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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농부와 농린이 격차, AI가 줄인다

기사입력 2023.08.23 14:10
[AgTech in 실리콘밸리] ④레자 에사니 UC Merced 기계공학과 교수 인터뷰
초보자도 쉽게 하는 ‘작물 수확 기술’과 ‘수분스트레스 탐지 기술’ 개발
  • 인구 증가와 기후변화 등의 문제로 ‘식량 위기’가 전 세계적인 문제로 자리 잡았습니다. 특히 한국은 많은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식량 위기에 취약한 국가입니다. OECD로부터 식량 위기가 닥쳤을 때 가장 취약한 국가 1위로 꼽히기도 했지요. 이에 식량 문제를 기술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알고자 미국 실리콘밸리로 향했습니다. 첨단 농업 기술을 뜻하는 ‘애그테크’(AgTech)를 탐구하기 위해서입니다. 그 결과를 담은 기획이 [AgTech in 실리콘밸리] 입니다. 이번 기획으로 많은 독자분께서 국내 식량 위기의 심각함을 알고 스마트 농업에 관해 함께 고민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편집자 주
  • 레자 에사니 UC Merced 기계공학과 교수.
    ▲ 레자 에사니 UC Merced 기계공학과 교수.

    식량 위기가 전 세계 공통 문제로 자리한 가운데, 초보자도 농사에서 높은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농촌 현장에선 경험 많은 농부가 은퇴를 앞두고 있고, 귀농한 인구와 청년 농부들이 그 자리를 적은 수준이라도 메꿔가고 있지만, 작물 생산량을 높일 수 있는 기존 농부의 경험은 메워지지 않아서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귀농하는 중장년층과 청년이 있지만, 이들은 대부분 농부 초보를 뜻하는 ‘농린이’(농부와 어린이의 합성어)로 평가된다. 

    농사에서의 경험 격차 해소가 중요한 이유는 노동력 부족 때문이다. 국내 여건만 보아도 농업 생산성은 크게 줄어들었다.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농업 비중은 1970년 36.5%에서 2016년 2%로 급감했다. 농가인구는 지난해 약 219만 1000명에서 연평균 1.2%씩 감소해 2032년엔 194만 3000명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때 붐이 일었던 ‘귀농 바람’ 역시 사그라들고 있다. 통계청이 6월 22일 발표한 ‘2022년 귀농어·귀촌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귀농 인구는 1만 2411가구로 전년보다 13.5% 줄었다.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한 건 작년이 처음이다. 

    이처럼 농사인구가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초보자도 쉽게 효율을 낼 수 있는 환경 조성은 인구 증가와 농사 효율을 높일 수 있는 하나의 방법으로 평가된다. 운전할 때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이나 자율주행 기술이 초보 운전자도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게 돕는 것처럼, 초보 농부도 처음부터 효율을 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귀농 인구나 청년 농부 등이 늘고 시간 투자 대비 식량 생산량을 높일 수 있어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캘리포니아대학교 머세드 캠퍼스(UC Merced)에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인공지능(AI) 기술 활용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경작 경험이 많아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작물의 ‘수분스트레스’(water stress) 현상을 탐지해낼 수 있는 AI 기술과 사람 대신 효율적으로 작물을 수확하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수분스트레스는 대기의 건조, 가뭄, 고농도의 염에 따른 삼투압 상승 등으로 식물이 수분을 잃게 되어 발생하는 스트레스를 뜻한다. 식물 성장과 작물 생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폭염이 지속되거나 비가 오지 않아 건조한 현상이 이어질 때 주로 발생한다. 이 현상이 발생하면 적절한 수분을 공급하는 등의 조치를 해 작물을 보호해야 하지만, 경험이 많지 않으면 이미 수분스트레스가 심각하게 이뤄진 이후 문제를 발견하게 돼 조치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머세드는 과거부터 캘리포니아에서 농업 지역으로 유명했다. 따라서 이곳에 있는 UC Merced는 농업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연구에 앞장서 왔다. 그렇다면 이 대학에서 연구되고 있는 내용은 무엇일까. 레자 에사니(Reza Ehsani) UC Merced 기계공학과 교수에게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에사니 교수는 농업 공학, 농산물 생산 및 수확 자동화 기계, 정밀 농업, 기계 수확 시스템 등에서 지속 연구 성과를 내는 연구자다. 이번 인터뷰에는 국내 스마트 농업 전문가인 이경환 전남대 융합바이오시스템기계공학과 교수(농업생산무인자동화연구센터장)가 동행했다.

  • 에사니 교수가 데이터 수집을 위해 드론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
    ▲ 에사니 교수가 데이터 수집을 위해 드론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

    - 현재 UC Merced에서 연구하고 있는 내용은 무엇인가.

    “크게 두 가지다. 과수를 쉽고 효율적으로 수확할 수 있는 기술과 작물의 수분스트레스를 감지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여기에만 그치지 않고 작물의 생육에 필요한 수분을 인공적으로 농지에 공급하는 관개를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까지 연구 중이다.”

    - 과수 수확 기술 관련 연구는 무엇인가. 

    “나무에 열리는 과수나 작물을 수확하는 기계를 지금보다 더 스마트하게 할 수 있는 연구를 하고 있다. 보통 과수를 수확할 때 나무를 흔들어 떨어뜨리는 방법을 사용한다 여기서 사용되는 대표 수확 기계는 ‘트렁크 셰이커’다. 이 기계는 1970년~80년대부터 개발돼 사용돼왔다. 그 이후로 변화되거나 개발된 사례가 많이 없었다. 우리 연구팀은 이러한 수확 기계를 개선해 나무의 손상을 줄이면서 더 많은 과일을 수확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 스마트하게 한다는 기준이 궁금하다.

    “지금의 기계 수확들은 그 기계를 작동하는 사람의 역할이 중요하다. 얼마나 오래 나무를 흔들어야 하는지, 어떤 빈도로 움직여야 하는지 등을 정확히 아는 숙련된 운전자가 있어야 작업 성과를 낼 수 있다. 이러한 경험과 노하우는 시간과 경험을 통해 얻을 수 있다. 우리는 이러한 시간과 경험 없이 초보자도 기계를 사용해 성과를 낼 방법을 탐색하고 있다. 여기선 기계가 스마트하게 작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무 크기에 따라 최적의 흔들림 빈도에서 과수를 효과적으로 수확할 수 있는지 등을 기계가 자동으로 계산해 작동하는 식이다. 이러한 스마트 수확 기계는 운전자의 경험이나 경력 등에 상관없이 초보자도 쉽게 사용할 수 있고, 숙련된 운전자가 작업한 것과 같은 결과를 낼 수 있다.”

    - 수확 기계를 스마트하게 하기 위해 연구실에서 진행하는 연구는 무엇인가.

    “나무의 최적 흔들림 빈도수를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이를 알기 위해선 나무 무게, 나뭇가지 구성, 잎의 밀도 등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이 과정에는 해당 정보들을 수집할 센서가 필요하다. 우리 연구실을 현재 이 센서를 개발하고 있다. 또 우리는 센서로부터 수집한 데이터를 토대로 각 나무에 적합한 수확 방법을 AI 기술과 연계해 연구하고 있다. 세상에는 똑같은 나무가 없다. 과수원에서도 같은 나무가 없다. 같은 열매를 낸다 해서 나뭇가지 수나 모양이 똑같지 않다. 따라서 이러한 나무의 모양과 크기 등의 데이터를 정확히 수집해야 하고, 이 데이터를 토대로 학습한 AI 모델을 수확 기계에 탑재해야 한다. 기계가 나무마다 최적 흔들림 빈도수를 계산해 효율적인 작업을 하기 위함이다. 우리 연구실은 이러한 연구를 하고 있다.”

    - 단순해 보여도 쉽지 않은 연구 같다.

    “각각의 나무와 과수가 다른 점이 어려운 요소다. 파스타치오 나무에 대한 모델을 개발해도 이를 다른 견과류 나무에 적용할 수 없다. 같은 견과류 종류라도 나무마다 특성이 달라서다. 따라서 우리는 다양한 과수와 나무의 종류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연구가 지속되면 좋은 성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 수분스트레스 관련 연구도 궁금하다. 이 연구의 목표는 무엇인가.

    “각각 나무에 대한 수분스트레스 수준을 예측하기 위한 저가의 센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현재 농부들은 줄기 수분 포텐셜(stem water potential)이나 ETS 모델을 사용해 관개 시기를 결정한다. 줄기 수분 포텐셜은 농부가 센서를 밭으로 직접 가져가 잎에 사용해야 한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방법이 복잡하다. ETS는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모델이지만, 각 나무의 생존 능력과 수분스트레스에 관한 정확한 데이터를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효율적이지 않다. 우리는  각 나무의 수분스트레스 수준을 식별하고 관개의 효율성을 향상하기 위해 데이터 기반 모델을 개발, 기존의 두 가지 방법을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 지금까지 연구된 내용을 공개할 수 있나.

    “현재 이 프로젝트는 2년 차다. 작년에는 나뭇잎의 수준, 온도, 상대습도, 에어리얼 이미지 등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했다. 수분스트레스 수준이 다른 다양한 환경에서의 데이터를 수집했다. 상당한 양의 데이터를 모았고, 이를 토대로 ‘변수 선택’을 할 수 있는 AI 모델을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AI 모델이 줄기 수분 포텐셜을 예측하는 데 있어 작물마다 다른 특징을 선택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피스타치오와 아몬드 두 작물에 대해 실험했는데, AI 모델이 한 작물 분야에서 일부 특징을 선택하고 다른 작물 분야에서는 다른 특징을 선택한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이는 AI 모델 자체가 고정돼있지 않고 각 작물에 따라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AI 모델이 각 작물의 특징을 개별적으로 선택하기 때문에 우리는 이에 맞는 구체적인 데이터만 수집하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올해에는 우리가 개발한 데이터와 AI 모델 기반 센서가 수분스트레스 수준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지를 테스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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