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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보면 몽환적인 냉미녀 얼굴이고 또 어찌 보면 청순한 요정미가 느껴진다. 배우 정소민은 이런 비주얼을 가지고 코믹까지 해내는 배우다. 오랜만에 소화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 '30일'에서는 야성미까지 풍긴다. 그 어떤 출연작보다 진하고 골 때리는 로맨스를 선보인 정소민과 영화 개봉 전 인터뷰를 진행했다.
'30일'은 이혼숙려기간 30일에 돌입한 두 남녀가 교통사고를 당해 동시에 기억상실증에 걸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그 누구보다 뜨겁게 사랑해 결혼했건만, 함께 살면 살수록 서로가 지긋지긋해진 두 사람. 사랑은 했던 걸까 싶을 정도로 매일이 전쟁의 연속이다. 그러다 함께 기억상실을 겪고, 잊고 있던 감정이 되살아난다.
극 중 정소민이 연기한 '나라'는 본업에 충실하고 매사 똑 부러지는 당당한 성격이지만, 은은한 광기를 자랑하는 영화 PD다. 결혼까지 파투 내고 전 연인 '정열'(강하늘)에게 왔건만, 결혼 생활이 생각처럼 풀리지 않고 결국 이혼을 결심하는 인물이다. -
작품은 두 남녀가 얼마나 뜨겁게 사랑했는지, 그리고 그 사랑이 얼마나 차갑게 식었는지를 보여주며 공감대를 이끈다. 그 속에서 코믹을 적절히 섞어 웃음을 유발한다. 정소민 역시 '30일' 대본을 처음 봤을 때 빨려 들어갔다고 했다. 당돌한 성격의 나라도 마음에 들었다.
"'30일'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대본이 너무 재밌게 읽혔다는 거예요. 두 번째는 캐릭터였고요. 저도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작품과 캐릭터를 보는 눈이 변화하고 있는 것 같아요. 요즘에 제가 매력을 느끼는 캐릭터는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역할이에요. 나라 역시 제가 재밌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출연하게 됐어요." -
나라는 일할 땐 똑 부러지지만, 어떤 순간에는 광기마저 느껴진다. 그 광기가 폭발한 장면이 야구장 살풀이 신이다. 실연의 아픔을 잊기 위해 야구장에서 분노의 춤을 추는 장면이다. 나라는 그 정도로 감정을 스스럼없이 표현하는 인물이다. 정소민은 그런 나라의 모습이 자신과 달라 매력이 있었다고 말했다.
"나라와의 싱크로율요? 다른 부분이 훨씬 많은 것 같아요. 일단 저는 야구장 스크린에 제가 잡히는 순간 도망갈 것 같아요.(웃음) 게다가 저는 평소에 술을 거의 못 하거든요. 자기 검열과 필터링이 많은 성격이기도 하고요. 나라와 비슷한 포인트가 있다면, 내가 한 선택에 책임을 지고 최대한 후회없이 하려는 부분이 비슷하지 않나 싶어요." -
'30일'은 영화 '스물'에서 호흡을 맞춘 강하늘과 정소민의 재회작이다. 스물에 이어 '30일'에서 만났으니 다음 순서는 '40'이라는 농담도 나왔다. 정소민은 "마흔이 되면 '불혹'이라는 제목으로 격정 멜로는 식상하니까 '걱정 멜로'를 하자는 농담도 했다"며 웃어 보였다.
"하늘이를 다시 만나게 돼서 든든한 마음이 컸어요. 동료 배우를 처음 만나면 서로 알아가는 시간도 필요하고 신뢰를 쌓는 과정이 필요하잖아요. 고맙게도 '스물'에서 함께 해봤기 때문에 그런 과정을 생략한 채로 시작할 수 있었어요. 대화를 많이 하지 않아도 서로 알 수 있는 부분이 가장 편했죠." -
배우 중에서도 같은 상대역을 다시 만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유독 정소민에겐 그런 경험이 많았다. 워낙 상대 배우와의 케미가 좋았던 탓일까, 강하늘을 비롯해 네 명의 배우와도 작품에서 재회했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저는 은근히 두 번씩 만난 분들이 많아요. 하석진 오빠도 그렇고, 서인국 씨, (김)지석 오빠, (이)준호 씨도 두 번씩 만났어요. 그중에서 가장 케미가 좋았던 배우요? 그건 노코멘트할게요.(웃음)" -
지난해 드라마 '환혼'으로 연기 변신에 나섰던 정소민은 시즌1을 마친 후 연극 무대로 향했다. '셰익스피어 인 러브'를 통해 처음으로 무대를 경험했다. 당시 '30일' 촬영과 공연 연습이 겹쳐 쉴 새가 없었던 정소민은 "그 덕에 두 작품이 쌍둥이처럼 느껴진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처음에는 무대 연기다 보니까 걱정이 됐던 것도 있어요. 오히려 공연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근본적인 게 가장 중요하다'는 깨달음이었어요. 이 캐릭터와 작품에 대한 애정과 태도, 이런 것들이 배우에게 가장 중요하구나라는 걸 느꼈거든요."
"무대 연습하면서 정말 행복하고 힐링이 되는 시간이었고, 좋은 사람들이 모여서 무언가를 만들어간다는 게 이렇게까지 행복할 수 있구나라는 걸 알게 됐어요. 기회가 되면 무조건 연극을 또 하고 싶어요." -
정소민은 장르와 매체를 오가며 배우로서 도전하고 있다. 차기작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지 물었다. 정소민은 "안 해본 것들을 많이 하고 싶다"며 또 다른 도전을 기대케 했다.
"장르적인 건 완전히 열려 있는 상태에요. 최근에 제가 캐릭터의 성향에 끌린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당분간은 능동적인 캐릭터에 끌릴 것 같고, 냉철을 넘어선 냉혹한 캐릭터도 한 번쯤 해보고 싶어요. 또 몸이 힘들어지기 전에 액션도 보여드리고 싶고요."
- 이우정 기자 lwjjane864@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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