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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원의 Eye-T] 한국 안보 강화에 투입된 AI 지원군

기사입력 2023.10.18 14:21
하마스에 깨진 이스라엘 ‘아이언돔’ 신화, 한국엔 ‘AI 이등병’이 있다
  • [편집자 주] ‘김동원의 Eye-T’는 IT 소식을 직접 눈(Eye)으로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유용한 IT 기술과 솔루션을 쉽고 자세하게 보여드리겠습니다.

  • 북한이 공개한 서부전선방어부대들의 화력타격훈련 사진.
    ▲ 북한이 공개한 서부전선방어부대들의 화력타격훈련 사진.

    이스라엘 요격시스템 ‘아이언돔’이 무너졌습니다. 한 발당 생산비가 100만 원에도 미치지 않는 초저가 무기에 말이죠.

    아이언돔은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로켓 공격 등에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저고도 요격 방어 체계입니다. 2007년부터 미국과 함께 개발해 2011년 실전 배치됐습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4차례에 걸쳐 중첩 방어하는 시스템을 갖췄죠. 팔레스타인 로켓 공격에 90% 이상의 요격률을 자랑해왔습니다.

    하지만 첨단 방어 체계도 물량 공세를 막진 못했습니다. 아이언돔 레이더는 분당 최다 200개의 표적을 탐지·추적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포탄이나 미사일, 로켓 등을 분당 200개까지 탐지할 수 있단 것이죠. 그 이상이 날아오면 요격이 어렵습니다. 하마스는 개전 첫날 최대 5000발 이상의 로켓을 이스라엘에 퍼부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아이언돔 레이더는 많은 물량을 다 감지하지 못했고, 결국 무너져내렸습니다. 하마스가 쏜 주력 로켓은 ‘깟삼 로켓(Qassam Rocket)’이었는데요. 생산비 100만 원 미만의 초저가 무기입니다. 저렴한 무기에 첨단 시스템이 깨져버리고 만 것이죠.

    ◇하마스 공격이 한국에 준 울림

    이스라엘 사례는 한국에 주는 울림이 큽니다. 6·25전쟁 당시 중공군의 물량 공세에 당한 이력이 있어서만은 아닙니다. 연평도 포격전처럼 북한은 언제나 우리를 공격할 수 있고, 재래식 무기를 사용한 물량 공세부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처럼 고성능 무기로 우리를 위협할 수 있어서입니다.

    실제로 비무장지대(DMZ) 부근에는 북한 장사정포 1100문이 배치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수도권에 1시간 내 최대 1만 6000발의 포탄을 쏠 수 있고, 개전 10분 안에 5200발을 쏠 수 있단 얘기도 있습니다. 게다가 이 무기들을 감시하긴 쉽지 않습니다. DMZ 일대는 산악지형으로 아무리 감시장비를 잘 배치해도 사각지대가 존재합니다. 필자도 군 복무 시절 GP 관측장교로 근무를 한 경험이 있는데, 북한의 GP초소나 무기는 갱도 내 위치해 있어 감시하기 어려웠었습니다. 여기에 북한은 수많은 중·단거리 탄도 및 순항미사일을 개발하고 열차 등에서도 미사일을 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며 우리 감시망일 지속 피하고 있습니다. 최원상 한성대학교 국방과학대학원 교수는 “GOP 등에 자동화 경계 시스템 등이 가동되고 있다고 하지만, 실제 현장에 가보면 사각지대가 많다”며 “현재 많은 기술을 도입하고 있지만, 군 경계는 사실상 사람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의 방어체제 상황은 어떨까요? 한국은 2020년부터 한국형 아이언돔이라 불리는 ‘장사정포 요격체계(LAMD)’를 개발해왔습니다. 2026년 개발 완료가 목표였지만, 2029년 전력화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LAMD는 말 그대로 북한의 장사정포를 요격하기 위한 시스템입니다. 국산 함정에 탑재되는 요격미사일을 개량한 ‘해궁(K-SAAM)’ 등이 탑재된 LAMD를 서울과 수도권에 수십 기 배치해 북한의 도발을 막겠다는 것이죠. 하지만 해궁 미사일이 1발 당 10억 원에 달해 운용비가 부담스럽고 하마스와 같은 물량 공세를 잘 방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지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16일 열린 국회 국방위의 방위사업청 국감에서는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스라엘은 정보력과 군사력이 뛰어난 나라지만 너무나도 허무하게 뚫렸다”며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라고 하는 게 과연 많은 돈을 들여서 어느 정도 완료가 됐을 때 비용 대비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엄동환 방위사업청장은 “장사정포 요격체계는 이스라엘의 아이언돔과 달리 대화력전을 하기 전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국가적·군사적으로 중요한 시설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며 “민간인 피해는 다수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답변했습니다. 중요한 시설은 방어할 수 있지만, 민간인 피해는 있을 수 있다고 시인한 것이죠. 국민의 생명도 지켜줄 것이라고 믿은 이들에겐 어쩌면 배신감이 들었을 수도 있는 말이었습니다.

  • 서해 동창리 발사장 신설 모습을 인공위성 영상 분석으로 알아낸 모습. /SIA
    ▲ 서해 동창리 발사장 신설 모습을 인공위성 영상 분석으로 알아낸 모습. /SIA

    ◇‘AI 이등병’의 출현, 감시망을 강화하다

    사실 전쟁은 큰 피해를 초래합니다. 재산과 생명 등 많은 것을 빼앗아 가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전쟁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고, 북한의 도발도 사전에 감지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방법이 있을까요?

    북한 도발 감시망을 좁히는 연구는 많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최근 뜨거운 관심을 받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AI 기술이 잘할 수 있는 것은 인식, 탐지, 분류 등인데요. 이러한 AI를 감시 카메라나 인공위성과 결합해 감시망을 좁히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 AI 특징은 전력만 안정적으로 공급되면 24시간 지치지 않고 근무할 수 있다는 점인데요. 이 덕분에 24시간 지치지 않고 장병을 보조해 북한을 감시하는 ‘AI 이등병’이 완성되고 있습니다.

    우선 AI는 위성과 탑재돼 북한 전역을 감시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북한의 도발은 DMZ 부근에서만 100% 이뤄진다고 볼 수 없습니다. 장거리 미사일로도 도발할 수 있고, 잠수함 등을 활용할 수도 있죠. DMZ만 감시한다고 안전하다고 볼 수 없는 겁니다. 하지만 DMZ에 설치된 감시망은 거리에 한계가 있어 그 이면은 다 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북한 전역을 볼 수 있는 위성이 필요한 겁니다.

    위성을 활용하면 북한의 이상징후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잠수함 기지에 잠수함들이 없거나, 군사 공항에 평소보다 사람이 많고 연료가 많이 운반되면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겠죠. 아무것도 없던 산에 길이 생기고 콘크리트 건축물이 생긴다면 미사일 발사대가 생긴다고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위성영상을 활용해 분석할 수 있는 겁니다.

    하지만 이론처럼 쉽지 않습니다. 가격과 화질 등의 문제가 있어서입니다. 우선 위성 영상은 고해상도 위성과 저해상도 위성으로 나뉩니다. 이 영상에서 찍은 영상으로 북한의 변화를 탐지하려면 각각의 문제가 있습니다. 고해상도 위성은 면적이 작고, 저해상도 위성은 화질이 낮아서지요. 망원경 렌즈과 비슷합니다. 넓은 화면을 찍을 때는 해상도가 좋지 않고, 반대로 해상도를 높이려면 좁은 화면만 촬영할 수 있는 것이지요. 이 때문에 고해상도 위성은 지구 분석과 변화 탐지에 용이한 데이터를 만들지만 그 범위가 작고, 반대로 저해상도 위성은 많은 범위를 촬영할 수 있지만 해상도가 낮아 이 데이터를 가치 있게 분석하기가 힘듭니다. 국방 분야에 사용하려면 적의 비행기, 배, 차량 등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저해상도 위성이 촬영한 영상에서는 이를 분석하기가 어렵습니다.

    이 문제를 푼 녀석이 AI 이등병입니다. 국내 위성영상 분석업체인 ‘에스아이에이(SIA)’는 저해상도 위성이 촬영한 영상의 데이터 품질을 높일 방법을 찾았습니다. 저해상도 위성 영상 화질을 높일 수 있는 초해상화 기술 ‘슈퍼 X’(SuperX)를 개발한 것이지요. 이를 토대로 미국 민간위성 기업 ‘플래닛 랩스’(이하 플래닛)가 촬영한 위성 영상을 토대로 북한을 감시하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슈퍼X는 위성이 촬영한 영상의 데이터 품질을 높일 수 있는 ‘초해상화 기술’입니다. 화질 영상을 고화질 처리해 재생하는 AI 기반 실시간 업스케일 기술인 ‘슈퍼 레졸루션’과 비슷합니다.

    SIA는 위성 분야 양대산맥이라 불리는 플래닛, 막사 테크놀로지스와 함께 북한 감시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플래닛이 촬영한 위성 영상에 초해상화 기술을 적용, 북한 전역을 광역 감시해 변화를 분석합니다. 여기서 포착된 변화 지역에는 막사 테크놀로지의 초고해상도 영상(0.3m 해상도)으로 추가 이상징후 분석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무인 미사일 등 다양한 미사일을 어디서 발사할지 모르므로 넓은 범위를 촬영하는 플래닛과 막사 테크놀로지 위성 영상을 통한 감시 체계를 마련한다는 방침인 것이죠. 이를 위해 양사와 모두 파트너십 체결도 했습니다.

    여기선 또 다른 AI 이등병이 활약합니다. 위성으로 촬영한 영상을 분석하는 것은 사람도 할 수 있지만, 놓칠 수 있는 부문도 있습니다. 워낙 영상 데이터가 큰 탓이죠. AI 이등병은 여기서 위성 영상을 분석하는 판독관을 도와 이상 변화를 탐지하고 분석하는 역할을 합니다. 적의 비행장, 항구, 잠수함 기지 등 중요시설을 AI가 실시간으로 분석·감시하는 것이죠. 우주 기술과 AI 기술이 합쳐 북한의 위협을 사전 대비하는 겁니다.

  •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는 과정을 인공위성 영상 분석 기술로 알아낸 모습. /SIA
    ▲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는 과정을 인공위성 영상 분석 기술로 알아낸 모습. /SIA

    ◇군사 지역에 배치되는 AI 이등병, 새로운 지원군 되다

    AI 이등병은 DMZ 근방에서도 근무합니다. GOP 등 경계초소에 설치된 포지셔닝 카메라가 촬영한 영상을 AI로 분석해 이상현상을 감지하는 것인데요. 기존에는 용사가 카메라에서 촬영되는 영상을 지속해서 관측해 이상현상을 탐지했다면, 이제는 AI가 용사를 보조한다고 보면 됩니다. 사람은 아무래도 잠시 딴짓을 할 수 있고 근무 시간 동안 100% 집중해 영상을 관측하기 어려운데, 이를 AI가 보조해 이상 현상이 있으면 해당 내용을 별도로 표시해주고 알람 소리로 알려주는 겁니다. 사람과 AI가 협업한 이중 감시 체계가 이뤄지는 것이죠.

    실제로 이러한 기술은 DMZ 근처에 탑재돼 있습니다. 국내 비전 AI 기업 인텔리빅스 관계자는 “군에서 사용하는 포지셔닝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AI가 분석하는 기술을 공급했다”면서 “영상에 촬영된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이상 상황을 알려줌으로써 사람이 하던 방식에 정확도를 더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기술은 감시하는 임무 외에도 추적 역할도 할 수 있습니다. 카메라에 촬영된 특정 개체를 지속 추적해 영상을 표출해주는 것이죠. 귀순자가 남하하거나 적이 이상한 움직임을 보였을 때 계속 위치를 추적해나가 지속 감시할 수 있습니다. 인텔리빅스 관계자는 “군 감시망에 지능형 영상분석 기술을 더했다고 보면 된다”면서 “귀순자가 접근하거나 적이 침입하는 등 이상현상이 생기면 이를 탐지해 즉시 관제 쪽에 알려 신속 대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최원상 한성대 국방과학대학원 교수는 여기에 더해 발전된 군 경계 시스템을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도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AI 등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만든 감시 체계 인프라를 보호할 방안도 필요하다는 겁니다. 그는 “하마스가 국경을 넘을 때 먼저 한 것은 아이언돔 감시 카메라 파괴였다”며 “드론으로 감시 카메라를 먼저 파괴하다 보니 이스라엘의 최고 첩보기관 ‘모사드’도 하마스의 공격 내용을 늦게 파악했고, 현장 조치가 늦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국내에서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감시 체계가 개발·상용화되고 있는데, 실제 전쟁 상황에서 이 기술들이 제대로 동작하도록 인프라를 보호하는 방안도 강구돼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아직 완전하진 않지만, AI 이등병은 현장 데이터를 수집하고 고도화하며 다양한 군사 지역에 배치되고 있습니다. 이들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강구된다면 우리 안보는 기존에 없던 지원군을 맞이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 ‘김동원의 Eye-T’는 IT 소식을 직접 눈(Eye)으로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유용한 IT 기술과 솔루션을 쉽고 자세하게 보여드리겠습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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