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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라는 것은 일상의 또 다른 모습이다. 함께라면 이겨내지 못할 것이 없다고 마음먹은 신혼부부 현수(이선균)와 수진(정유미). 그런데 어느 날 현수가 보이는 수면 중 이상 행동에 이들의 러블리한 일상은 산산이 조각난다. '잠'은 봉준호 감독의 표현처럼 "최근 10년간 본 영화 중 가장 유니크한 공포"를 담은 작품이다.
18일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잠' 언론시사회가 진행돼 유재선 감독, 정유미, 이선균이 참석했다. '잠'은 행복한 신혼부부 현수(이선균)와 수진(정유미)을 악몽처럼 덮친 남편 현수의 수면 중 이상행동, 잠드는 순간 시작되는 끔찍한 공포의 비밀을 풀기 위해 애쓰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영화 '잠'은 올해 개최된 '칸 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돼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전 세계 각국의 언어로 호평이 이어졌다. 봉준호 감독의 호평도 그 속에 있었다. 유재선 감독은 "영화를 만들었고, 칸에 초청됐지만 막상 관객이 보면 반응이 어떨까 두려움이 컸다. 그게 영화제 프리미어 한 달 전까지 지속된 두려움이었다. 다행히 영화가 끝나고 좋은 반응 보여주셔서 큰 안도감을 느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
이선균은 수면 중 이상행동을 보이는 남편 현수 역을 맡았다. 그는 이상행동을 표현하기 위해 냉장고에서 생고기, 날생선 등 식재료를 꺼내 입에 넣기도 했다. 이선균은 "어릴 때 본 영화 '고래사냥'에서 안성기 선배님이 마트에서 생닭을 먹는 장면을 충격적으로 봤다. 시나리오를 보고 그런 장면을 떠올렸다. 좀 더 기괴하게 찍었으면 했는데, 결과적으로 나온 걸 보니 감독님이 앵글을 잘 잡아주셔서 효과적으로 찍힌 것 같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정유미는 남편 현수의 곁을 지키는 아내 수진 역을 맡았다. 그는 영화가 진행되면서 가장 큰 감정의 폭을 보여준다. 이에 대해 "힘든 점은 딱히 없었다. 매일매일 찍어야 할 것에 대해 감독님과 이야기했고, 이를 잘 마치고 싶었다. 감독님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그대로 잘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임했다"라고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이선균과 정유미는 '잠'을 통해 작품에서 네 번째 호흡을 맞추게 됐다. 하지만 앞선 세 작품 속에서 두 사람은 짧은 호흡을 맞췄고, 긴 호흡을 꿈꾸게 됐다. 정유미는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이선균이) 다양한 장르에서 캐릭터를 연기하지 않나. 그런 부분에서 동경하고 있었다. 그런 배우와 연기한다는 자체도 영광이고 너무너무 좋은 시간이었다"라고 이선균을 극찬했다.
이선균은 "정유미와 홍상수 감독님 작품에서 호흡을 맞췄다. 일상적인 연기를 하다보니 편하게 연기호흡이 잘 맞았다"라며 "감독님도 저희가 한 일상적인 연기를 보고 캐스팅을 하신 것 같다. 이번 영화가 집이라는 일상적 공간에서 시작하다 보니, 캐스팅해 주신 것 같고 저희도 그것에 맞게 즐겁게 촬영했다"라고 화답했다. -
'잠'은 신혼부부에게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사건은 극적이지만, 공간은 매우 일상적이다. 일상에 스며든 공포이기에 섬뜩함을 더한다. 유재선 감독은 "사실 '잠' 시나리오를 쓰고, 촬영을 하고, 후반작업 하는 내내 제1의 철칙은 재미있는 장르영화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썼을 때 제가 오래된 여자친구와 결혼이 임박한 시기였다. 그때 제가 가진 결혼에 관한 화두가 시나리오에 녹여진 것 같다. 제 의식과 상관없이 알게 모르게 두 주인공도 결혼한 부부로 설정했고, 이야기의 많은 부분도 결혼생활이었다. 올바른 부부는 문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묻고 싶었다. 그런 화두에 대한 답을 얻고자 쓴 시나리오였다"라고 작품에 담은 화두를 전했다.
'잠'은 음악 등 사운드, 미술, 그리고 이선균, 정유미의 열연까지 더해져 완벽한 하모니를 이뤘다. 다양한 지점에서 호평이 이어졌다. 이에 유재선 감독은 "제가 운이 좋게도 '잠'을 연출하기 전에 연출팀 시절에 '옥자'의 믹싱, 음악 회의에 참관할 수 있었다. '신과 함께: 죄와 벌'에서도 감독님과 믹싱실 사이에서 사운드, 음악과 관련해 주고받는 이야기를 기록하는 '사운드 코디네이터'를 맡았다"라고 남다른 경력을 이야기하며 음악 감독, 미술 감독 등과 디테일하게 의견을 주고받았음을 밝혔다.
'잠'은 유재선 감독의 장편 영화 데뷔작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선균과 정유미는 감독을 극찬했다. 특히 이선균은 "감독님께서 봉준호 감독의 연출부 출신이다. 영화적 기준 등에 대해 봉준호 감독에게 배운 점이 많이 있으셨던 것 같다. 정확한 콘티를 갖고 있고, 그대로 찍으려고 노력하셨다. 일단 대본 자체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떨어지는 맛이 잇었다. 보통 데뷔하면, 생각도 많고, 욕심도 많을 텐데, 유재선 감독은 심플하고 컴팩트한 것이 큰 장점이었다"라며 극찬하기도 했다.
전에 보지 못한 공포이고, 화두다. 이야기는 굉장히 극적이지만, 그 속에서 묘하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아마도 영화가 끝나고 극장을 나오면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작품이 아닐까. 영화 '잠'은 오는 9월 6일 개봉해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 조명현 기자 midol1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