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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이 수전증·파킨슨병 등 뇌 신경계 퇴행성 질환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초음파 뇌수술’을 최근 시작했다고 4일 밝혔다. 초음파 뇌수술은 전신마취와 두개골 절개 없이 진행되는 무혈 수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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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은 초음파 뇌수술을 위해 뇌의 비정상적 기능을 유발하는 해부학적 위치에 고강도 집속 초음파로 에너지를 전달하는 장비인 ‘엑사블레이트 뉴로(ExAblate Neuro) 4000’을 최근 도입했다. 환자 머리에 헬멧 형태의 초음파 변환기를 고정한 후 높은 주파수(650Khz)의 초음파를 조사하면, 파동이 수렴되는 특정 지점에서만 열 소작이 일어나 뇌 속 표적 조직을 제거하게 된다.
전신마취 후 두개골을 직접 열어 뇌에 탐침을 삽입해야 했던 기존 뇌수술과 달리 칼을 대지 않고 수술이 진행되는 초음파 뇌수술은 감염 위험이 없고, 다른 인접 조직에 손상을 주지 않으면서 뇌 기능 이상을 유발하는 특정 조직만 정확히 제거할 수 있어 부작용이 적다.
또한, 자기공명영상(MRI) 유도하에 시행되므로 실시간으로 수술 부위를 모니터링하면서 표적 조직의 정확한 위치와 온도 변화를 확인할 수 있어 더욱 정밀하고 안전한 치료가 가능하다. 수술 시간이 짧고, 수술 직후 빠르게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어 환자의 심적 부담도 줄어든다.
병원 측은 초음파 뇌수술이 손 떨림 증상이 심한 수전증 환자나 약물 치료 효과가 없거나 약물 부작용이 있는 파킨슨병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치료법이라며, 특히 뇌심부자극술이 필요하지만, 수술에 대한 부담이 큰 고령 환자나 항혈소판제제 및 항응고제를 복용해 수술이 어려웠던 기저질환자도 초음파 뇌수술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상용 서울아산병원 신경외과장은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뇌 신경계 퇴행성 질환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고령 환자들은 두개골을 열고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다. 초음파 뇌수술은 이러한 개두술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라며, “강박장애·우울증·뇌종양 환자 등 다양한 뇌 질환 치료에 확대 적용하기 위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더 많은 환자가 위험 부담이 적은 초음파 뇌수술을 통해 치료받을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