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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미사일 도발, “우린 다 볼 수 있다”

기사입력 2023.09.11 09:20
에스아이에이(SIA), 인공위성과 AI 활용한 북한 감시 체계 마련
저해상도 영상 화질 높이는 초해상화 기술 개발, 美 플래닛·막사 테크놀로지와 협력
  • 지난해 북한 미사일 발사 장면. /조선중앙TV 캡처
    ▲ 지난해 북한 미사일 발사 장면. /조선중앙TV 캡처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 위협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 2일 새벽 서해상으로 순항미사일을 기습 발사했다. 지난달 30일 평양 순안 일대에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두 발을 쏜 지 사흘 만이다. 미국은 이에 질세라 적국의 핵 공격 시 대량 핵 보복에 나서는 미니트맨3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예고했다.

    한국의 위협은 주변국과도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 중국 등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의 4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르면 다음 주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무기 거래 문제를 논의한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쓸 포탄과 대전차미사일을 북한에 요구하고, 김 위원장은 인공위성과 핵추진잠수함 등 핵 개발 기술 전수를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사되는 경우 한국엔 핵 위협이 더 커질 전망이다.

    한반도와 가까운 위치에 있는 중국과 대만의 전쟁 위협 역시 문제다. 두 국가는 ‘주권국’에 대해 서로 상이한 입장을 취하며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대만은 독립한 주권 국가를 주장하지만, 중국은 자국 영토 일부로 보고 있어서다. 두 국가의 관계는 최근 더 악화했다. 미국 국무부가 ‘외국 군사 자금 공급’(FMF) 프로그램을 통해 대만에 최대 8000만 달러(약 1060억 원) 규모의 군사 장비 이전을 승인하는 통지서를 의회에 전달하면서다. FMF는 미국 국무부가 관리하는 최대 규모의 군사 지원 프로그램인데, 지원받는 국가는 통상 주권 국가만 해당한다. 중국으로선 고깝게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인지 중국은 최근 대만과의 경제협력기본협정(ECFA) 중단 가능성을 시사했다. ECFA가 중단되면 대만은 상당한 경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대만과 중국의 갈등이 한반도에도 위협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대만과 전쟁을 감행하게 되면 미국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북한을 이용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군에 정통한 관계자는 “중국의 작전계획에는 북한이 한국을 높은 수준으로 도발해 미국의 시선을 돌린 후 빠르게 대만을 침공하는 전략이 있다”며 “한반도는 외부 국가로 인해 꽤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북한을 비롯한 주변국 상황으로 한국은 사면초가에 빠졌다. 군 관계자는 “이럴수록 경계 태세를 강화해야 한다”면서 “북한 상황을 면밀하게 살펴 이상 상황 발생 시 발 빠른 대처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북한 도발을 빠르게 찾아내기 위해선 인공위성의 도움이 필요하다. 장거리 미사일 발사의 경우 거리와 지형지물 등으로 인해 관측할 수 있는 도구가 제한돼서다. 인공위성은 우주에서 북한 전역을 볼 수 있어 북한에서 발생하는 변화 탐지나 이상 현상 등을 탐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인공위성을 이용해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을 찾아낼 수 있을까. 대전에 소재한 인공지능(AI) 기반 인공위성 영상 분석업체인 '에스아이에이'(대표 전태균, 이하 SIA)를 방문해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SIA는 쎄트렉아이(Satrec Initiative)의 자회사로, 인공위성과 항공에서 촬영한 영상을 AI로 분석하는 업무를 주력으로 하는 업체다. 전태균 SIA 대표는 현재 국방부 국방AI센터 추진단의 민간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 서해 동창리 발사장 신설 모습을 인공위성 영상 분석으로 알아낸 모습. /SIA
    ▲ 서해 동창리 발사장 신설 모습을 인공위성 영상 분석으로 알아낸 모습. /SIA

    ◇SIA, 북한 전역 감시 가능한 초해상화 기술 개발

    “북한이 미사일을 쏘는 것을 우리가 막을 순 없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발사할 겁니다. 북한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달리던 기차에서 일반도로에서 골프장등 평탄화 된 지역에서 발사 합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막을 순 없으니 발사 가능지역을 광범위하게 감시해 대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전에 미리 파악한다면 북한의 미사일 도발 억제 효과도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포원 SIA 사업개발실장의 말이다. 그는 기자와 만나 북한 미사일 도발이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광범위한 지역을 빠르게 감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리고 인공위성과 AI 기술로 이를 실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공위성으로 북한의 도발을 감시할 수 있는 것은 ‘변화 탐지’ 때문이다. 보통 미사일을 쏘려면 발사대가 필요하다. 발사대는 독특한 형태를 가지고 있으며, 비교적 크기가 크고 이동을 위한 상당한 폭의 도로가 필요하다. 인공위성은 이러한 변화를 탐지할 수 있다. 일정한 기간동안 촬영된 인공위성 영상을 대조하여 변화탐지를 해보면, 새롭게 도로가 신설되었거나 발사를 위한 시설물이 설치되는 등의 미사일 도발관련 징후를 사전에 예측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차에서 미사일을 쏘는 것도 감시할 수 있다. 북한의 철도가 낙후되어 있어 아무 장소에서나 발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이러한 장소를 AI로 선별해 광범위한 지역을 감시한다면 도발 징후를 사전에 탐지해 낼 수 있다.

    하지만 사실 AI로 광범위한 북한의 변화를 일일이 탐지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비싼 가격을 내고 쏘아 올린 위성을 북한 변화 탐지 용도로만 이용하긴 어렵고, 지구를 관측한 영상에서 사람이 북한 변화를 탐지해야 하는데 위성이 촬영하는 범위와 화질 등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위성 영상은 망원경 렌즈처럼 넓은 화면을 찍을 때는 해상도가 좋지 않고, 반대로 해상도를 높이려면 좁은 화면만 촬영할 수 있다. 실제로 고해상도 위성은 지구 분석과 변화 탐지에 용이한 데이터를 만들지만, 그 반경이 작다. 반대로 저해상도 위성은 많은 범위를 촬영할 수 있지만 해상도가 낮아 이 데이터를 가치 있게 분석하기가 힘들다. 국방 분야에 사용하려면 적의 비행기, 배, 차량 등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하지만 저해상도 위성이 촬영한 영상에서는 이를 분석하기가 어렵다. 최근에는 위성 영상 데이터를 AI로 분석하는 방법이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해상도가 떨어지면 탐지 정확도가 낮아 실용성이 떨어지게 된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는 북한을 면밀하게 살피며 경계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SIA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해상도 위성이 촬영한 영상의 데이터 품질을 높일 방법을 강구했다. 북한 변화를 쉽게 탐지하려면 좁은 반경보다 넓은 반경을 촬영한 위성 영상을 분석하는 것이 유리한데, 화질이 낮아 탐지가 어렵다 보니 이 화질을 높이는 방법을 강구한 것이다. SIA는 많은 연구와 실패 끝에 저해상도 위성 영상 화질을 높일 수 있는 초해상화 기술 ‘슈퍼 X’(SuperX)를 개발했다. 이를 토대로 미국 민간위성 기업 ‘플래닛 랩스’(이하 플래닛)가 촬영한 위성 영상을 토대로 북한을 감시하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는 과정을 인공위성 영상 분석 기술로 알아낸 모습. /SIA
    ▲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는 과정을 인공위성 영상 분석 기술로 알아낸 모습. /SIA

    ◇플래닛 과 막사 테크놀로지 위성 영상 활용해 북한 전역 변화 탐지 테스트

    플래닛은 막사 테크놀로지와 위성 분야 양대산맥이라 불리는 업체다. 지구 관측용 위성에 특화돼 있다. 상용 위성 업체의 광학 영상 데이터 해상도 기준으로 초고해상도 0.5m 이하, 고해상도 0.5~1m, 중해상도 1m 이하로 나뉘는데, 1m 이하 3m 해상도 시장에서 높은 시장점유율을 가진 기업이다. 여기서 해상도 1m는 위성이 촬영한 영상에서 최소 단위 픽셀의 가로, 세로가 1m 임을 의미한다. 숫자가 적을수록 더 높은 해상도로 영상을 촬영한다. 플래닛의 해상도는 약 3.7m로 낮은 편이다. 큰 시각적인 면에서 변화를 탐지할 순 있지만, 상세하게 분석하긴 어렵다. 단, 해상도가 낮기 때문에 지구를 광범위하게 촬영할 수 있다. 실제로 플래닛은 위성으로 전 세계를 24시간 안에 다 촬영하고 있다. 해상도가 낮지만 관측 영역은 넓은 것이다.

    SIA는 플래닛이 촬영한 위성 영상에 초해상화 기술을 적용하여 북한 전역을 광역감시하고 변화룰 분석해 임의지역에서 포착된 변화 지역에 막사 테크놀로지의 초고해상도 영상(0.3m 해상도)으로 추가 이상징후 분석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북한이 무인 미사일 등 다양한 미사일을 어디서 발사할지 모르므로 넓은 범위를 촬영하는 플래닛과 막사 테크놀로지 위성 영상을 통한 감시 체계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 실장은 “북한은 기차, 골프장 등 예상치 못한 곳에서도 미사일을 쏘고 있고 지속적으로 발사장을 만드는 만큼 전역에 대한 광역감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비용이다. 위성영상은 아무리 저해상도 영상이더라도 가격이 비싸다. 북한을 감시하려면 이 지역을 촬영한 위성 영상을 지속 구매해 변화를 탐지해야 하는데 여기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SIA에 따르면 북한 전역(120,540 km²) 한 판 영상을 구매하는데 플래닛과 막사 테크놀로지 의 데이터는 수억 원이 든다. 이 실장은 “북한의 변화를 탐지하기 위해선 일주일마다 영상을 구매해 변화를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우리는 일단 효용성을 알기 위해 직접 구매해 관찰하고 있지만, 민간기업이 이 큰 비용을 부담하기 어려워 별도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했다.

    여기서 얘기한 전략은 플래닛과 전략적 공급 파트너십 체결이다. SIA는 전 세계 플래닛 영상 구매 고객들에게 추가 옵션으로 초해상화 기술을 제공한다. 플래닛 고객들에게 SIA가 자체 개발한 초해상화 기술을 제공하는 대신, 북한 감시를 테스트할 수 있도록 일부 지원을 받는 것이다. 이 실장은 “파트너십을 통해 부담을 줄이고 있지만 여전히 발생하는 비용은 많다”면서 “실효성이 입증되면 신속하게 국방 및 안보 분야에 적용될 수 있도록 예산으로 뒷받침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SIA에 따르면 위성영상을 분석해 북한 도발을 감지하는 방어비는 전체 비용에서 보면 큰 부담은 아니다. 북한이 도발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전투기 한 대(약 2500억 원)도 안 되는 비용을 투자해 도발 여부를 파악한다면 한국의 방어 체제는 더 견고해질 수 있어서다. 

    물론 우리 군도 425사업이나 초소형위성 등 감시정찰위성 사업을 진행 중에 있다. 하지만 광범위한 지역에서의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감시하기 위해서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위성이 소요된다. 민간상업위성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상업위성은 군과 국가에서 운영하는 위성에서 부족한 위성 궤도를 보강해 주는 것은 물론 전력화 이전의 공백기를 메꿀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상업위성을 활용한 북한 전역에 대한 광역감시는 425사업과 초소형위성사업의 보조적 수단으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이 실장은 “SIA는 인공지능과 AI를 활용한 위성영상 분석 기술은 만들어졌고, 플래닛 막사 테크놀로지 등 해외 기업과의 협력 체계도 구축해 놓았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8월 18일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공동회견을 통해 고도화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대응해 2023년 말까지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해 북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증강된 탄도미사일 방어 협력을 추진할 것이라는 성명에 깊이 공감한다”면서 “국가 안보의 강화를 위해 민간 기업에서도 고도화된 기술로 임의 지역에서 미사일 발사 의심이 되는 이상 징후를 파악하여 정부와 국방부에 신속히 정보 전달 및 보고하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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