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등 도시 문제 해결하고, AI 도시 이미지 구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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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최고경영자(CEO)가 샌프란시스코에 대한 우려와 애정을 함께 표했다. 노숙자라 불리는 ‘홈리스’(Homeless) 증가로 인한 치안이 나빠지고, 기업과 호텔, 상점이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점을 우려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샌프란시스코는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AI) 도시라고 치켜세웠다. 문제가 됐던 공실률이 계속 줄고 있고, 샌프란시스코가 속해있는 캘리포니아주의 미국 주별 국내총생산(GDP)도 타 지역에 비해 높다며 여전히 높은 위상을 자랑하는 도시라고 했다.
베니오프 CEO는 13일(현지시간) 오후 ‘세일즈포스의 AI 미래’를 주제로 열린 프레스 패널에 깜짝 등장해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며 이같이 밝혔다. “샌프란시스코의 가장 좋은 점은 세계 최고의 AI 도시라는 점”이라며 “상위 20개 AI 기업이 바로 이곳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업용 건물의 공실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고, GDP도 기록적인 수준을 달성하고 있다”며 “다른 도시에서는 이러한 샌프란시스코의 성장을 부러워하고 있다”고 했다.
이 발언은 해외에서 온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으로 나왔다. 샌프란시스코는 현재 홈리스 증가로 몸살을 앓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기업이 문을 닫고 상권이 무너지면서 많은 사람이 거리로 내몰리고, 여기에 더해 마약 문제까지 커져서다. 실제로 메타, 스냅, 페이팔, 에어비앤비, 우버, 슬랙 등 수많은 기업이 샌프란시스코를 떠났거나 사무실을 축소했다. 이 과정에서 홈리스는 증가했다. 샌프란시스코 시청 통계에 따르면 시내 홈리스는 약 7800명으로 집계된다. 이 중 4400명은 마땅한 쉼터 없이 거리에서 지내고 있다.
이번에 개최된 드림포스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T 행사로 꼽힌다. 약 4만 명이 이번 행사를 위해 몰렸다. 기자들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에서 세 자릿수 이상의 기자가 모였다. 샌프란시스코를 자주 오는 기자들은 상황을 잘 알겠지만, 오랜만에 오거나 처음 방문한 기자들에게 홈리스들의 모습은 충격적일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두 달 전 샌프란시스코를 오랜만에 방문했을 땐 홈리스 지역으로 알려진 텐더로인 외 다른 지역에도 홈리스가 많다는 점에 놀랬었다. 이후 다시 방문한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 본 광경은 한 남성이 모든 옷을 벗고 길거리에서 대변을 보는 모습이었다.
이러한 모습을 지켜본 기자단에서 베니오프에게 세일즈포스 본사가 샌프란시스코에 있어도 괜찮은지를 물은 것이다. 베니오프도 행사가 열리기 2주 전 미국 주간지 크로니클과의 인터뷰에서 “샌프란시스코가 AI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홈리스와 마약으로 인해 컨퍼런스가 취소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베니오프는 이번 행사에서 기자단에 “지금 샌프란시스코 도시 상황이 어떤 것 같냐”고 물어본 후 “드림포스가 열리기 전보다 낫다”라는 답변이 들어오자 “매우 긍정적인 분인 것 같다”며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지금 우리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라면서도 “하지만 샌프란시스코는 치안 강화 등을 위해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경찰 인력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그는 “과거 정권 때 2000명이었던 경찰 인력은 지금 1400명으로 줄었다”며 “경찰력을 원래대로 돌려놔야 하고 오랫동안 지속해 온 다른 제도적 문제들도 계속 해결해가야 한다”고 밝혔다.
사실 세일즈포스는 샌프란시스코의 홈리스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선 기업이다. 2018년 11월 통과된 ‘홈리스 법인세’도 앞장서 찬성했다. 이 법인세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사업을 하면서 연간 총매출이 5000만 달러 이상인 기업과 개인에게 세금을 추가로 부과하는 법안이다. 이를 통해 도시는 최대 3억 달러의 세금 수입을 올릴 수 있다. 시는 이 금액으로 공동 주택을 짓거나 홈리스를 지원하는 등에 사용코자 하고 있다. 이 법안은 처음 발의됐을 때 강한 반발을 맞았다. 트위터와 스퀘어 등이 CEO들은 거세게 반대했다. 우버 경쟁사인 리프트 설립자는 홈리스 법인세 반대 캠페인에 10만 달러 이상 기부금을 내기도 했다. 이들은 홈리스 법인세가 도입되면 기업 활동을 위축시켜 일자리가 줄어들고, 이미 기업들은 시에 충분한 세금을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세일즈포스의 입장은 달랐다. 베니오프는 “도시의 세금 감면 혜택을 받으며 사업을 해온 기업들은 도덕적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홈리스 법인세 통과를 위한 자금으로 700만 달러를 지원하기도 했다.
세일즈포스가 주최한 드림포스도 샌프란시스코 도시 발전을 이끄는 행사다. 전 세계에서 4만 명이 방문해 도시 상업 발전을 이끌 뿐 아니라 행사 기간 사용한 나무 등의 소품은 모두 보육시설 등에 기증한다. 또 회사와 참관객이 보육시설에 기증하는 이벤트 등도 마련돼 도시 내 소외된 이웃들도 행사를 함께 즐길 수 있게 했다. 또 행사 기간 주변 호텔과 거리에 경호원 등을 별도로 고용해 치안이 강화됐을 때 도시 모습이 어떻게 변화될지를 직접 보여줬다.
베니오프는 이번 행사로 샌프란시스코가 ‘AI 도시’라는 이미지를 전 세계에 알리길 희망했다. 또 이를 위해 회사 차원에서 인재 양성에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그는 “어린이가 AI를 사용한다고 봤을 때 초보적인 수준이겠지만, 이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는 기술과 더불어 사용자도 엄청난 도약이 이뤄졌을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회사에서는 학교에 많은 금액을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는 공립학교에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다”면서 “올해는 AI에 초점을 맞춘 보조금을 지급했는데 지금이 좋은 시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온 세상이 AI로 바뀌었다”며 “샌프란시스코에 AI 선두 기업이 많은 만큼 혁신을 이어가길 바란다”고 했다.
- 미국 샌프란시스코=김동원 기자 thea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