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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정, 나나, 그리고 신인배우 이한별이 모두 '김모미' 일생의 다른 지점을 보여준다. 3인 1역이라는 파격을 선보인 '마스크걸'은 그 이상의 내달리는 재미를 예고한다.
16일 서울 종로구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의 제작발표회가 진행돼 고현정, 안재홍, 염혜란, 나나, 이한별을 비롯해 김용훈 감독이 참석했다. '마스크걸'은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평범한 직장인 김모미가 밤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하면서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이한별, 나나, 고현정이 모두 '김모미' 캐릭터를 맡았다.
동명의 웹툰을 시리즈화 한 작품이다. 김용훈 감독은 "강렬한 스토리였다. 그러면서도 여러 가지 사회 문제를 담아낸 점이 흥미로웠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지점은 캐릭터였다. 김용훈 감독은 "어찌 보면 괴상하고, 불편할 수 있는 캐릭터인데, 굉장히 애정을 느끼게 됐다. 이 인물들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고, 이런 선택을 한 이유를 생각하게 되며 이 작품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라고 시리즈화를 결심한 이유를 전했다. -
- ▲ 영상 : 허준영 영상기자,popkorns@chosun.com
파격적인 캐스팅 결정이 있었다. 배우 고현정, 나나, 그리고 약 1천여 명의 경쟁률을 뚫고 발탁된 신인배우 이한별까지 모두 '김모미'의 각기 다른 시절의 모습을 보여주게 된 것. 김용훈 감독은 이에 대해 우려했지만, 강행했다. 그는 "특수분장을 했을 때 배우의 표정이나 표현이 어색하고 불안하게 느껴졌다"라며 "여기 세 분 배우들 덕분에 자신감 있게 선택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제가 이 작품을 하면서 내린 많은 결정 중에서 가장 잘한 결정이 아니었나 싶다"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한별은 낮에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밤에는 BJ 마스크걸로 활약하는 김모미 역을 맡았다. 김용훈 감독은 배우부터 모델까지 첫 번째 김모미의 얼굴을 찾는 데 공을 들였다. 그는 "운명적으로 조감독님이 캐릭터 설명을 하고 나오는 순간, 프로필을 접수하는 분 모니터에 '이한별' 배우 이미지가 떠 있었다고 한다. 이분 프로필을 요청해서 저에게 주셨고, 저도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라고 당시를 회상하며, "인간적으로 매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걸 느꼈다. 저도 (모미 역에) 그런게 중요하다는 생각했다. 그래서 제안을 드리게 됐다"라고 캐스팅 이유를 설명했다. -
나나는 김모미가 대대적인 성형수술을 거쳐 아름다운 외모로 다시 태어난 쇼걸 아름이 역을 맡았다. 나나는 쇼걸의 모습을 선보이는 만큼, 극 중 무대 위에서 춤과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이에 나나는 "손담비 선배님의 '토요일 밤에'를 연습생 때부터 많이 연습했다. 그래서 조금 수월하게 연습해서 보여줄 수 있었다. 감회가 새로웠다. 무대가 아닌, 드라마에서 찍을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비하인드 스토리도 전해졌다. 바로 첫 번째 김모미(이한별)이 쓰는 마스크가 '나나'의 얼굴을 형상화한 것이라는 것. 김용훈 감독은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망이 대변되길 바랐다"라고 이유를 덧붙였다.
고현정은 '마스크걸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죄수번호 1047로 불리는 인물이다. 고현정은 "30년 넘게 연기를 하다 보면, 너무나 봐왔던 제 모습이 체화된 것 같다"라며 "어떻게 하면 새롭게 고현정이 아닌 모미로 보일 수 있을까 고민했다. 감독님이 많이 도와주셨다"라고 남다른 고민의 지점을 밝혔다. 이에 김용훈 감독은 "아스팔트에 얼굴을 대고 있는 장면도 있고, 스턴트가 해야 할 장면인데도 너무나 과감하게 몸을 던지셨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얼굴에 흙과 피범벅 분장을 했는데 그 상태로 식사도 하시더라. 그 모습을 보면서 너무 감사했다"라고 고현정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
안재홍의 변신 역시 파격적이다. 그는 퇴근 후 인터넷 방송을 시청하는 게 유일한 낙인 주오남 역을 맡았다. 김용훈 감독은 "불편한 요소를 한데 모아놓은 캐릭터다 보니, 배우가 상쇄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싶었다"라고 안재홍을 캐스팅한 이유를 밝혔다. 안재홍은 '마스크걸'의 예고편이 공개되고 가장 화제를 모은 인물이기도 하다. 숱이 없는 머리와 묵직해진 체격까지 파격적인 외형 때문이었다. 안재홍은 "특수분장의 도움으로 그 인물 그 자체로 보이길 바랐다. 간절하게 원했다. 다들 못 알아보기도 했다"라고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염혜란은 어느 날 주검이 되어 돌아온 아들을 살해한 범인을 집요하게 추격하는 김경자 역을 맡았다.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에서 문동은(송혜교)의 이모님이 되어 사건의 뒤를 밟는 현남의 모습을 보여준 바 있는 그는 "모성애와 복수라는 공통의 지점이 있는데 현남과 달리 김경자는 응원은 못 받을 것 같다"라고 차별점을 설명했다. 이어 "현남은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복수를 하는 방법을 택했다면, 김경자는 기꺼이, 반드시 내 손에 피를 묻혀서라도 복수를 하겠다는 것이 달랐다"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
'마스크걸'은 하나의 사건을 각기 다른 인물들의 시점으로 바라보는 '멀티플롯' 형식으로 진행된다. 김용훈 감독은 "원작은 모미의 시점으로만 이뤄진 연대기적 이야기인데, 그것이 웹툰 방식으로 볼 때는 흥미롭게 전개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시리즈로 영상화됐을 때 신선할까라는 고민을 했다. 모미의 시점만이 아닌 다양한 인물의 시점으로 이뤄진 이야기로 바꿨고, 그것이 작품의 본질과도 맞닿아 있다는 생각에 이 구조를 선택했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아름다움과 추함, 삶과 죽음, 그리고 삶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등의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삶에 정답이라는 것이 없듯, '마스크걸'에서도 멀티플롯으로 정답이란 없는 선택을 보여준다. 김용훈 감독은 "누구에게는 괴상하고 불편할 수 있지만, 다른 측면에서 바라볼 때 누구에겐 좋은 사람처럼 보이고 연민이 느껴질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런 시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태도가 이 작품에 본질과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다. 그 지점이 즐겨볼 수 있는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덧붙였다.
한편, 고현정, 염혜란, 안재홍, 나나, 이한빛 등이 열연 속에 김모미라는 인물의 생애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인물들의 질주하는 이야기를 담은 시리즈 '마스크걸'은 오는 18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 조명현 기자 midol1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