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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이 슌지 감독이 상처를 어루만지는 법…'키리에의 노래' [종합]

기사입력 2023.10.06.19:00
  • 사진 : 디지틀조선일보DB
    ▲ 사진 : 디지틀조선일보DB

    "큰 피해를 본 사람도, 작은 피해를 본 사람도 있다. 그리고 그곳에 있지 않았던 사람 역시도 (지진으로 인한) 개인적인 체험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것을 고민하며 '키리에의 노래'를 만들게 됐다."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상산업센터에서 영화 '키리에의 노래' 기자간담회에서 이와이 슌지 감독이 밝혔다. 이날 현장에는 이와이 슌지 감독을 비롯해 배우 아이나 디엔드, 마츠무라 호쿠토, 히로세 스즈가 참석했다. '키리에의 노래'는 말을 잃고 노래로 소통하는 길거리 뮤지션 키리에(아이나 디 엔드)와 꿈도 이름도 잃고 방황하는 잇코(히로세 스즈), 사랑을 잃고 기다리는 나츠히코(마츠무라 호쿠토)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키리에의 노래'는 일본에서 벌어진 대지진을 중심에 둔 작품이다. 이와이 슌지 감독은 자신의 고향이 지진의 큰 피해를 본 '센다이' 지역임을 밝히며 큰 충격을 받고 '꽃이 핀다'라는 곡을 썼음을 전했다. 이어 "언젠가 본업인 영화로 이 주제를 맞이하지 않을까 싶었다. 큰 지진을 테마로 표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개인적인 차원에서 그 지진을 어떻게 맞이하는지라는 생각에 이번 작품을 제작하게 됐다"라며 "모두 해결된 문제가 아니지만, 계속해서 해결해 나가야 할 몫이기에 지금 개봉하게 됐다"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아이나 디 엔드는 길거리 뮤지션 키리에 역을 맡아 직접 여섯 곡의 노래를 작업했다. 그는 "다른 활동을 하며 노래를 제작했다. 다른 활동을 하며 노래를 제작해서, 한밤중에 집에서 기타를 들고 입에 수건을 앙 물고 연습했다. 키리에는 노래 외에 말을 하지 못하는 캐릭터이기에 노래의 기술이나 아름다운 멜로디보다 내장에서, 영혼에서 우러나오는 감정의 극치가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노래를 제작했다"라고 전했다.

  • 아이나 디 엔드의 말처럼 '노래'는 '키리에의 노래'에서 가장 중요한 일부가 됐다. 이와이 슌지 감독은 "영화를 본다는 마음과 공연을 본다는 마음, 그 두 가지 마음으로 극장에 오셨으면 좋겠다"라고 '키리에의 노래'를 설명하기도 했다. 키리에의 곡 여섯 곡 중 한 곡의 작사에 참여하기도 했던 이와이 슌지 감독은 "'혼자가 좋아'라는 곡이다. '우리 앞으로도 소중한 친구로 남자'라는 식의 대화를 나누는 웃기기도 한 장면에서 나오는 곡이다. 대본에 시처럼 이런 곡이기를 바란다고 적어두었는데, 이를 모티브로 아이나 디 엔드가 작업해 주었다"라고 에피소드를 전하기도 했다.

    국내에서 '바닷마을 다이어리' 등의 작품으로 큰 사랑을 받은 히로세 스즈는 잇코 역을 맡아 다양한 모습을 선보인다. 그는 "잇코의 화려한 모습은 일종의 가면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코스프레를 즐긴다는 마음으로 연기에 임했다"라고 캐릭터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또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함께 '부산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며 "간장 게장 맛집을 물어봤다"라는 말로 현장을 웃음 짓게 하기도 했다.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스즈메의 문단속'에 목소리로 참여한 마츠무라 후코토는 나츠히코로 합류했다. 마츠무라 후코토는 "이번 작품을 통해 '스즈메 문단속' 당시 큰 사랑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어서 행복하다. 실감할 기회가 많지 않은데, SNS를 통해 한국 관객의 응원 메시지를 받고 믿을 수 없을 만큼 기쁘다고 생각했다"라고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키리에의 노래'에는 파란색이 중요하게 사용된다. 이와이 슌지 감독은 "키리에가 떠돌아다니며 노래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그런데 이를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갑갑한 삶이 아닌, 푸른 하늘 아래가 모두 자기 집인 여자 아이를 담고 싶었다. 푸른 하늘을 반사한 것으로 푸른 색을 사용했다"라는 남다른 의미를 전했다.

    아이나 디 엔드는 '키리에의 노래'를 만나게 될 관객에게 뜻깊은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땅을 보면 땅에는 끝이 있다. 다만 하늘에는 끝이 없다. 하늘의 끝은 만진 적없고, 무제한이다. 키리에는 마지막에 갈수록 위만 보고 노래한다. 그건 의도한 것이 아니다. 후반에서 PD님의 노래, 감독님의 세계관이 그렇게 만드신 것 같다. 이 작품을 보고 조금이라도 위를 보며 지내길 바란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한편, '키리에의 노래'는 '러브레터', '릴리슈슈의 모든 것' 등의 작품으로 한국에서도 큰 사랑을 받아온 이와이 슌지 감독의 신작으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 영화의 창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이는 오는 10월 개봉해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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