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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즈포스의 최대 연례행사 ‘드림포스 2023’가 지난 12일(현지시간)부터 3일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렸다. 샌프란시스코 최대 IT 행사이자 축제로 불리는 행사다. 인공지능(AI)을 주제로 열린 올해 행사엔 전 세계에서 4만 명 이상이 참가했다.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최고경영자(CEO)의 기조연설에 수많은 인파가 모여 행사장을 나가기까지 약 20분이 소요될 정도였다. 행사에는 배우 매튜 맥커너히와 오스카상을 수상한 스파이크 리 감독과 같은 할리우드 스타뿐만 아니라 샘 알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등 75명 이상의 AI 전문가가 연사로 나왔다.
세일즈포스는 마케팅에 능한 회사다. 대중에게 생소할 수 있는 고객관계관리(CRM) 기술을 공급하면서 귀여운 캐릭터들을 마케팅 요소로 사용한다. 이번 행사에서도 세일즈포스의 상징인 캐릭터들이 곳곳에 등장했고, 주제가 AI인 만큼, 세일즈포스의 AI 상징 캐릭터인 ‘아인슈타인’을 행사장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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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세일즈포스 단일 행사인데, 행사장엔 다른 회사 광고 투성이었다. 컨퍼런스가 열리는 모스코 센터(Moscon Center) 주변과 행사장에는 세일즈포스가 아닌 다른 회사 광고가 가득했다. 그것도 단순한 광고가 아닌 그 회사 대표나 직원 얼굴이 새겨져 있었다. 심지어 건물 3층 정도 크기의 현수막에 다른 회사의 이름과 경영자, 엔지니어 등의 사람 얼굴이 있었다.
물론 이러한 인물들 사이에는 마크 베니오프 CEO도 아니고, 세일즈포스 엔지니어는 없었다. 3층 건물 크기의 현수막에는 e.i.f Beauty나 Ahold Delhaize 등 국내에선 생소한 기업 엔지니어들의 얼굴이 홍보돼 있었다. 해외 지사에서 온 세일즈포스 관계자조차 “내 얼굴이 현수막으로 제작돼 건물을 장식하고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세일즈포스의 행사였지만 주연은 다른 기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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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기엔 세일즈포스의 고도의 전략이 숨어 있었다. 사실 드림포스 광고에 다른 기업들이 장식돼 있던 것은 세일즈포스의 실수(失手)가 아니라 다 계획된 수(數)였다. 드림포스에 장식된 인물들은 모두 세일즈포스의 고객사였다. 고객을 중시하는 세일즈포스가 샌프란시스코 최대 IT 행사에 고객사의 이름과 얼굴을 내걸어 ‘고객들의 축제’로 변모시킨 것이다.
세일즈포스는 1999년 설립 후 고객관리체계(CRM) 소프트웨어 시장 선두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기업이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 CRM 시장 내 점유율 1위(23.8%)를 기록했다. 회사는 이러한 성과의 이유를 고객에게 찾았다. 회사 성장 동력의 주연을 ‘고객’으로 생각하고 고객 중심 활동을 진행했다. 태블로, 슬랙, 뮬소프트 등의 기업을 인수한 것이 대표 사례다. 디지털 전환에 속도가 붙고 고객들이 데이터 분석, 가시화 시스템 등을 요구하자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업무수행 환경 구축을 지원하기 위해 해당 기업들을 인수한 것이다. 이를 통해 고객들은 세일즈포스 솔루션 하나로 다양한 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세일즈포스의 철학이 드림포스 행사에도 담긴 것이다.
정찬종 세일즈포스코리아 차장은 “세일즈포스 행사에 다른 기업 관계자들 얼굴이 크게 걸려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세일즈포스는 고객 성공을 회사 성공으로 여기고 ‘어떻게 하면 고객이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 기업”이라며 “우리 회사의 주연은 고객이므로 당연히 드림포스의 주연도 고객으로 구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김동원 기자 thea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