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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원장 박승일)이 국산 의료 로봇을 이용한 협심증 환자의 심장 스텐트 시술에 국내 처음으로 성공했다고 15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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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이승환·김태오 교수팀은 국내 의료진이 개발한 국산 관상동맥중재술 보조 로봇을 이용해 협심증 환자를 치료했다. 해당 환자는 합병증 없이 시술 후 하루 만에 건강하게 퇴원했다.
이승환 교수는 “로봇을 이용한 미세조정을 통해 환자의 병변에 오차 없이 스텐트를 정확하게 삽입했고 환자도 합병증 없이 건강하게 퇴원했다”며, “관상동맥중재술 보조 로봇을 이용하면 보다 정교하게 시술할 수 있어 관상동맥 병변이 복잡하거나 어려운 고위험 환자분들도 더욱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이번 시술이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외국산에 의존하던 로봇 시장에서 국내 의료진이 개발한 국산 관상동맥중재술 ‘1호 로봇’을 이용한 시술인 만큼 더욱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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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수술에 사용한 로봇은 서울아산병원 의공학연구소 최재순·심장내과 김영학 교수팀이 개발한 관상동맥중재술 보조 로봇 ‘에이비아(AVIAR)’로 지난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았다. 현재 서울아산병원, 은평성모병원에서 실증임상 연구를 위한 실제 시술에 활용되고 있으며, 미국, 유럽 등 해외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관상동맥중재술은 머리카락처럼 가느다란 장비를 미세혈관에 집어넣어 진행해 숙련된 의료진의 술기가 중요하며, 스텐트가 정확한 위치에 도달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엑스레이 투시 영상을 반복 촬영하다 보니 방사선 노출 위험이 크다.
관상동맥중재술 보조 로봇은 조이스틱과 같은 핸들을 조종해 환자의 관상동맥 내 목표 병변까지 유도 철사를 넣은 뒤, 혈관 확장을 위한 풍선과 스텐트를 진입시킨다. 핸들은 한 번 움직일 때마다 1mm씩 오차 없이 이동하며, 시술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미세한 감각을 실제 손으로 느끼게 해주는 햅틱 기능이 장착되어 있어 더 정확하고 정교한 수술을 할 수 있게 돕는다.
또한, 인공지능 기반으로 시술에 필요한 각종 데이터를 표시해 의료진이 정확하게 시술 상황을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컴퓨터를 통해 시술 도중 환자의 혈관 커브를 분석하고 이상 징후가 있는지 등을 보여준다.
아울러 해당 로봇을 사용하면 의료진은 시술 때 사용되는 엑스레이 기계가 있는 곳과 떨어진 곳에서 시술할 수 있으며, 시술 시간도 단축할 수 있어 의료진과 환자 모두의 방사선 노출량 감소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밖에 기존 해외 관상동맥중재술 보조 로봇은 유도 철사와 시술 도구를 한 번에 한 개씩만 이용할 수 있었지만, 국산 관상동맥중재술 보조 로봇은 시술 도구를 최대 4개까지 복합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 복잡한 병변도 더 간편하게 시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재순 서울아산병원 의공학연구소 교수는 “관상동맥중재술 보조 로봇을 이용하면 앞으로 응급 환자를 위한 원격중재 시술이나 감염이 우려되는 환자를 위한 비대면 중재 시술이 가능하며, 원격 의료를 통해 의료 낙후 지역의 의료 수준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로봇을 더욱 발전시켜 관상동맥은 물론 다양한 뇌혈관·말초혈관 시술까지 적용할 수 있도록 발전시킬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