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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위성 ‘AI 안경’ 쓰다… 에스아이에이, 초해상화 기술 개발

기사입력 2023.08.14 18:55
AI로 저해상도 위성 영상 품질 높이는 ‘SuperX’ 개발
미국 민간위성 기업 ‘플래닛’과 전략적 솔루션 파트너십 체결
  • 에스아이에이(SIA) 기술을 활용해 저해상도 위성 영상(왼쪽)의 해상도를 높인 사진(오른쪽). /SIA
    ▲ 에스아이에이(SIA) 기술을 활용해 저해상도 위성 영상(왼쪽)의 해상도를 높인 사진(오른쪽). /SIA

    인공위성이 인공지능(AI) 안경을 써 더 잘 볼 수 있게 됐다. 인공위성으로 촬영한 저해상도 영상을 가치 있는 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국내 기업에 의해 개발됐다. AI 기술을 토대로 위성이 촬영한 영상의 해상도를 자동으로 높이는 기술이다. 위성에서 촬영한 지구관측 데이터를 기후 변화, 국방 등 다양한 분야에 폭넓게 사용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구에서 쏘아 올린 위성은 보통 지구를 관측하는 데 사용된다. 지상에서 볼 수 없는 부분을 우주에서 관측해 변화를 탐지한다. 산불이 발생했을 시 발화점을 찾거나 화재가 어느 방향으로 진행되는지 분석해 진압 방법 등을 찾을 수 있고, 전 세계 논과 밭을 분석해 많이 경작되는 작물과 그렇지 않은 작물을 분석해 식량의 공급과 수요를 맞출 수 있다. 북한과 같이 안보에 위협을 주는 국가의 변화를 탐지해 도발 여부를 미리 파악하는 것과 전 세계 나무 데이터를 토대로 탄소 배출 문제 등을 분석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런데 이러한 위성 관측에는 한계가 있다. 해상도 문제다. 고해상도 위성은 높은 화질로 지구를 촬영해 분석과 변화 탐지가 용이한 데이터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이 위성은 많은 반경을 촬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망원경 렌즈와 비슷하다. 한 지점을 상세하게 촬영할 수 있지만 보이는 반경은 적다. 반면, 저해상도 위성은 많은 범위를 촬영할 수 있지만 해상도가 낮아 이 데이터를 가치 있게 분석하기가 힘들다. 국방 분야에 사용하려면 적의 비행기, 배, 차량 등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하지만 저해상도 위성이 촬영한 영상에서는 이를 분석하기가 어렵다. 최근에는 위성 영상 데이터를 AI로 분석하는 방법이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해상도가 떨어지면 탐지 정확도가 낮아 실용성이 떨어지게 된다. 

    ◇SIA, 위성영상 분석하는 ‘AI 눈’을 AI로 밝히다

    국내 위성영상 분석기업 ‘에스아이에이’(대표 전태균, 이하 SIA)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해상도 위성이 촬영한 영상의 데이터 품질을 높일 수 있는 ‘초해상화 기술’을 개발했다. ‘슈퍼 X, SuperX’란 기술이다. 화질 영상을 고화질 처리해 재생하는 AI 기반 실시간 업스케일 기술인 ‘슈퍼 레졸루션’과 비슷한 원리다. 슈퍼 레졸루션은 흔히 게임이나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고해상도 화질을 끊김 현상 없이 사용자에게 제공하기 위해 사용된다. 게임을 예로 들면, 고품질 게임 현상을 수많은 사용자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해야 하는데, 서버가 소화할 수 있는 용량이 있다 보니 용량이 적은 영상을 송출하면서 여기에 화질을 높여주는 기술을 덧대 사용하는 것이다. 보통 동영상을 손실 압축해 여기서 발생하는 해상도 문제를 업스케일링하는 기술이라고 보면 된다.

  • SIA가 개발한 SuperX는 저해상도 위성 영상의 품질을 높여 AI 판독 정확도 향상 등에 도움을 준다. /SIA
    ▲ SIA가 개발한 SuperX는 저해상도 위성 영상의 품질을 높여 AI 판독 정확도 향상 등에 도움을 준다. /SIA

    이 기술은 게임이나 동영상 송출 등에선 이미 활용된 사례가 많지만, 위성 영상에선 아직 크게 발전하지 못했다. 위성 영상 데이터 크기가 워낙 큰 탓이다. 실제로 영상 사이즈는 1024x1024 수준이다. 반면 위성 데이터는 그 크기가 비교가 안 된다. 일례로 저궤도 위성은 한 번에 100제곱킬로미터(㎢)의 면적을 촬영할 수 있다. 5~6장의 사진으로 서울시 모든 곳을 촬영할 수 있는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위성영상에서 해상도를 높이기란 쉽지 않았다.

    SIA는 슈퍼 레졸루션 기술을 응용해 위성영상 품질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크기가 큰 위성 영상을 AI가 분석해 품질이 낮은 부분을 찾아내고 이를 자동으로 높일 수 있게 했다. 현재 위성영상 분석업체는 AI를 활용해 위성이 촬영한 영상 데이터를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데, 이러한 AI가 데이터를 쉽게 분석할 수 있도록 또 다른 AI가 조력해 위성 데이터 품질을 높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SIA는 이 기술을 미국 민간위성 기업 ‘플래닛 랩스(이하 플래닛)’와 전략적 솔루션으로 전세계 플래닛 영상 구매 고객들에게 추가 옵션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한 초해상화 솔루션 SuperX의 전략적 공급 파트너십을 지난 5월 체결했다. SIA는 쎄트렉아이(Satrec Initiative)의 자회사로, 인공위성과 항공에서 촬영한 영상을 AI로 분석하는 업무를 주력으로 하는 업체다.

    ◇24시간 안에 전 세계 관측하는 플래닛, ‘라식 수술’ 받다

    플래닛은 막사 테크놀로지스와 위성 분야 양대산맥이라 불리는 업체다. 지구 관측용 위성에 특화돼 있다. 보통 위성 업체는 해상도 기준으로 0.5cm 이하, 0.5~1m, 1m 이하, 3m 등으로 나뉘는데 3m 해상도 시장에서 높은 시장점유율을 가진 기업이다. 여기서 해상도 1m는 위성이 촬영한 영상에서 가로·세로 각 1m의 영역을 한 점으로 표시한다. 숫자가 적을수록 더 높은 해상도로 영상을 촬영한다. 플래닛의 해상도는 약 3.7m로 낮은 편이다. 큰 시각적인 면에서 변화를 탐지할 순 있지만, 상세하게 분석하긴 어렵다. 단, 해상도가 낮기 때문에 지구를 광범위하게 촬영할 수 있다. 실제로 플래닛은 위성으로 전 세계를 24시간 안에 다 촬영하고 있다. 해상도가 낮지만 관측 영역은 넓은 것이다.

    해상도가 낮지만 넓은 영역을 촬영하는 플래닛은 해당 데이터를 더 가치 있게 사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 SIA의 초해상화 기술 ‘슈퍼 X’를 사용하기로 했다. SIA 관계자는 “플래닛의 대표이사 Kevin Weil 과 전태균 SIA 대표가 만나 저해상도 품질을 높일 수 있는 기술 등에 관해 논의했다”며 “SIA는 플래닛의 고객의 요구에 맞춰 기술을 개발해 공급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 전태균 SIA 대표와 케빈 웨일(Kevin Weil) 플래닛 랩스 대표가 파트너십을 체결한 사진과 내용.
    ▲ 전태균 SIA 대표와 케빈 웨일(Kevin Weil) 플래닛 랩스 대표가 파트너십을 체결한 사진과 내용.

    해당 기술은 위성영상 분석에 AI 기술을 적용 분석에 도움을 줄 예정이다. 자율주행 등에 사용되는 AI 기술에는 높은 해상도의 화질이 필요하다. 해상도는 비전 AI 분석 정확도를 높이는 중요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플래닛의 영상 데이터는 낮은 해상도 때문에 AI 분석이 어려웠다. 하지만 SIA 기술을 사용함으로써 해상도 한계를 극복해 플래닛 위성 데이터를 토대로 전 세계 변화를 탐지하는 AI 기술이 개발될 토대가 마련됐다. 

    SIA 관계자는 “화질은 AI 인식률을 결정하는 중요 요소”라며 “우리 기술은 낮은 해상도의 위성 영상을 분석 가능한 데이터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인류가 지구 관측 데이터 분석을 통해서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 목표”라며 “앞으로 해상도를 높일 수 있는 AI 기술을 더 훈련 시켜 지구 변화나 북한 위협 등에 선제적으로 나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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