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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우수 부티크 호텔들이 소속된 SLH(Small Luxury Hotels of the World™)라는 연합체가 있다. 글로벌 90여 개국의 작지만 개성 강한 호텔들로 구성된 이 단체는 가입 기준이 매우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최고의 품질 유지를 위해 가입 후에도 지속적인 서비스 점검과 평가를 받아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7월 국내 단 두 곳뿐인 SLH 호텔 중 한 곳 ‘아트파라디소’가 리오픈을 하면서 최근 SLH 호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 내에 위치한 이 호텔은 국내 최초로 4개 타입 58개 전 객실을 스위트룸으로 조성해 2018년 첫 오픈 당시부터 화제를 모았다. 무엇보다 고객 개인 맞춤형 ‘큐레이팅’ 서비스, 전 일정 식사 혜택을 담은 풀보드(Full Board) 서비스, 주요 전시 작품 해설을 들을 수 있는 ‘아트투어’ 등 일반 호텔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독보적인 서비스를 제공해 SLH 호텔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견인하고 있다.
최근 SLH의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책임지고 있는 ‘마크 웡(Mark Wong)’ 부회장이 한국을 방문했다. 지역 내 운영, 유통, 호텔 개발, 영업 및 마케팅 전반에 걸친 SLH의 전략적 방향을 이끌고 있는 그를 ‘아트파라디소’에서 만나 SLH 호텔들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SLH의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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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SLH에 대한 간략한 소개 바란다.
A. SLH는 독립 호텔 사업자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호텔과 경쟁할 수 있도록 판매 및 마케팅 솔루션을 제공하는 유통 플랫폼을 제공하고자 1991년 런던에서 시작되었다. 지난 32년 동안 SLH 가맹 호텔이 전 세계 90개국 540여 개에 달할 정도로 크게 성장했다. 모든 SLH 호텔은 독립 소유이기 때문에 각자 차별성을 갖지만 최고의 장소, 최고급 품질, 개인화된 서비스와 여행지를 발견하는 진정한 방법을 제공한다는 점은 모두 동일하다.
그중 아태 지역에는 110개의 SLH 가맹 호텔이 있고 대한민국에는 인천의 아트파라디소를 포함한 2곳이 위치해 있다. 이 외에도 최근 베트남 The Anam Mui Ne, 대만 Grasse Grace Manor 그리고 태국 Marasca Khao Yai이 가맹 호텔로 추가되는 등 SLH는 아태 지역에서 빠르게 성장해 나가고 있다.
Q. SLH 호텔 멤버는 어떤 프로세스를 통해 선정되나, 특별한 자격 기준이 있나.
A. SLH 가맹 호텔은 평균 객실 수는 48개에 불과할 정도로 작지만, 고급스럽고 독립적이며 개성 넘치는 호텔들이어야 한다. 자신들을 차별화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펼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매년 약 1,000개의 호텔로부터 가맹 문의를 받고 있는데, 철저한 심사 절차 뒤 이 중 약 5%만이 가맹 신청에 성공한다.
이후 가맹 호텔들은 ‘미스터리 점검단(Mystery Inspector)’ 프로그램으로 매 12개월마다 점검을 받는다. 500가지 이상의 기준에서 특정 점수를 충족시켜야 한다. 이 프로그램은 실제 고객들이 동원되어 점검이 수행된다는 점이 독특하다. 만약 가맹 호텔이 점검에 실패하면 개선을 위한 피드백을 제공받고 3개월 내에 다시 점검을 받게 된다. 이후에도 다시 통과하지 못하면 SLH 호텔로 더 이상 활동할 수 없게 된다. 이 정도로 품질과 서비스 수준을 유지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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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방문하신 아트파라디소의 강점으로 풀보드 서비스가 꼽힌다. 한국에서는 아직 보편화된 개념은 아닌데, 해외에서는 어떤가.
A. 전 세계적으로 풀보드 서비스가 인기를 얻고 있다. 팬데믹 이후 어떻게 휴가를 보낼지에 대한 관점이 변화하게 되었고, 이제 여행자들은 단순함과 간편한 계획을 원하게 되었다. 24시간 개인화된 큐레이션 서비스가 제공되는 아트파라디소의 풀보드 서비스는 그들의 휴가에 이상적인 옵션이라고 할 수 있다.
아트파라디소에서는 유일한 레스토랑인 코리안 이노베이티브 파인 다이닝 ‘새라새(SERASÉ)’에서 상품에 따라 고품격 메뉴 반상의 조식과 새라새만의 풍성한 코스 요리로 차려지는 런치, 디너를 맛볼 수 있다. 특히 조식은 건강한 한식으로 구성된 '오리엔탈'과 브런치 스타일의 '아메리칸' 두 가지 테마 중 선택 가능해 취향에 따라 즐기실 수 있을 것이다.
Q. 아트파라디소에는 많은 예술작품들이 전시되어 있고, 사전 신청 시 주요 작품을 중심으로 해설을 들을 수 있는 ‘아트투어’도 진행하고 있다. 일반 호텔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케이스인 것 같은데 해외에도 이런 호텔이 있나.
A. 아트파라디소는 SLH 호텔 중에서 많은 예술 작품을 보유한 대표적인 곳으로 꼽힌다. 특히 아트파라디소가 위치한 파라다이스시티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예술가들의 3,000여 점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러한 곳에서 주요 전시 작품을 중심으로 해설을 들을 수 있는 아트투어는 아트파라디소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다.
Q. 아트파라디소는 고객의 니즈에 맞춰 일정표를 만들고 24시간 요청사항을 응대하는 맞춤형 큐레이팅 서비스 역시 제공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럭셔리 부티크 호텔다운 서비스라고 생각된다.
A. 초개인화 시대에 맞게 개인 별 여행 니즈는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 따라서 오늘날의 럭셔리 여행은 ‘개인 맞춤형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 관건이다. 아트파라디소처럼 모든 것을 계획해 주는 럭셔리 부티크 호텔은 시간이 부족한 오늘날의 여행자들에게 완벽한 휴일을 보장하기 때문에 앞으로 점점 더욱 각광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Q. ‘DIY 믹솔로지 키트’로 객실에서 칵테일을 직접 만들어 프라이빗하게 즐기는 것도 색다른 재미일 것 같다. 이용해 보시니 어떠한가.
A. 요즘 여행자들은 집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배울 기회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저 역시 아트파라디소 객실에서 칵테일을 직접 만들어 먹는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어 좋았다. 다음에 또 아트파라디소에 오게 된다면 다른 칵테일 레시피도 시도해 보고 싶다.
Q. 이런 서비스의 특별함 때문에 고객들이 스몰 럭셔리 호텔을 찾는 게 아닌가 싶은데, 앞으로 스몰 럭셔리 호텔들이 어떤 준비를 해 나가야 한다고 보나.
A. 독자적인 정신(Independently-spirited), 맞춤형 서비스(intuitive personalised service), 세밀함(attention to detail)은 SLH의 럭셔리 부티크 호텔이 갖는 뚜렷한 특성이다. 모든 고객에게 맞춤형 호텔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은 럭셔리 부티크 호텔들에 큰 성장 잠재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객의 요구를 경청하고 관찰하여 이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여행객들은 한층 특별한 대우를 받는다고 느낄 것이다.
Q. SLH의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A. 럭셔리 여행객들은 스트레스나 서두름 없이 돌봄을 받고 기대를 뛰어넘는 풍부한 경험을 하길 원한다. 저는 이것이 우리 사업의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행자로 하여금 페이스를 줄이고 매 순간을 즐기도록 여행 여정과 여행지 경험을 개개인에 맞춰 큐레이션 하는데 집중할 것이다.
지속가능성 역시 우리가 힘을 기울이고 있는 또 다른 영역이다. 그 일환으로 2021년 10월 지속가능성에 중점을 둔 SLH 호텔들의 공동체 컨시더레이트 컬렉션(Considerate Collection/CC)을 출범하기도 했다. 우리의 비전은 현 55개의 CC 호텔뿐만 아니라 가맹 호텔 540개 모두가 적어도 어떤 특정 수준의 지속가능한 수준에 도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전문가 에르베 후드르(Herve Houdre)를 지속가능성 전략 고문으로 영입하여 우리 브랜드에 지속가능성 가이드라인을 설정해 나가고 있다.
앞으로 SLH는 가맹 호텔 전체에 ‘미스터리 점검단(Mystery Inspector)’ 관련 엄격한 측정 가이드라인과 지속가능성 기준을 적용할 것이다. 또 새롭고 독특한 여행지를 끊임없이 찾는 것은 물론 한국, 베트남, 일본 등 주요 여행지에서 새로운 호텔을 발굴하기 위해서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 서미영 기자 pepero9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