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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국내 최초 자궁 이식 성공 “임신·출산도 가능”

기사입력 2023.11.17 09:58
  • 삼성서울병원이 국내 최초로 자궁 이식에 성공했다.

    삼성서울병원(원장 박승우)은 다학제 자궁이식팀이 MRKH(Mayer-Rokitansky-Küster-Hauser) 증후군을 가진 35세 여성에게 지난 1월 뇌사자의 자궁을 이식해 10개월째 별다른 거부반응 없이 안정적으로 이식 상태를 유지 중이라고 17일 밝혔다. 현재 환자는 월경 주기가 규칙적으로 이식된 자궁이 정상 기능 중이며, 최종 목표인 임신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삼성서울병원 다학제 자궁이식팀이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서울병원
    ▲ 삼성서울병원 다학제 자궁이식팀이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서울병원

    MRKH 증후군은 선천적으로 자궁과 질이 없거나 발달하지 않는 질환으로, 학계는 여성 5,000명당 1명꼴로 발병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대개 청소년기 생리가 시작하지 않아 찾은 병원에서 우연히 발견하는 경우가 많은 해당 증후군은 난소 기능은 정상적이어서 호르몬 등의 영향이 없고, 배란도 가능하다. 이론적으로 자궁을 이식받으면 임신과 출산도 가능하다.

    자궁 이식은 전 세계적으로 지난 2000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시도되었지만, 당시 환자는 이식 100일 만에 거부반응으로 이식한 자궁을 떼어내 안착에는 실패한 것으로 보고됐다. 이후 2014년 스웨덴에서 자궁 이식과 더불어 출산까지 성공하면서 본격적으로 세간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현재는 관련 근거가 쌓이면서 이식 성공 사례도 점차 늘고 있다. 미국 베일러 대학병원(Baylor University Medical Center)이 2021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9년 사이 이 병원에서만 20명에게 자궁 이식이 시도돼 14명이 이식에 성공했고, 이 중 11명(79%)이 출산까지 마친 것으로 보고됐다.

    지난 9월 미국에서 개최된 국제 자궁이식학회에서 전 세계적으로 삼성서울병원 성공 사례를 포함해 109건에 이르는 것으로 발표되었으며, 세계적으로 재이식 시도는 삼성서울병원의 ‘이번 사례가 처음’으로 알려졌다.

    박재범 이식외과 교수는 “자궁 이식은 국내 첫 사례이다 보니 모든 과정을 환자와 함께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간다는 심정으로 신중에 신중을 거듭했다”며 “첫 실패의 과정은 참담했지만, 환자와 함께 좌절하지 않고 극복하여 무사히 자궁이 안착되어 환자가 그토록 바라는 아기를 맞이할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유영 산부인과 교수는 “환자와 의료진뿐 아니라 연구에 아낌없이 지원해 준 후원자들까지 많은 분들이 도움 주신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라며 “어려운 선택을 한 환자와 이를 응원한 많은 사람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남은 과정 역시 희망이 계속되길 함께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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