 조심스러운 기대감이 있다"라고 말했다.
정우성의 멜로는 어떻게 다를까 묻자 "여러분이 보고 평가해 줄 영역인 것 같다"라며 "다만 저 같은 경우 아주 오래전에 이 원작을 보고 한국에서도 드라마화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고, 긴 시간 동안 인연이 이어진 끝에 드라마를 선보일 수 있게 되어 남다른 의미가 있다. '사랑한다고 말해줘'가 전하는 어떤 사랑의 감성에 충분히 공감해 주신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클 것 같다"라고 답했다.
청각 장애 요소를 가진 만큼, 정우성은 수어로 의사소통에 나서야 했다. 이에 대한 어려움은 없었는지 묻자 "수어를 처음 접하게 됐는데 굉장히 직관적인 표현이라고 느꼈다. 처음에는 재미있게 배웠지만 이게 위치와 방향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이 되니까 배울수록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어 대사의 양이 많을 때는 비슷한 단어와 헷갈릴 때도 있어서 집중을 많이 하려고 했다. 다른 언어를 배움에 있어서 새로운 경험이었다"라고 전했다. -
함께 호흡을 맞추는 신현빈은 배우의 꿈을 키우는 정모은을 연기한다. 새로운 출발선에서 차진우를 만나 깊은 사랑에 빠지는 인물이다. 신현빈은 "이 작품을 처음 선택할 때 고민이 많았지만, 정우성 선배 덕분에 잘 털어가고 잊어가며 촬영을 했다"라고 전했다. 어떤 부분에서 고민이 있었는지 묻자 "이 작품을 처음 제안받았을 때 저는 소통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관심이 있고 표현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무래도 음성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과 사용하지 않는 사람의 이야기인 만큼, 소리를 저 혼자 채워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신현빈은 이어 "연기를 할 때 아무래도 감정은 물론, 소리까지 상대방의 것을 전달받아 리액션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고민이 있었는데, 그런 부분에서 정우성 선배가 음성 언어를 사용하는 이상으로 집중해서 표현을 해주셨다"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또한 신현빈은 "수어를 사용하고 계속 바라봐야 한다는 특징이 있어서 저한테도 되게 집중을 할 수 있고, 다른 리액션을 만들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신현빈이 선보일 수어 연기 또한 궁금증을 자아낸다. 신현빈 역시 "어떻게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이 많았다"라며 "선배 같은 경우 계속 그 언어를 쓴 사람처럼 해야 되는 자연스러운 모습을 고민했다면 저는 익숙하지 않았던 사람이 점점 익숙해져가는 과정을 표현했다. 수어가 표정도 중요하고, 소리 외에 가진 집중도가 있기 때문에 서로 더 많이 바라보게 되고 그런 시간이 많았던 것 같다. 그런 것들이 저한테도 연기하면서 재미있는 경험이 된 것 같다. 어렵기도 했지만, 그런 수어 소통이 가진 즐거운 낯섦이 있었다"라고 돌아봤다. -
이처럼 눈빛을 언어 삼아, 표정을 고백 삼아 사랑을 완성해가는 두 남녀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에게 따스한 설렘을 선사할 전망이다. 정우성은 "여타 멜로와 다르게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달착지근한 맛을 주지는 않겠지만, 차분하게 우리가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에 대한 여지와 그런 감정을 담을 수 있는 작품이 될 것 같다"라며 "진우와 모은의 관계 속에서 진정한 소통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현빈 역시 "어떤 언어로 소통이 되든, 안 되든 내가 이해받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나를 나로서 존재하게, 나로 바라봐 주는 힘이 이번 드라마를 통해 충분히 표현된다고 생각하고, 그런 마음이 저는 물론이고 지금 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모든 분들께도 필요한 감정이지 않을까 싶다. 이번 드라마를 보면서 나에 대해, 다른 사람들에 대해 이해하고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원작과 달라지는 부분이 있을까 묻자 김윤진 감독은 "다루고 있는 시대가 달라 겉모양은 다를 수 있지만, 본질적으로 같은 결을 위해 노력했다"라고 소개했다. 정우성은 여기에 더해 "이게 90년대 작품인 만큼, 그 시대와 지금은 다른 정서다. 원작에서 소통의 의미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그 의미를 가지고 왔지만, 원작의 특별한 신을 재연출하거나 그런 것은 없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새로운 표현과 차진우의 감정에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
끝으로 김윤진 감독은 이번 작품의 제주도 촬영분에 대한 기대를 당부했다. 제주도의 풍광을 아름답게 담아낸 것은 물론, 제주도에 간 두 인물의 분명한 목적을 그리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 김윤진 감독은 "제주도에서 두 사람이 이방인으로 존재하는, 그런 이방인으로서의 모습을 드러내고 싶었다. 서로 이방인으로 만난 두 사람 사이에 인력이 어떻게 작용하게 되는지, 또 서울에 돌아와서도 이방인의 방식으로 살아가며 어떻게 만나게 되는지에 대해 다루고 싶었다. 이들의 감정이 그 공간에 어떻게 반영되는지가 중요했다"라고 전한 바, 해당 장면에 대한 기대가 더해진다.
이어 "어느 순간 인물에게 낯선 감정을 느끼고 거리를 느끼는 순간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극 중 모은이는 그러한 관계가 별것 아닌 것처럼 성큼성큼 다가와 안녕을 말하고 진우는 그 오래된 자신의 것을 허물며 그녀를 자신의 세계에 초대할 수 있었던 용기 있는 사람이다"라며 "이제 오늘부터 이 작품을 보시는 분들께서도 그 세계를 목격하길 희망한다"라고 관전 포인트를 전했다.
한편 지니TV 새 오리지널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오늘(27일) 밤 9시 ENA 채널을 통해 첫 방송된다. 이번 작품은 ENA 채널을 통해 매주 월, 화 밤 9시에 방송된 이후 지니TV를 통해 밤 10시 30분에 공개된다.
- 하나영 기자 hana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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