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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AI 발전 선봉에 선 연구실 ‘계명대 CVPR랩’

기사입력 2023.08.21 15:10
지역 소규모 연구실에서 꾸준한 AI 성과 창출
학술대회 유치와 AI 포럼 발족으로 지역 AI 성장 견인
  • 고병철 계명대 AI융합연구소장이 이끄는 계명대 CVPR랩의 구성원들. /계명대
    ▲ 고병철 계명대 AI융합연구소장이 이끄는 계명대 CVPR랩의 구성원들. /계명대

    인공지능(AI) 기술이 전성기를 맞이했다. 2000년대 초반 딥러닝 개념이 등장한 이래 음성인식, 이미지 인식, 자연어처리(NLP)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전을 이뤄온 AI 기술은 2020년 대형언어모델(LLM) GPT-3 이후 생성형 기술까지 등장하며 새로운 디지털 전환을 견인하고 있다. 실제로 교육, 국방, 농업, 제조, 법률 등 각 분야 기업·기관들은 필요한 AI 기술을 적재적소에 적용하며 업무 효율을 이루고 있다.

    이 같은 AI 기술의 급격한 발전은 사회 전반에 기술 혁신 바람을 불러일으켰지만, 그 이면에선 기술 경쟁 시대의 주권을 잡기 위한 국가와 기업, 대학들의 보이지 않는 전쟁도 일으켰다. 현재 각 국가는 LLM 구축부터 생성형 기술 발전, 데이터 및 인재 확보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하며 AI 주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한국도 10개 인공지능대학원과 9개 인공지능융합혁신대학원을 확보해 인재 양성 기반을 마련하고, 연구 중심 대학과 네이버, LG, 카카오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선진 연구 성과를 창출하며 AI 주권 확보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17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인공지능대학원 심포지엄’ 환영사에서 “소수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AI 주도권 시장 지배력을 장악하고 있어 기술 종속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위기와 기회의 갈림길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를 살려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AI 기술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고삐를 당겨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부와 기업, 대학의 노력으로 한국은 세계 10위권 안에 있는 AI 경쟁력을 보유한 국가로 평가되지만, 아직 남은 과제도 많다. 그중 하나가 지역에 편차 없는 AI 경쟁력 확보다. 국가 차원의 AI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지역에 편차 없는 교육 과정과 연구 성과가 필요한데, 아직 서울과 수도권 중심으로 AI 기반 시설이 모인 분위기다. 실제로 국내 AI 환경을 보면 일부 기업과 대학에서만 선진 연구를 이끌고 있고, 소외된 지역과 대학도 있다. 인재 양성 요람인 AI 교육 과정이 마련되지 않은 대학도 존재한다. 이 가운데 AI 연구에 대한 투자가 적고 AI 대학원이 설치돼 있지 않은 지방 사립대학이 있다. 대구광역시 달서구에 위치한 계명대학교다. 

    ◇계명대 CVPR랩, 국내외 AI 학술대회에서 우수 성과 연이어 발표

    계명대는 AI 대학원이 설립되지 않은 지방대에서 매년 세계 최고 수준의 AI 학술대회 관련 연구 성과를 내는 대학에 꼽힌다. 지난 3월에는 주요 대학 연구실과 산업체를 중심으로 대구 AI 연구자 포럼인 ‘DARF(Daegu AI Researchers’ Forum)’ 발족을 주도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고병철 계명대 AI융합연구소장(컴퓨터공학과 교수)이 이끄는 CVPR(Computer Vision and Pattern Recognition)랩의 영향이 컸다.

    계명대 CVPR랩은 컴퓨터공학과 소속으로, 딥러닝과 컴퓨터 비전 기술을 결합한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 ‘행동인식’ 분야에서 꾸준한 연구 성과를 내는 연구실이다. 연구생은 박사과정 2명, 석사과정 4명, 학부 연구생 3명으로 구성됐다. 실제 석박사 과정은 6명에 불과하지만, 매년 우수 성과를 내는 것이다.

    실제로 이 연구실은 올해만 컴퓨터 비전 분야 대표 학회인 ‘글로벌컴퓨터비전학회(WACV)’와 ‘국제컴퓨터비전학회(ICCV)’, 세계 권위 AI 학회인 ‘국제기계학습학회(ICML)’ 등에서 연구 성과를 기록했다. 1월에 열린 WACV에선 안다솜 석사 학생이 ‘교차 주의집중을 이용한 행동인식’으로 1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당시 논문 채택률은 21.6%였는데, 해당 경쟁률을 뚫고 성과를 기록했다. 7월에 열린 ICML 워크샵에서는 김형진 박사과정 학생이 ‘그래프 집중 헤드를 이용한 트랜스포머’ 모델로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 예정인 ICCV에선 박사과정 김상원 학생이 ‘행동인식을 위한 3차원 변형가능 모델’로 논문을 발표(채택률 26.8%)할 예정이다. 또 그는 AI 분야 유명 저널인 국제학술지 ‘IEEE 트랜스액션 온 인텔리전트 트랜스포테이션 시스템’에 ‘비전 트랜스포머 해석을 위한 뉴럴 트리 디코더’라는 제목의 논문도 게재할 예정이다.

    국내 학술대회에서도 CVPR랩은 꾸준히 성과를 냈다. 안다솜, 김상원 박사 학생은 대한전자공학회 하계학술대회 최우수논문 분야에서 지난해와 올해 연속 우수논문상을 받았다.

    ◇대구시 AI 경쟁력 견인… 학술대회 유치 및 AI 연구자 포럼 발족

    계명대 CVPR랩은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대구시의 AI 경쟁력도 이끌고 있다. 올해 9월에는 대한전자공학회 인공지능신호처리 학술대회를 대구 계명대에 개최할 수 있도록 대구 컨벤션뷰로의 협찬을 끌어냈다. 이 학술대회를 계기로 국내 AI 연구자들과 산업체와의 지식 교류와 네트워킹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 연구실은 지난 3월 대구지역 주요 대학 연구실, 산업체를 중심으로 대구 AI 연구자 포럼 ‘DARF’도 발족했다. DARF는 수도권에 집중된 AI, 빅데이터 연구를 IT 특화 도시인 대구의 미래 성장 산업으로 집중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설립됐다. 지역 기업체와 공동 연구, 연구 협업, 국제 우수 학술대회 유치 등을 목적으로 한다.

    고병철 계명대 교수는 기자와 통화에서 “한국 AI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지역에 편중되지 않은 인재 확보와 연구 성과 창출이 중요하다”면서 “앞으로 CVPR랩과 대구 연구자 포럼 DARF를 통해 대구시의 AI 역량 강화와 지역산업에 공헌할 수 있는 인재 양성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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