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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강기영 "'경소문2', 압박감 느끼려 선택…창피한 연기하고 싶지 않았죠"

기사입력 2023.09.10.00:01
  • 사진: 나무엑터스 제공
    ▲ 사진: 나무엑터스 제공
    작년까지만 해도 '서브 아빠'라 불리며 선한 이미지로 사랑받은 강기영이 180도 다른 모습의 차기작을 선보였다. '경이로운 소문2: 카운트 펀치'에서는 기존의 훈훈한 무드는 온데간데없이, 비열하고 비인간적인 빌런으로 변신해 신선한 충격을 줬다.

    그간 배우 생활을 하면서 악역을 제대로 펼쳐본 적이 없었다고 말한 강기영은 이번 기회를 통해 또 하나의 데이터를 쌓았다. 그렇게 배우 강기영은 자신을 점점 쌓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 '경이로운 소문2: 카운터 펀치'로 새 변신을 마친 강기영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극 중 강한 염력을 가진 3단계 악귀 '필광'을 연기한 강기영은 다시 본연의 선한 미소를 장착하고 취재진을 맞았다.

    이번 작품에선 무엇보다 '변신과 도전'에 초점을 맞춘 강기영이었다. 염원하던 빌런 캐릭터를 소화한 소감을 묻자 그는 시원섭섭한 마음을 전했다.

    "일단 악역을 해봤다는 성취감은 있어요. 잘했느냐에 대한 문제는, 배우 스스로는 늘 만족한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나중에 보면 '이렇게 표현해 볼 걸' 하는 게 많이 보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이 배웠던 현장이 바로 '경이로운 소문2'였어요. 빌런이라는 표현에 대한 데이터가 많이 적립된 경험이었죠."
  • 과거 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에서 짧게 악역을 소화했던 강기영은 긴 호흡에 염력까지 곁들여진 악귀 역할을 위해 외형부터 차근차근 신경 썼다. 유선동 감독의 신뢰를 바탕으로 점차 필광의 이미지에 가까워진 덕에 강기영의 연기 변신은 호평받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빌런 역할이라고 해서 그냥 외형적으로 꾸며야 하다 보니까 연기적으로는 많이 꾸미지 않아야지 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그래야 더 냉소적으로 보일 것 같아서요. 초반에는 그렇게 연기를 하려고 했는데 장르물이라 너무 편하게 하면 느낌이 안 살더라고요. 이후에 연기적으로 변형을 준 게 훨씬 효과가 컸고, 그데이션처럼 스스로 바뀌는 그런 기분이 드는 순간이 있었어요. 점점 필광에 적응하면서 목소리 톤도 낮춰보려고 애도 썼고요."
  • 필광은 원하는 것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냉혈한이다. 강기영은 극강의 악귀인 그를 표현하는 과정에서 노출신도 마다하지 않았다. 상의 탈의신에서 완벽한 복근을 선보인 그는 개인적으론 아쉬움이 있었다며 겸손해했다.

    "이렇게 작정하고 벗는 작품은 처음이었어요. (웃음) 정말 부끄럽고 싫어서, 열심히 준비했는데 제가 생각한 것만큼 몸이 빨리 좋아지진 않더라고요. 제가 과거 아이스하키 선수 출신이다 보니까 한 4개월 준비하면 되겠다 싶었는데 이제는 나이가 그렇지 않더라고요. 하하. 그래도 마른 그 모습이 캐릭터와는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체중 감량요? 10kg 정도 차이가 났죠. 물도 안 먹으면서 근육 만들 때는 머리에 핏줄까지 나온 게 화면에 보이더라고요."
  • 지난 2020년 방영된 '경이로운 소문'은 시청률 11%(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를 넘기며 흥행했고,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돼 세계 시청자를 매료하기도 했다. 실제 OCN 역대 드라마 시청률 1위에 오를 만큼 성공작이었던 '경이로운 소문'이었기에 그 후속작에 기대가 쏠렸다.

    시즌1 악귀 역의 배우들이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 점도 흥행 이유 중 하나였다. 그 뒤를 이어 역대급 빌런을 표현해야 했던 강기영은 부담감을 안고 필광이 됐다.

    "사실 부담이 정말 많이 됐어요. 시즌1 때 빌런 분들이 정말 잘해주셨고, 덕분에 '경이로운 소문'이 OCN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작품이 됐잖아요. 엄청 부담된 상태로 현장에 갔는데, 저와 같은 팀으로 나오는 김히어라 씨와 김현욱 씨 비주얼이 너무 셌어요. '내가 이 비주얼들 사이에서 절대 악을 어떻게 연기하지'하는 부담감이 더 커졌죠.(웃음) 정말 부담스럽고 무서웠어요."
  • 전작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신드롬을 일으킨 만큼, 강기영의 차기작에 많은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그가 '경이로운 소문2'에 합류한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강기영이 드라마 흥행 연타를 이룰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됐다.

    전작의 흥행, 그리고 새로운 도전 앞에서 부담스러울 법했지만 강기영은 건강한 방식으로 도전을 수용하는 사람이었다. 도전이 주는 압박감을 기꺼이 받아들였고, 부담감을 떨쳐내려 하기보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CG 연기며 판타지적 캐릭터까지 모든 것이 생소했지만, 함께 연기한 동료들 덕에 더 배울 수 있는 현장이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 "'우영우'로서 좋은 기회가 생겼고, '경이로운 소문2'를 보여드리기까지 시간이 1년 정도 걸렸어요. 제가 15년 정도 배우 일을 해오면서 이 시간을 갈구해 왔던 것 같아요.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그 모든 시간을 지나온 거죠. 그래서 제게 제안이 왔을 때 덥석 물 수 있었고요."

    "저는 이 작품을 압박감을 느끼려고 선택했어요. 선택한 이상 후회는 없었고요. 저에겐 잘해야 하는 수밖에 없었어요. 게다가 함께하는 히어라와 현욱 씨, 그리고 선규 형과 함께 하는 현장에서는 제가 관객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정도였어요. 특히 선규 형은 '표현을 이렇게까지 하는구나' 싶을 정도라서 배우로서는 그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 지난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종영 인터뷰에서 강기영은 "이제 좀 즐길 준비가 된 것 같다"며 한층 편해진 모습을 보였다. '경이로운 소문2'를 마친 이 시점에서, 그 말이 아직 유효한지 물었더니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이제 좀 편해졌다는 말요? 그게 굉장히 상습적인 생각인 것 같아요. 아주 위험한 말이에요. (웃음) 저도 이번엔 잘할 것 같았는데 막상 다음 현장 가면 긴장이 되어 있거든요. 나중에 작품을 보면 '더 잘 할 걸'하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모든 배우들이 그러지 않을까 싶어요."

    15년 차 배우인 강기영은 연기가 '두렵고 불안해서 더 재밌는 것'이라고 말했다. 평가가 두려울 때도 있지만 연기에 대한 호기심과 애정이 늘 두려움을 이겼다. 강기영은 그 마음을 동력 삼아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배우로서는 팔색조가 되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커요. 저는 배우 강기영 보다 역할로서 불리면 좋겠어요. 어쨌든 배우로서 평가를 피할 수는 없잖아요. 저는 연기할 때 '창피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가장 크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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