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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삽관 후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는 미숙아의 인공호흡 장치를 제거하는 발관(extubation) 시점을 결정하는 데 도움을 주는 인공지능 모델이 국내 의료진에 의해 개발됐다. 환자의 실시간 생체신호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발관 성공 예측 모델을 개발한 국내 첫 연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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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 고위험산모신생아통합치료센터 정영화·최창원 교수(소아청소년과), 디지털헬스케어연구사업부 유수영 교수, 송원근 연구원 등 연구팀은 기도 삽관 후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는 미숙아의 발관 성공률을 평가하는 모델을 개발해 저명 국제학술지 ‘International Journal Of Medical Informatics’ 최신 호에 보고했다고 23일 밝혔다.
연구팀은 2003년부터 2019년까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태어난 32주 미만의 미숙아 중 기도 삽관 후 침습적 인공호흡기를 사용한 678명의 데이터를 활용, 심장박동·호흡 등의 생체 신호를 분석해 발관 성공 여부를 예측하는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미숙아는 출생 후 호흡기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해 정상적으로 자가 호흡이 가능할 때까지 기도 삽관 후 인공호흡기를 사용하게 된다. 하지만 인공호흡기를 통해 숨을 쉬는 기간이 필요 이상으로 길어지면 폐가 정상적으로 성장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최소한의 기간만 사용하고 발관(제거)하는 것이 좋다. 반대로 발관이 너무 이르게 이뤄질 경우 저산소증과 고이산화탄소혈증이 발생해 뇌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고, 기관지폐이형성증의 발생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이에 인공호흡기는 최적의 발관 시점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없어 주치의의 판단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1,000g 미만의 미숙아에서 발관 후 이를 유지하는 데 성공할 확률은 평균 60~73% 수준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번에 개발한 발관 성공 예측모델 ‘NExt-Predictor’은 정확도를 나타내는 곡선하면적(AUC) 0.805, 정밀도(precision)는 0.917 수준으로 매우 뛰어난 예측이 가능하다. 이러한 예측 성능은 미국의 MIMMIC-III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했을 때도 안정적으로 유지됐으며, 기본적인 생체 신호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별도의 장비가 필요하지 않은 장점도 있다.
정영화 교수는 “인공호흡기를 쓰는 미숙아는 빨라도, 늦어도 안 되는 최적의 시점에 인공호흡기를 떼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에 대한 정확한 기준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만큼, 발관 성공 가능성을 예측해 주는 인공지능이 의료 현장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해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