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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AI 면접과 역량검사는 다르다

기사입력 2023.08.28 17:01
  • 김동원 기자
    ▲ 김동원 기자

    지금 수행하는 인공지능(AI) 채용 절차는 AI 면접일까, AI 역량검사일까.

    현재 채용 과정에 AI가 도입되고 있다. 그런데 일부 채용 기업에서는 채용 프로그램이 AI 면접인지, 역량검사인지 정확히 안내하지 않고 있다. 채용 전문가조차 두 프로그램을 AI 면접 솔루션으로 통칭해 부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엄격히 AI 면접과 AI 역량검사는 다르다. 쉽게 말해 AI 면접은 면접에, AI 역량검사는 적성검사에 가깝다.

    공급사 관점에서 보면 현재 국내에 AI 채용 솔루션을 개발해 실제 기업들에 공급하는 기업은 크게 세 곳이다. 마이다스아이티의 자회사 ‘마이다스인’과 ‘제네시스랩’, ‘무하유’다. 이중 마이다스인은 AI 역량검사를, 제네시스랩과 무하유는 AI 면접 솔루션을 공급한다. 회사가 제공하는 솔루션의 이름부터 마이다스인은 ‘AI 역량검사’라고 부르고, 제네시스랩과 무하유는 ‘AI 면접’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두 솔루션의 차이는 무엇일까.

    우선 AI 면접은 말 그대로 면접이다. 우리가 면접을 볼 때 중요하게 평가하는 부분은 대화와 표정, 인상 등이다. AI 면접은 여기에 중점을 가진다. 사용자가 AI 면접 프로그램에서 말하는 대화 내용과 표정을 분석한다. 기자가 직접 무하유 AI 면접 솔루션 ‘몬스터’를 체험한 결과 면접자의 답변을 토대로 새로운 질문을 만들어내고 해당 내용을 평가하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원자가 답변한 내용을 그대로 글로 옮기고 그 내용을 요약해 인사담당자가 확인하기 편하게 요약해줬다. 답변을 망설이거나 자주 하는 단어 등도 찾아서 결과로 보여줬다.

    평가의 몫은 사람이었다. AI 면접 결과를 자동으로 요약해 면접관이 보기 좋게 안내하면 면접관은 해당 내용을 보고 평가하면 되는 식이었다. 이상한 부분은 보고서에 첨부된 동영상을 면접관이 직접 참고해 평가를 내릴 수 있게 돼 있었다. 일상에 AI를 도입하는 주요 이유가 업무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을 줄여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처럼, AI 면접에서도 채용 평가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을 줄이기 위한 것이었다. 제네시스랩의 면접 솔루션 ‘뷰인터HR’도 마찬가지다. 지원자의 대화와 표정을 분석해 결과를 내렸다. 두 솔루션은 사람이 수행하는 면접과 평가 과정을 AI로 할 수 있게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AI 역량검사는 달랐다. 마이다스인의 AI 역량검사를 체험한 결과 ‘자기소개 → 기본 질문 → 성향 파악 → 상황 대처 → 보상 선호 → 전략 게임 → 심층 대화’ 등으로 구성돼 있었고, 대화형 면접보단 적성검사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실제로 자기소개, 질문에 들어가는 시간은 적었고, 게임이나 적성평가와 같은 성향 파악 등에 들어가는 시간이 훨씬 많았다. 실제로 마이다스인 홈페이지에 안내돼있는 ‘AI 역량검사 백서’에 따르면 이 검사는 이력서·자기소개서 분석과 영상면접의 답변 분석은 지원하지 않는다. ‘성과역량 검사는 뇌신경과학을 기반으로 한 학문적 접근을 토대로 설계된 검사가 핵심이고 통계학적 방법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여기에서 AI 기술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적혀있다. 면접에서 대화 내용은 평가에 들어가지 않고, 성과역량 등은 뇌신경과학 기반으로 이뤄진단 뜻이다.

    여기서도 알 수 있듯 AI 역량검사는 면접이라 부르기 어렵다. 면접은 면접관과 채용자가 소통하며 대화 내용과 인상 등을 평가하는 것이 핵심인데, 역량검사는 이 부분은 평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마이다스인 홈페이지에도 AI 역량검사가 서류나 인적성 검사를 완전히 대체함으로써 실용적 관점에서 여러 단계의 채용 프로세스를 간소화할 수 있다고 써 있다. 면접이 아닌 인적성 검사 등을 대체한다는 뜻이다.

    물론 마이다스인의 AI 역량검사는 AI 면접 솔루션이 대면 면접과 다르듯 기존 인·적성 검사와는 다르다. 또한 AI 역량검사와 AI 면접 솔루션이 어느 것이 더 좋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기업이나 대학에서 저마다 다른 인적성 검사를 하고 면접을 하는 것처럼, AI 채용 솔루션을 도입하려는 기업은 면접과 역량검사 중 필요한 것을 찾아 도입하면 된다.

    다만, 공급사들은 채용할 때 두 프로그램의 차이점을 정확히 알고 지원자에게 안내할 필요가 있다. 지원자에게 적어도 회사가 시행하는 AI 채용 솔루션이 면접인지 역량검사인지, 또 어떤 점을 중요하게 평가하는지 등의 기본 알권리는 제공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AI 역량검사와 AI 면접 솔루션의 차이를 정확히 안내하는 것은 AI 시장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 현재 AI 채용은 신뢰성, 공정성, 설명 가능성 등 여러 과제를 안고 있다. 여기서 AI 면접과 역량검사는 다르게 평가해야 한다. AI 면접은 사용자의 대화와 얼굴 등을 분석해 평가 내용 등을 요약해주고, AI 역량검사는 주로 뇌신경과학 검사가 사용돼서다. 실제로 마이다스인 홈페이지에는 AI 역량평가는 AI 기술이 부분적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러한 검사를 AI 기준으로 모두 평가해버리면 전체 AI 채용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일례로 AI 역량평가에 어떤 편향이 들어있는지를 AI 면접과 같은 잣대에서 평가할 순 없다.

    지금 우리는 AI 면접을 얘기하면서 어쩌면 AI 역량평가를 말할 수 있다. 반대로 AI 역량평가를 얘기하면서 AI 면접 솔루션을 얘기할 수도 있다. 두 평가의 기준이 다른 만큼 사용 목적 역시 달라야 한다. 최근 채용 준비생들은 AI 채용에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하는지, 어떻게 평가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지금이라도 AI 채용에 대한 명확한 기준 성립과 설명을 해야 취업 준비생이 느끼는 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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