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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암에는 모두 같은 치료? “유전자 변이 따라 맞는 치료제 달라”

기사입력 2023.08.17 15:21
  • 유전자 정보 분석 기술인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검사가 활발해지면서, 고형암 치료에 더 전문적이고 개별화된 암 치료가 가능해지고 있다.

    중앙대병원 암센터 오충렬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같은 암종이면 획일화된 약물로 동일하게 치료했던 과거와는 달리, NGS 검사 결과를 통해 해당 환자의 암 조직에서 유전자 변이를 확인하고 그에 맞는 치료제를 찾아 투약하는 일이 현실화하면서 암 환자 개인에게 최적화된 맞춤치료를 제공하는 이른바 ‘정밀 의료’가 점차 실현되고 있다”고 말했다.

  • 중앙대병원 암센터 오충렬 혈액종양내과 교수의 진료 모습 /사진 제공=중앙대병원
    ▲ 중앙대병원 암센터 오충렬 혈액종양내과 교수의 진료 모습 /사진 제공=중앙대병원

    암 치료의 방법은 크게 국소 치료와 전신 치료로 나뉜다. 1기를 포함한 초기 암 등 낮은 병기의 암은 수술적 절제를 포함한 국소 치료가 주된 치료법이지만, 2~3기 이상의 진행성 암 및 원격 전이를 동반한 전이성 암(4기)의 경우에는 전신 약물치료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양해진 암 치료 약물

    암에 대한 전신 약물치료는 크게 ‘세포독성 항암제’, ‘표적치료제’, ‘면역치료제(면역관문억제제)’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가장 먼저 등장한 약물은 세포독성 항암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많은 종류의 세포독성 항암제가 개발되었고, 일부 약물은 현재까지도 암 환자의 치료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오충렬 교수는 “세포독성 항암제는 단어 그대로 다양한 종류의 세포에 독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암세포뿐만 아니라 정상 세포에 대한 영향도 크다는 단점이 있다”며, “주로 골수나 모발, 장내 상피세포와 같이 빠르게 분열하는 세포에 비특이적으로 작용하여, 설사, 점막염, 구역, 구토 등의 위장관계 증상, 호중구감소 등의 골수 억제, 탈모 등의 부작용이 흔히 나타난다”고 말했다.

    표적치료제는 80~90년대 이후 암세포 발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특정 유전자 변이가 규명되며 개발된 약물이다. 돌연변이 암세포에 대해 높은 특이성을 갖는 표적치료제는 정상 세포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오 교수는 “표적치료제는 크게 경구 약제인 ‘소분자억제제’와 주사제인 ‘단일클론항체’로 나눌 수 있으며, 각 암종에서 나타나는 고유의 돌연변이 및 세부 아형에 따라 그에 맞는 서로 다른 약제들이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2010년 이후 암의 발생과 진행이 인체의 면역기능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개발된 면역관문억제제는 면역 활성을 억제하는 T-세포의 수용체 혹은 암세포 표면의 단백질 등을 표적으로 하는 약물이다. 암세포가 인체의 면역 감시를 회피하는 것을 막고, 암세포에 대응하는 면역세포의 활성도를 증가시키는 약물들로 직접 암세포에 작용하여 독성을 나타내는 기존의 약물과는 다른 특징을 갖는다. 오 교수는 “‘면역관문억제제’는 정상 세포에 대한 직접적인 독성을 나타내지 않기 때문에 부작용이 적고, 암에 대한 인체의 면역기능을 활성화하는 만큼 종양에 대한 반응이 다른 약제에 비해 장기간 유지된다는 장점이 있다”며, “그러나 면역기능이 과활성화되면서 나타나는 다양한 종류의 면역 관련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전문가의 주의 깊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전자 변이 따라 최적의 약물 찾아야

    진행암 환자의 치료에 이렇듯 다양한 종류의 약제를 사용할 수 있는 만큼 각 환자에 가장 효과적일 것으로 예측되는 약제 혹은 그 조합을 찾아내어 선택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암의 종류나 특성, 질병 및 환자 상태에 따라 치료법이 개별화, 세분화되어야 하며, 심지어는 같은 암종이라고 하더라도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의 발현 여부 등에 따라서 사용하는 약물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같은 4기 전이성 비소세포 폐암 환자라고 하더라도 경구 표적치료제를 복용하는 환자가 있을 수 있고, 면역치료제를 투약받는 환자도 있으며, 세포독성항암제와 면역항암제를 병용하는 환자도 있다.

    예를 들어 전이성 비소세포 폐암 환자 중 EGFR 혹은 ALK 돌연변이가 확인된 환자는 각각에 해당하는 경구 표적 약물(티로신 키나아제 억제제)을 복용해야 하며, EGFR 및 ALK를 포함하여 별다른 표적 치료 대상 돌연변이가 확인되지 않은 환자의 경우, 암세포에 있는 단백질인 ‘PD-L1’ 발현도에 따라 면역관문억제제 단독, 혹은 면역관문억제제와 세포독성항암제를 병합해서 투약한다. 특히, PD-L1 발현도가 50% 이상으로 높은 환자는 면역관문억제제 단독 치료로도 좋은 반응을 기대해 볼 수 있다.

    비소세포성 폐암의 경우에는 KRAS, ROS1, BRAF, MET, RET 등 약물치료가 가능한 표적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에 전이암 환자의 치료에 있어 유전자 돌연변이 분석의 중요성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처럼 예전과는 다르게 암에 대한 약물 항암치료가 발전하면서 진행성, 전이성 암 환자의 생존율과 삶의 질도 크게 개선되고 있다.

    오충렬 교수는 “암이 진단되었더라도 개별 환자에게 가장 잘 맞는 적절한 치료법을 선택하여 치료해 나갈 수 있기 때문에 바로 절망하지 않고 암 전문 의료진과 치료에 대하여 상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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