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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진흥청, 존디어 등 해외기업과 실질적 농업 발전 모색

기사입력 2023.09.05 18:48
미국 존디어·영국 애그리테크E 등 농업 선진 기업과 간담회 개최
첨단디지털온실 등 현장 방문 및 연구자들과 대담 통해 농업 혁신 탐구
  • 존디어, 애그리테크E, 에이포닉 인터내셔널, 바이타빔 관계자들이 농진청 소속 연구자들과 대담을 하고 있다. /김동원 기자
    ▲ 존디어, 애그리테크E, 에이포닉 인터내셔널, 바이타빔 관계자들이 농진청 소속 연구자들과 대담을 하고 있다. /김동원 기자

    “먹을 것이 없어진다.” 최근 식량 안보 문제를 두고 나오는 지적이다. 전 세계적인 인구 증가, 농지 면적 감소, 이상고온 현상, 불안정한 국제 정세 등으로 먹을 것이 귀해지고 있다.

    특히 한국은 식량 안보 문제에 취약하다고 평가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고에 따르면 한국은 식량 위기가 닥쳤을 때 가장 취약한 국가 1위를 기록했다. 쌀을 제외한 곡물 대다수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2020년 기준 곡물자급률은 20.2%로 2016년 23.7% 이후 매년 하락하고 있다. 반면 곡물 수입률은 2016년 78.4%에서 2020년 80.5%로 지속 증가해 해외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이다.

    식량 자급력 부족은 식량 안보에 부정 영향을 준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곡물 가격 상승이 대표 사례다. 두 국가의 전쟁이 길어지고 러시아가 흑해곡물협정 종료를 선언하면서 국제 곡물 가격은 지속 오르는 중이다. 식량 확보가 힘들어질 수 있단 우려에 일부 국가는 곡물 수출 물량을 줄이기도 했다. 문제가 확산하면 수입 비중이 높은 국내 곡물 가격은 급격하게 오를 가능성이 크다.

    국내 기관과 대학 기업들은 이러한 식량 안보 문제를 해결해나가기 위해 농업 혁신 기술을 키우고 있다. 갈수록 적어지는 경작지와 농촌 인구를 기술로 보조해 식량 생산율과 농업 효율을 이끌기 위해서다. 줄어드는 식량 생산력을 기술로 극복하겠단 취지다.

    국내 농업 혁신을 선두에서 이끌고 있는 ‘농촌진흥청’(청장 조재호, 이하 농진청)은 지난달 31일 선진 농업 기술을 보유한 미국, 영국 기업 관계자를 초청해 실질적인 농업 기술 확보 마련에 나섰다. 세계 최대 농기계 제조 회사이자 기술 회사인 ‘존디어(John Deere)’를 비롯해 영국 영국 ‘애그리테크E(Agri-TechE)’, ‘에이포닉 인터내셔널(Aponic Internatinal)’, ‘바이타빔(Vitabeam)’ 등 4개 기업 관계자가 방문했다. 농진청은 해당 기업 관계자들과 현재 국내에서 진행하고 있는 스마트팜 사업 등을 논의하고,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등에 근무하는 연구원들과 대담 시간 등을 마련하며 한국에 필요한 농업 혁신 아이템을 발굴했다.

  • 해외 기업 관계자들이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 첨단디지털온실을 견학하고 있다. /김동원 기자
    ▲ 해외 기업 관계자들이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 첨단디지털온실을 견학하고 있다. /김동원 기자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 첨단디지털온실과 김제스마트팜혁신밸리 방문

    이날 미국, 영국 기업을 대표해 농진청에 방문한 사람은 무쿨 바시니(Mukul Varshney) 존디어 아태지역 부사장, 자우 웨이(Zhou Wei) 존디어 아태지역 이사, 벨린다 클라크(Belinda Clarke) 애그리테크E 이사, 제임스 밀리챕(James Millichap) 바이타빔 최고경영자(CEO), 제이슨 호키슨(Jason Hawkins) 에이포닉 인터내셔널 CEO다. 

    이들은 농진청 소재 국립원예특작과학원과 국립농업과학원 등을 방문해 실제 농업연구 현황을 살펴보고, 연구를 이끄는 연구자들과 대담하는 시간을 가졌다.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업공학부의 첨단디지털온실을 방문해 국내에서 추진하는 스마트팜 사업 내용을 듣고, 실제 현장을 관찰했다. 또 전북김제스마트팜혁신밸리지원센터에 방문해 스마트팜 교육 현황 등을 확인했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첨단디지털온실은 농업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곳이다. 과채류 수확 로봇부터 센서를 인식해 길을 찾아 다니며 비료를 주는 로봇 등 다양한 연구를 한다. 해외 관계자들은 이 온실을 직접 관찰하며 한국 농업 연구 현황 등을 확인했다. 무클 바시니 존디어 아태지역 부사장은 “한국은 AI나 클라우드, 반도체 등 기술부터 농업 분야 연구까지 식량 안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단한 기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존디어도 한국과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게 됐다”고 말했다.

  • (왼쪽부터) 제이슨 호키슨(Jason Hawkins) 에이포닉 인터내셔널 CEO, 자우 웨이(Zhou Wei) 존디어 아태지역 이사, 제임스 밀리챕(James Millichap) 바이타빔 CEO, 벨린다 클라크(Belinda Clarke) 애그리테크E 이사, 무쿨 바시니(Mukul Varshney) 존디어 아태지역 부사장, 성기훈 농진청 단장. /김동원 기자
    ▲ (왼쪽부터) 제이슨 호키슨(Jason Hawkins) 에이포닉 인터내셔널 CEO, 자우 웨이(Zhou Wei) 존디어 아태지역 이사, 제임스 밀리챕(James Millichap) 바이타빔 CEO, 벨린다 클라크(Belinda Clarke) 애그리테크E 이사, 무쿨 바시니(Mukul Varshney) 존디어 아태지역 부사장, 성기훈 농진청 단장. /김동원 기자

    전북김제스마트팜혁신밸리지원센터는 농업에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해 국내 농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청년층 유입을 촉진하기 위해 마련된 혁신밸리다. 국내 농업의 미래를 이끌어갈 청년 농업 인재들을 육성하고, 산·학·연 네트워킹 협업을 통해 시스템을 고도화해 아시아를 대표하는 스마트농업 거점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스마트팜 신재생에너지인 지열에너지를 사용함으로써 농업 부문의 온실가스 저감과 농가경영에 가장 큰 부담이 되는 냉난방비 절감을 동시에 달성하기도 했다.

    현장을 방문한 벨린다 클라크 애그리테크E 이사는 “한국에 온 약 3일간 AI 등 기술적인 내용만 들었는데, 이곳에 오니 한국 농업 관련 연구가 얼마나 잘 진행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농진청에서 농가의 이야기를 경청해가며 연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영국에서도 농가와 협력해 좋은 성과를 낸 사례가 많은데 농진청과 전북에서 진행하는 사업을 보니 한국에서 더 훌륭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 무쿨 바시니 존디어 아태지역 부사장이 대담에서 한국 연구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김동원 기자
    ▲ 무쿨 바시니 존디어 아태지역 부사장이 대담에서 한국 연구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김동원 기자

    ◇현직 농업 연구자와 대담… 실질적 농업 혁신 모색

    현장 방문을 마친 이들은 김명수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을 비롯한 약 12명의 현직 연구자와 대담 시간을 가졌다. 연구자들은 미국과 영국에서 진행하는 실제 농업 성과 사례 등을 질문하며 해외 기업들로부터 농업 혁신을 실질적으로 이끌 방안을 찾았다.

    한 연구원은 존디어에 ‘의사결정 지원 오퍼레이션 센터’에 관해 질문했다. “오퍼레이션 센터에 관심이 많은데, 현재 한국에서는 서비스가 되고 있지 않다”며 “추후 서비스할 계획이 있는지” 물었다.

    이에 바시니 존디어 아태지역 부사장은 “한국에 방문해 여러 곳을 방문해보니 한국에서 오퍼레이션 센터 등 최첨단 기술에 관한 수요가 있겠구나 생각했다”며 “오퍼레이션 센터의 주요 목적은 농민과 농업 기업의 의사결정과 의사소통 등을 지원하는 것인데 한국에서도 해당 기능이 도입되면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아시아에서 존디어가 중요하게 보는 국가는 한국, 일본, 태국인데 일본엔 센터를 막 오픈했고, 한국에서도 데이터 공유와 협업 등을 하길 원하므로 곧 오픈하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연구자는 존디어에 한국이나 일본에서 많이 재배되는 배추, 마늘, 과수에도 존디어의 의사결정 기능 등을 활용할 수 있는지 물었다. 이에 바시니 부사장은 “이 작물뿐 아니라 감자, 고구마 등 특별한 기계가 필요한 부분도 활용 가능하다”면서 “존디어는 과거 국한된 작물에만 서비스하는 것을 계획했지만, 2년 전 전략을 바꿔 모든 작물에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 벨린다 클라크 애그리테크E 이사가 연구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동원 기자
    ▲ 벨린다 클라크 애그리테크E 이사가 연구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동원 기자

    영국 기업에도 질문이 쏟아졌다. 한 연구자는 벨린다 클라크 애그리테크E 이사에게 “10년 뒤 AI를 활용한 농업 기술이 어떻게 될 것이고, 이에 맞춰 어떤 전략이 필요한지” 물어봤다. 이에 클라크 이사는 “AI는 매주 새로운 기술이 개발될 정도로 변화가 빨라 예상이 어렵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AI와 신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윤리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어 “농부가 기술을 활용해 효율을 어떻게 높일 수 있는지 관점을 보고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면서 “이런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농업과의 데이터 공유와 협력, 파트너십”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연구자는 제이슨 호키슨 에이포닉 인터내셔널 CEO에게 수경 재배 관련 질문을 했다. “에이포닉 인터내셔널에서 수경 재배 시스템을 이용했을 때 작물 수량이 30% 증가했다고 하는데, 정확히 어떤 제품이고 증가한 원리가 무엇인지” 물어봤다. 이에 호키슨 CEO는 “해당 작물은 콩이었다”면서 “간단한 원리인데, 화학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더 많은 산소를 뿌리에 공급함으로써 작물 수량을 높일 수 있었다”고 답했다.

  • 김명수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이 해외 기업 관계자들에게 질문하고 있다. /김동원 기자
    ▲ 김명수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이 해외 기업 관계자들에게 질문하고 있다. /김동원 기자

    김명수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은 “이번 대담은 정말 유용한 경험이었다”면서 “실제 농민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 등에 대해 좋은 말씀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나온 내용의 가치에 대해 더 많은 직원과 공유하고 좋은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대담이 끝난 후 클라크 애그리테크E 이사는 “한국이 식량안보 문제에 정말 진지하게 고민하는 느낌을 들었다”며 “인상이 깊었던 건 한국에 3일 정도 있으면서 계속 AI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AI 기술도 중요하지만 농업 혁신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농가와의 협력이라는 점을 깊이 있게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바시니 존디어 아태지역 부사장은 “한국에 방문했을 때 이처럼 연구 현장을 직접 방문할 줄은 몰랐다”면서 “직접 살펴보니 존디어가 한국 시장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더 잘 알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 좋은 경험을 한 만큼 함께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함께 농업 혁신을 이뤄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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