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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나올 수가 없다. 영화 제목 '거미집'처럼 말이다. 영화 '장화, 홍련', '밀정',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등의 작품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김지운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배우 송강호,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정수정 등이 열연을 펼쳤다. 심지어 김지운 감독이 말한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앙상블"이라니. 올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가장 긴 기립박수를 이끌어낸 '거미집'이 한국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29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거미집'의 제작보고회가 진행돼 배우 송강호,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정수정, 그리고 김지운 감독이 참석했다. '거미집'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만 다시 찍으면 걸작이 될 거라 믿는 김 감독(송강호)이 검열,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악조건 속에서 촬영을 밀어붙이며 벌어지는 일들을 담은 작품. -
송강호는 감독 김열 역을 맡았다. 거장 감독인 봉준호, 박찬욱, 김지운 감독의 페르소나로 불려 온 그의 데뷔 후 첫 감독 도전이다. "너무 좋더라. 카메라 뒤에 있으니 편하다"라고 소감을 전한 송강호는 "김열은 내적인 욕망이 있다. 예술가로서 걸작을 만들고픈 욕망과 재능이 뭉쳐져 있다. 그걸 분출 못 해 어쩔 줄 몰라 하는 인물이다. 우리들의 모습 중 그런 모습이 있는 것 같다. 그런 대표적인 인물이 아닌가 싶다"라고 자신의 캐릭터를 설명했다.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는 영화 '조용한 가족', '반칙왕',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밀정'에 이어 영화 '거미집'으로 다섯 번째 호흡을 맞췄다. 송강호는 "그동안 김지운이라고 하면, 장르적 변주를 통해 새로움을 주지 않았나. 어떤 이야기든 김지운 감독을 통해 새로운 문법이 나오고 즐기고, 놀라워했던 27년 동안의 세월이다. 다 존경하고 존중하지만, 그중에서도 초창기 '조용한가족', '반칙왕'을 했을 때 독보적인 감각을 닮아있는 게 '거미집' 같았다"라고 남다른 감회를 전했다. 이에 김지운 감독은 "저에게 대체 불가한 유일무이한 배우"라고 화답하며 송강호에 대한 애정을 전했다. -
- ▲ 영상 : 허준영 영상기자,popkorns@chosun.com
임수정은 베테랑 배우 이민자 역을 맡았다. '거미집' 속의 영화에서 강호세(오정세)의 아내 역을 맡은 배우이기도 하다. 그는 "원래 영화에는 남편의 외도에도 순종적인 여성으로 나오는데 바뀐 시나리오에서는 완전히 캐릭터가 변화한다. 조금 더 주체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독립적인 여성으로의 변화가 두드러진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그는 오디션으로 주연 자리를 꿰찬 '장화, 홍련' 이후 20년 만에 김지운 감독과 '거미집'으로 만났다. 그는 "'장화, 홍련'을 통해 시작하는 배우였는데 20년이 지나서 '베테랑 배우' 역의 제안을 주셨다는 그 자체로 너무 큰 영광이다"라고 남다른 재회 소감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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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세는 바람둥이 톱스타 강호세 역을 맡았다. 독특한 구레나루로 1970년대 스타일을 표현한 오정세는 "처음에는 되게 어색했는데, 어느 순간 저게 없으면 허전했다"라고 호세 스타일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이어 "호세는 사랑이 많은 캐릭터다. 지나치게 많다. 좀 혼나야 한다"라고 밝혀 캐릭터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날 오정세는 송강호와 특별한 인연을 공개하기도 했다. 약 17년 전 영화 '우아한 세계'에서 단역으로 주연배우였던 송강호를 만난 것. 오정세는 "저는 그 한 장면을 송강호와 주고받는다는 설렘과 긴장으로 부족한 연기를 했다. 나중에 감독님께서 송강호가 '저 친구 어디서 데려왔어?'라고 하셨다는 말씀을 해주셨다"라며 안 먹어도 배불렀던 당시의 행복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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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여빈은 신성 필름의 유일한 후계자이자 김 감독(송강호)을 믿는 신미도 역을 맡았다. 전여빈은 "저는 배우들과 달리, 스태프의 역할을 맡고 있다. '거미집'에 나오는 인물 중 유일무이하게 김열 감독님을 지지하고 믿어주고, 그를 위해 달려 나가는 인물이다. 달려가는 길의 모양새가 바른 길처럼 쭉 뻗어있는 길은 아니다. 그런데도 갈지(之)를 그리며 자신의 에너지를 다 쏟아붓는 사람"이라고 미도 캐릭터를 설명했다. 또한 그는 "감독님이 던지는 단어가 미도를 땅에 발을 붙일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이 사람의 삶이 되고 인물이 되는 단어였다. 제가 미도를 잘 해냈다면 그건 감독님 덕분"이라며 김지운 감독에 대한 존경심을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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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정은 떠오르는 스타 한유림 역을 맡았다. 그는 "한유림은 70년대 라이징 스타다. 겉으로 보면 여우 같아 보일 수 있고, 징징대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소녀 같고, 할 일은 또 하는 책임감 있는 친구다. 모든 캐릭터와 만날 때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 것을 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라고 캐릭터에 대해 전하며, 작품에 대한 궁금증을 더했다. '거미집'에서 70년대 말투에 도전한 정수정은 그 시대, 영화와 클립을 보며 분위기를 가져오려 했던 남다른 노력을 전했다. 송강호는 "정수정의 영화, 드라마를 보면 가수 출신 같은 느낌이 안 든다. 배우로 오랫동안 차곡차곡 계단을 밟아온 듯 성실함과 열정이 인상 깊었다"라며 "앞으로 한국 영화계의 소중한 자산이 될 것 같다. 기대가 큰 배우"라고 남다른 애정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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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운 감독은 영화 '거미집'에 대해 "앙상블"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작업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앙상블 코미디'였다. 앙상블이 정말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구나, 이런 걸 보여주고 싶었다.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 티키타카 대사가 난무하는 영화다. 내가 아는 배우 중 대사를 가장 잘 다룰 줄 아는, 놀 줄 아는 배우로 섭외하려고 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새로운 소재, 색다른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영화이면서 인간의 욕망을 다루는 면에서 강렬한 드라마를 만들수있는 걸 잘 표현할 배우들이 가장 중요했다"라고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배우들을 한자리에 모은 이유를 설명했다.
전여빈은 '거미집'에 대해 "전에도 본 적 없고, 이후에도 보기 어려운 그런 영화"라고 소개했으며, 임수정은 "영화 '거미집' 영화 전 배우가 거의 모든 장면에 같이 나온다. 그들의 연기 향연을 즐기실 수 있을 것 같다고 확실하게 말씀드린다"라고 자신했다. 송강호,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정수정 등이 펼치는 연기 '앙상블'은 올해 추석 개봉 예정인 영화 '거미집'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 에디터 조명현 midol1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