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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달지연 아동 치료 관련 실손보험금 지급을 거부해 논란이 된 현대해상이 국정감사를 계기로 관련 보험금을 우선 지급하겠다고 밝혔지만, 부모들의 걱정은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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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지연 문제로 병원을 찾은 아동·청소년이 4년 새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발달지연은 특정 질환 또는 장애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하는 나이에 이루어져야 할 발달이 성취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발달 선별검사에서 해당 연령의 정상 기대치보다 25%가 뒤처져 있는 아동을 ‘발달지연 아동’으로 판정하며, 이들은 치료에 의해 좋아질 수도 있지만 발달의 지연이 오래 지속된다면 발달장애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 적절한 지원과 치료가 필요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발달장애로 진료를 받은 0∼19세 아동·청소년은 모두 12만 6183명으로 집계됐다. 2018년 6만 4075명과 비교하면 4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보육 업계에서는 최근 코로나 팬데믹이 아동의 발달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보육 현장에서 마스크 사용 등을 생활화하며, 이로 인한 언어 노출이나 발달 기회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자료에 따르면 실제로 0~5세 영유아 발달지연은 전체 발달지연 인구의 약 70%, 0세~3세 영유아 발달지연은 전체 발달지연 인구 중 약 43%를 차지하고 있다.
발달지연 아동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지만, 이에 따른 정부의 법제적 지원 대책 등은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발달지연 치료의 경우 질환이나 장애 치료로 구분되지 않아, 건강보험 급여 항목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전국가구 평균소득 150%이하에게 지원하고 있는 발달재활서비스 바우처가 현재로서는 유일한 지원 항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비해 일찌감치 실손 보험을 가입한 부모도 있지만, 이들도 마냥 보험사만을 믿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린이보험 명가’라고 불려 온 현대해상조차 최근 민간 자격자에 의한 발달지연 치료 보험금 청구 건에 대해 부지급 결정을 내려 큰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실손의료보험금은 의료인의 치료 행위에 대해 지급하는 것이므로, 민간 자격자에 의한 치료 행위는 보험금의 지급 대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와 같은 부지급 결정에 부모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발달지연 치료사의 경우, 언어치료를 비롯한소수의 국가자격 치료사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민간자격을 보유한 치료사이며, 보험사가 인정하는 국가자격 치료사가 있는 병원에서 치료받는 게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힘든 일이라는 것이다. 현대해상에 갑작스러운 부지급 통보를 받은 양육자 200여 명이 모인 ‘발달지연아동 권리보호 가족연대’는 호소문을 통해 “대학병원 치료대기는 평균 2년 이상으로, 대부분의 아이는 대기를 하다가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라며, “일반 의원에서 운영하는 센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호소했다.
해당 논란으로 인해 이성재 현대해상 대표가 국정감사 출석까지 앞두게 되면서, 결국 현대해상은 한 발짝 물러나게 됐다. 민간치료사의 발달지연 아동 치료비용에 대해 제도 개선 시까지 실손보험금을 우선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현대해상은 이성재 대표가 지난달 26일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의 좌담회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약속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발달지연 아동 부모들은 현대해상의 이 같은 결정을 정치권과 부정적인 여론의 압박에 따른 일시적인 ‘임시방편’으로 보며 신뢰하지 않고 있다. 당장은 국정감사를 피하기 위해 급하게 결정을 내린 것이지만, 이후 또 어떤 까다로운 심사 기준을 제시해 보험금 부지급 결정을 내리게 될지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현재 발달지연아동 권리보호 가족연대는 발달치료 실비 부지급에 대한 반대 시위를 예고하고 있다. 관계자는 “해당 시위는 11월 중 서울 광화문 현대해상 사옥 근방에서 열릴 예정으로, 구체적인 일정과 진행 방식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 송정현 기자 hyun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