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AWC 2023 in 부산] 임낙훈 SK실트론 제조DS 담당 “반도체 제조엔 AI가 없다”

기사입력 2023.09.08 17:34
AWC 2023 in Busan 강연
“반도체 제조 과정에 AI 적용 힘들어… SK실트론에서 첫 발걸음 남길 것”
  • 임낙훈 SK실트론 제조DS 담당. /김동원 기자
    ▲ 임낙훈 SK실트론 제조DS 담당. /김동원 기자

    한국 핵심 산업으로 평가되는 반도체 개발 로드맵에 인공지능(AI) 기술이 빠져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임낙훈 SK실트론 제조DS 담당은 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 AI 컨퍼런스 ‘AWC 2023 in Busan’에서 “반도체는 한국의 주력 산업이고,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에 영향을 끼치는 주력 산업이지만, 사실 여기엔 AI가 빠져 있다”면서 “국내 반도체 회사의 경우 반도체 개발의 로드맵에 AI 기술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여기서 이야기되는 반도체 개발은 제조 단계를 의미한다. 반도체는 제조할 때 각종 박막을 증착(덮고)하고 패턴을 노광(찍고)하고 이를 식각(깎고)하고 세정(씻는)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 과정에 AI 기술 적용이 빠져있단 뜻이다.

    임 담당은 사실 제조 단계에서 AI 기술 적용은 쉽지 않다고 밝혔다. 보통 반도체 제조에는 3개월이 걸린다. 증착, 노광, 식각, 세정 등의 과정을 약 70일 정도 반복한다. 1년으로 따지만 4번 제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는 “사실 반도체 제조는 1년에 큰 실험을 4번 할 수 있다”면서 “여기서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담당자의 책임은 클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이처럼 기회가 적기 때문에 AI 적용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데이터 이유도 있다. 반도체 제조에는 데이터가 많을 것 같지만 사실은 적다. 그 이유는 미세화에 있다. 최근 반도체는 10나노, 5나노, 3나노 등으로 지속적으로 미세화되고 있는데, 이 때문에 하나의 과정을 측정할 때 걸리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크기가 작아진 만큼 데이터 취합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임 담당은 “구성원과 계산해본 적이 있는데 칩 하나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AI 적용에 필요한 데이터를 취득하는 데 100년이 걸린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이 때문에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AI 모델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임 담당은 SK실트론에선 이 한계를 깰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반도체 제조에 AI 적용을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선 반도체 제조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고 있다. 보통 반도체 제조에는 3개월이 걸리는데 이를 공정 스텝으로 바꿔 얘기하면 약 2400스텝이 필요하다. SK실트론은 이 스텝을 약 4분의 1인 600스텝으로 줄였다. 그는 “공정을 단순화했다고 보단 지금 AI 수준에 맞춰 변화시켰다고 보면 된다”며 “AI 적용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했다.

    데이터 취합도 하고 있다. SK실트론은 웨이퍼를 제작하는 회사다. 패턴이 없는 웨이퍼부터 관리한다. 여기에 공정에 들어갔을 때 새겨지는 패턴과 이미지 등을 하나씩 데이터로 만들었다. 모든 공정에 관한 필요한 데이터가 있고 이를 이미지화해서 딥러닝이 가능하게 했다.

    임 담당은 이를 토대로 반도체 공정에 AI를 적용하는 시도를 SK실트론 내에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처음 웨이퍼를 만들 때 액체인 실리콘을 고체화하는 데 필요한 온도조절을 AI로 하고 있고, 공정 과정에 센서를 탑재해 반도체 제조 과정에 불량이 발생하는 경우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는 AI 모델도 만들고 있다. 반도체 제작에는 워낙 비싼 금액이 투자되므로 잘못된 부분을 AI로 찾고 바로 잡아 전체 수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임 담당은 “불량인지 아닌지를 판단을 내렸는데 그 근거를 잘 알려주게 되면 수율을 높일 수 있다”면서 “여기에는 센서 데이터가 중요한데, 언어 모델에서 설명할 수 있는 AI를 만드는 것처럼 우리도 반도체 불량 여부를 설명할 수 있는 AI를 만들고자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단순히 예측만 하지 않고 설명력을 높일 수 있는 시스템 개발을 위해 최신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면서 “머지 않아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AWC 부산은 인공지능 전문매체 더에이아이(THE AI)와 디지틀조선일보, 부산시,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이 공동 주최·주관하는 AI 컨퍼런스다. 올해는 ‘디지털 전환과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열렸다.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