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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이두나!'를 본 한 시청자는 양세종이 보여준 이원준 캐릭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양세종이 말아주는 평양냉면 맛 다정(한) 남주(남자 주인공)'. 찰떡인 표현이었다. 원준이는 셰어하우스에서 두나(수지)를 만나기 전까지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고등학생 때는 조금 공부를 잘하는 편이었고, 짝사랑도 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집도 부유한 편이 아니었다. 학업을 하면서 생계도 꾸려가야 했다. 여유 없이 슴슴한 맛이었던 원준의 세계는 판타지 같은 두나를 만나 서서히 물들어 간다.
특별한 사건이 있던 것도 아니었다. 이미 물들어 버린 세상 속에서 둘은 사랑을 시작했다. 그리고 살아온 세상이 달랐던 두 사람은 서로의 손을 놓아버리게 된다. 어떤 빌런의 공격도 없었다. 양세종은 두나와 손을 잡고, 그 손을 놓아버리게 되기까지의 원준을 세심하게 담아냈다. '평양냉면 다정남주'라는 표현이 마음에 담긴 이유이기도 하다. -
Q. '이두나!'가 전 세계에 공개된 소감이 어떤가.
"감사한 마음이 큰 것 같아요. 주변 사람들에게 연락을 많이 받았고, 반복해서 봐주시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저도 두 번 정주행 했습니다. 두나(수지)의 관점과 원준이의 관점으로 볼 때 다르더라고요. 두 번째 볼 때는 울컥하지 않아도 될 장면에서도 울컥했어요. 그때는 원준이가 아닌, (양)세종이로 본 것 같아요. 볼 때마다 새롭고, 느끼는 감정도 다르더라고요."
Q. 수지와 두나가 찰떡 캐스팅이라는 호평이 많았다. 첫인상과 호흡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처음 작품 들어가기 전에 이정효 감독님과 수지 씨랑 셋이 만나서 밥을 먹었어요. 그전까지 서로 모르는 사이었어요. 제가 처음 수지 씨를 뵌 건 '백상예술대상' MC로 서 계실 때였어요. 제 주변 모든 사람이 '우와' 탄성을 질렀고, 저도 '우와' 했고요. 그래서인지 뵙자마자 '우와'라고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실제로 촬영하니 되게 털털하고 착하세요. 현장에서 분위기 메이커이기도 했거든요. 함께하는 작업 자체가 너무너무 행복했어요." -
Q. 제대 후, 로맨스 작품으로 돌아왔다. '이두나!'를 선택한 이유가 있었나.
"일단 첫 번째는 재미있었어요. 대본을 보는데 어느새 4부를 보고 있더라고요. 두 번째는 심장이 뛰었어요.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가 원준이라는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는 시기가 지금이 마지막이겠다 싶었어요. 시간이 더 흐르면 못 할 것 같았어요. 외적인 부분도 바뀌겠지만, 내적인 정서도 변하고 있거든요. 더 늦기 전에 마지막으로 20대 순수한 청년인 원준이를 그려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Q. 원준이를 준비하며 대본을 열심히 봤다고 했다. 20대 초반의 양세종 모습을 꺼낸 건가. 원준이를 준비하는 키워드가 있었을까.
"저는 그때 엄청 쾌활했어요. 지금보다 10배 정도 웃음도 많았고요. 원준이는 '순수함'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 순수성을 계속해서 가져가자고 생각하며 '이두나!'에 임했어요. 그렇다면 '그 순수성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가 제가 했던 고민이었어요. 진실되고 솔직하게 하자고 생각했습니다." -
Q. 원준이가 두나에게 사랑을 느낀 것을 자각하게 되는 지점이 있었을까.
"서서히 스며들었다고 생각해요. 관계가 변화하며 스며든 것 같아요. '좋아하게 됐구나'라는 감정보다 '이 사람에게 내가 의지가 되고 싶다, 아픔을 함께해 주고 싶다'라는 감정에 가까웠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러면서 현실을 알게 되죠. P(이진욱)를 알게 되고, 현실을 자각하게 되고요. P를 만나 처음 현실을 알았다면, 공연장에서 노래하는 두나를 보며 두 번째 자각하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나중에 한정식집에서 이야기하잖아요. 한정식집부터 지하철까지 이어지는 장면에서 눈물이 주르륵 흐르며 가슴이 이상해지더라고요."
Q. 앞선 인터뷰에서 두나와 원준이의 모습에 빠져서, 대사가 없는 장면인데도 수지와 함께 계속 대사를 하고 있었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두나랑 원준이 상황 속 지문에 '둘이 굴다리를 걷는다, 둘이 어디를 걸어간다, 어디에 앉아있다' 정말 이 정도 적혀 있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둘이 앉아있거나 걸어갈 때도 일상적인 대사들이 나오더라고요. 그게 다 담기지는 않았지만, 저도 수지 씨도 현장에 원준이와 두나로 있었던 것 같아요." -
Q. 원준이는 화낼 때도 스윗하고, 하고 싶은 말도 많은 부분 참아낸다. 실제로도 그런 편인가.
"화낼 때는 아예 다른 것 같아요. 저는 다 얘기해요. 화를 내는 게 아니라 '이랬지, 저랬지' 조곤조곤 논리적으로 다 이야기하는 편인 것 같아요.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더 모든 걸 이야기하는 편인 것 같아요. 굳이 말하지 않아야 할 부분까지도요. 좀 서툴기도 했죠. (웃음)"
Q. 과거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를 준비하던 과정이 알려지기도 했다. 육각 거울 앞에서 촛불을 켰다고. 그때의 열정에 비춰 지금의 '배우 양세종'은 어떤가.
"그때 살던 집이 옛날 기와집이에요. 기와집 가운데 거실이 있고, 거기에 육각형 거울이 있었어요. 한쪽에는 별들이 보이는 창이 있었고요. 예전에 연기를 처음 배우러 갔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봐도 한 친구가 '뭐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하더라고요. 그래서 '연기 연습 어떻게 해?'라고 물었더니, 부모님께서 주무실 때 스탠드 하나 켜놓고 대본의 정서대로 걸어본대요. 그런데 저는 집에 스탠드가 없어서 거울 앞에서 초를 켰죠. 그런데 거울에 초가 반사돼 무대처럼 너무 예뻤어요. 그날부터 3개월 동안 매일 8시간씩 연습했어요. 지금의 저는 더 좋은 연기를 보여드려야죠. 초심을 잃지 않고요. 배역에게 맞게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요즘 되게 감사함을 많이 느껴요." -
Q. 감사함을 느끼는 이유가 있을까.
"제가 정서적인 여유가 생겨서일까요? 군대 가기 전에 엄청 불안했거든요. 매일매일 불안했어요. 그런데 군대를 다녀와서 정서적으로 여유가 생기니, 다른 시선들도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배우 양세종이 아닌, 인간 양세종으로 온전히 생각할 시간을 가진 곳이 군대였거든요. 제가 축복받았던 게, 동기들도 너무 착했어요. 그래서 생각할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었어요. 덕분에 지금 삶에 대해 감사함을 느껴요. 매일 매일 그럴 수는 없어도 '행복하게 살자, 감사하며 살자'라는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Q. '이두나!' 시청자 평에 '양세종이 말아주는 평양냉면 다정남주'라는 호평이 와 닿았다. 혹시 공감하나? 차기작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나.
"다행이네요. 큰 사건이 없는 드라마잖아요. 그 말씀을 해주신 분은 감정의 흐름을 온전히 집중해서 봐주신 것 같아요. 20대 순수한 청년은 못 할 것 같고요. 30대 순수한 청년, 그보다는 제가 시간이 흐른 후 멜로를 한다면 좀 더 짙은 남성성을 띠는 멜로를 할 것 같아요.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 황정민 선배님이 보여주신 것처럼 엄청나게 짙은 색을 띠는 그런 모습이요. 기다리고 있습니다. (웃음)"
- 조명현 기자 midol1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