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

디지털 헬스, 국민 모두의 나이팅게일

기사입력 2023.09.18 21:55
NIPA, ‘KHF 2023’에서 닥터앤서 등 디지털 헬스 성과 대공개
암 등 주요 질환 예측·진단·예후 관리 솔루션, 연극처럼 보여줘
  • KHF 2023 전시회에서 NIPA가 디지털 헬스 산업의 긍정 사례를 연극처럼 보여주고 있다.
    ▲ KHF 2023 전시회에서 NIPA가 디지털 헬스 산업의 긍정 사례를 연극처럼 보여주고 있다.

    #1. 뇌경색으로 남편이 쓰러졌다. 재빠르게 보호자가 구급차를 부른다. 상황이 급박하다. 시간이 조금만 지연돼도 환자 증상이 심해진다. 사망할 수도 있다. 골든타임 확보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병원에 도착했다. 의사 선생님이 환자 상태를 올바르게 파악하려면 쓰러지고 나서 얼마나 시간이 경과 됐는지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고 한다. 이를 위해 남편의 상태를 파악하고 나에게 시간을 물어본다. 당황해서 잘 모르겠다. 그런데 지금 이 상황에서도 시간은 지나간다. 불안하다. 남편이 쓰러진 시간을 정확히 모르는 내가 원망스럽다.

    #2. 대학에 들어간 지 1년 만에 군대에 갔다. 힘들다. 하지만 국가를 지킨다는 자부심도 있다. 날 키워준 부모님과 내 주변인이 오늘 하루도 편안하게 보낼 수 있도록 나라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이 뿌듯하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종아리가 아프다. 통증이 심한데 의무대에 가면 약만 받는다. 군의관님께서 친절하게 설명해주시지만, 아픈 이유는 잘 알려주시지 않는다. 그런데 오늘 선임한테 군의관님은 비뇨기과 전공의라는 얘기를 들었다. 군의관님을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불안한 마음이 드는 이유는 뭘까.

    앞에 두 가지 사례는 실제 발생한 일이다. 뇌경색으로 사람이 쓰러지게 되면 병원에서는 환자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대개 보호자에게 쓰러진 시간을 물어본다. 환자가 병원에 이동하는 사이 구급차에서 물어보는 경우도 있다. 이와 동시에 의사는 환자의 상태를 면밀하게 살핀다. 이때 보호자는 쓰러진 시간을 명확하게 답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과정을 겪은 A씨는 시간을 명확하게 기억하지 못해 죄책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군대 사례도 실제 장병의 이야기다. 이상하게 다리가 저렸던 용사는 의무대에 가도 질병 상태를 명확히 알지 못했다. 간부와 선임에게 꾀병이라는 질책도 받았다. 결국 그는 큰 병원에 가서 진찰받았고, 허리 디스크가 발병해 종아리 통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국내 의료 기술이 과거에 비해 상당한 진전을 이뤘지만, 이 사례들은 아직 의료 분야에서 빈자리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응급실에 온 환자는 한시가 급하지만 의사는 명확한 상태를 알기 위해 시간을 들여 진찰할 수밖에 없다. 군대에선 많은 장병을 진찰하는 군의관이 다른 전공 분야를 다루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소아과 의사가 부족해지는 현상 등 다른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이 빈자리를 메꾸기 위해 정부와 병원, 학계, 기업은 여러 노력을 펼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이다. 사람을 보조해 환자 상태를 빠르게 파악하거나 다른 전공 지식을 재빠르게 알려주는 등 보조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의료 AI 기술이 개발, 상용화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은 30여 개 AI 기업과 디지털 의료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닥터앤 2.0을 비롯해 식품의약품안전처 인허가를 획득한 의료 AI 활용 지원, 클라우드 기반의 병원정보시스템 구축 지원, 군 의료 환경 맞춤형 의료영상 판독지원 AI 개발 등의 사업을 주도하며 디지털 의료 개발에 힘써왔다. 

    NIPA는 지난 14일부터 3일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 병원 및 헬스테크 박람회’(KHF 2023)에서 지금까지 고도화한 디지털 의료 기술을 공개했다. 단순히 전시 부스에 기술을 소개하기보다 하나의 연극처럼 긴급한 상황에서 디지털 의료가 어떤 도움을 주는지 직접 보여줬다. 윤명숙 NIPA 디지털헬스산업팀장은 “디지털 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돼서 전시회에 방문하시는 많은 분이 그 중요성은 알지만,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는 아시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디지털 의료의 사례를 연극처럼 보여드리면 어떨까 싶어 상황극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 뇌경색 진료에 대한 연극 모습.
    ▲ 뇌경색 진료에 대한 연극 모습.

    ◇연극으로 소개된 AI 의료, 참관객 이목 집중

    이번 전시회에서 NIPA가 직접 시연한 상황은 뇌경색이다. 한시가 급한 환자의 상태와 발병 시간을 AI 솔루션이 보조해 빠르게 추정할 수 있는 기술을 선보였다. 윤 팀장은 “AI 기업들과 힘을 모아 뇌경색 발병 시간을 추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며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빠르게 파악하고 발병 시간 등을 추정할 때 도움을 주는 기술로 실제 환자 골든타임 확보에 용이하다고 평가된다”고 소개했다.

    전시회에서 시연을 본 20대 직장인 장모씨는 “최근 기사에서 의료 AI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실제 병원에 가보면 AI가 어떻게 의료 분야에 접목되는지 알 수 없어 답답했다”면서 “이번에 연극을 통해 AI가 의사를 보조해 상태를 빠르게 파악하고 상태나 시간, 발병률 등을 예측하는 상황을 직접 볼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관람객들이 호평한 건 연극 때문만은 아니었다. NIPA는 이번 전시회에서 ‘디지털 혁신으로 미래를 연결하는 디지털 헬스케어’를 주제로 △닥터앤서 △소아과 △군의료 △감염병 등 네 가지 디지털 의료 솔루션을 한 자리에서 선보였다. 여기에는 30여 개 기업이 참가했다. 관람객이 한 곳에서 주제에 맞춰 의료 솔루션을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부스 투어를 한 서모씨(30대)는 “전시회를 많이 가는 편인데 각 솔루션이 다른 위치에 분산돼 있으면 주제를 파악하기 힘들고 못 보고 지나치게 되는 기술도 많은데, 이번엔 주제에 맞춰 여러 기업 솔루션을 한 번에 볼 수 있어 좋았다”면서 “특히 관심이 높은 감염병과 소아과 등의 사례가 인상 깊었다”고 평가했다.

  • AI로 뇌경색 진단을 하는 솔루션 모습.
    ▲ AI로 뇌경색 진단을 하는 솔루션 모습.

    ◇암 진단부터 감염병 예방까지… 디지털 의료 본격화

    NIPA가 꾸린 전시장 중 닥터앤서 2,0 부스에서는 우울증, 폐렴, 고혈압, 간질환, 피부질환 등 1차 병원에서 다루는 5개 질환과 갑상선암, 당뇨병, 위암, 폐암, 간암, 전립선증식증, 뇌경색 등 2·3차 병원에서 다루는 7개 질환 솔루션이 소개됐다. 딥노이드, 뉴냅스, 메디컬아이피, 아이도트, 아크릴 등 기업이 참여했다.

    닥터앤서 2.0은 질병의 예측·분석, 진단 보조, 치료지원, 예후 관리 등 진료 전 주기적 관점에서 의료진의 진료를 지원하는 AI 정밀의료 소프트웨어 개발해 임상 검증과 인허가까지 일괄 추진하는 사업이다. 여기에는 폐암, 간암, 위암 등 주요 암을 진단·예측하는 AI 기술도 포함돼 있다. 딥노이드는 부산대병원과 저선량 CT 영상에서 폐암 여부를 판독하는 AI 기술을 소개했고, 메디컬아이피는 서울대병원과 CT 영상에 찍힌 전신 체성분을 AI로 분석해 간암을 감시하는 기술 등을 선보였다.

    감염병 부스에서는 AI 기술을 활용해 감염병 전파를 예측하는 기술과 공간 내 감염원 전파 예측, 유행 예측 알고리즘, 온라인 빅데이터 분석, 의료 자원 관리에 대한 솔루션이 전시됐다. 래블업, 미소정보기술, 가천대 길병원, 성균관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이 관련 기술을 선보였다. 래블업은 KIST 등과 공동연구를 통해 장소와 계절, 사람 체형별로 다르게 전파되는 비말 거리 데이터를 AI로 분석, 사람간 거리두기 등의 방안을 과학적 근거로 마련하는 방안을 소개했다. 성균관대는 실내에서 바이러스가 퍼지는 일을 막을 수 있는 ‘수직층류형 공조시스템’을 선보였고, 가천의과학대 길병원 교수팀은 AI로 감염병 유행예측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선보였다.

    ◇군 의료 솔루션 해외 진출, 소아 의료 발전도 본격 시동

    군 의료 부스에선 뇌출혈, 뇌경색, 흉부, 사지골절, 척추질환, 슬관절염, 발의골절 등에 도움을 줄 수 있는 AI 기술이 소개됐다. 뷰노는 X선 촬영 영상을 판독, 사지골절 여부를 검출하는 AI 기술을, 딥노이드는 장병의 척추질환을 자동 진단·분석하는 기술을, 루닛은 장병들의 흉부 질환을 AI로 빠르게 판독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사실 군 의료에 AI 기술 도입은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군에서 의료를 담당하는 군의관이 아직 의료 경험이 많지 않은 이들이 다수고 전문 분야와 다른 진료를 하는 경우도 많아서다. 실제로 각 부대에 배치된 군의관은 전공 분야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진료를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현재 군 의료 사업은 많은 부분 진척됐다. 지난해 국내 15개 군 병원과 73개 사단의무대에 AI 기반 의료 솔루션 보급이 완료됐다. 올해는 해외 군병원, 해외 파병부대에 AI 솔루션 진출을 앞두고 있다. 국방부와의 협업을 통해 레바논(동명부대), 남수단(한빛부대), 소말리아(청해부대) 등에 AI 솔루션이 도입될 예정이다. 우즈벡, 필리핀에 있는 군 병원에도 AI 의료 솔루션 보급 사업이 진행 중이다.

    소아과 부스에선 향후 NIPA가 추진하는 사업 전략 등이 소개됐다. AI 기술로 소아와 청소년의 희귀질환을 진단·치료하고 예후 관리할 수 있는 기술 등이다. 윤 팀장은 “최근 소아과는 인력 부족 문제 등 다양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최근 사회적으로 출산율 부족이 문제 되고 있는데, 어렵게 출산한 아이들이 제대로 진료받고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 위해 우리 기업들과 기술적인 기반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희망했다.

  • 관람객들이 NIPA가 꾸민 부스와 연극을 관람하고 있다.
    ▲ 관람객들이 NIPA가 꾸민 부스와 연극을 관람하고 있다.

    ◇디지털 헬스 산업 아직 성장기, 큰 관심 필요

    NIPA는 앞으로도 암과 감염병 예측 및 치료, 군 의료 고도화, 소아 건강 확보 등을 위한 디지털 의료 강화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개발된 기술 중 연구 단계에 있는 것은 사업화까지 완성하고, 사업화가 된 기술들은 수출까지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 예정이다. 소아 분야 등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지만 아직 기술적 뒷받침이 없는 분야에 대한 AI 기업들의 기술 개발을 독려할 계획이다.

    그동안 사업을 토대로 성과를 이룩한 소회도 밝혔다. 윤 팀장은 “4년 전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관심을 받지 못했던 의료 기업들이 지금은 상장도 하고 많은 투자를 받고 있다”면서 “기업이 성장하고 더불어 국내 의료가 발전할 수 있는 길을 동행해 기쁘다”고 밝혔다. 이어 “디지털 헬스 산업은 아직 성장기이므로 산업 육성과 기업 발전을 위해 많은 관심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