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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시범사업으로 전환되었지만, 아직도 사회적 합의점을 찾지 못한 비대면 진료는 어떻게 진화해야 할까? 원격의료산업협의회(이하 원산협)가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는 비대면 진료의 미래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원격의료산업협의회 출범 2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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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산협 장지호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현재 시범사업은 모든 국민이 이용했던 제도와 달리 이용 지역과 사용자층이 매우 제한적으로 모두가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우리나라에 앞선 해외의 원격진료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에 적용할 수 있는 원격진료 모델을 찾아보려고 한다”고 이번 심포지엄 개최 이유를 밝혔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최성진 대표는 “현재 비대면 진료는 시범사업으로 근근이 연명하고 있다”며,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만드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국원격의료학회 박현애 회장은 “많은 나라가 원격의료를 하나의 진료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오늘 심포지엄이 비대면 진료를 둘러싼 분쟁을 해소하고,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할지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일본, 이스라엘, 영국 등 해외 및 국내 의료 전문가가 참여해 자국의 원격의료 현황을 소개하고, 미래 의료를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원격의료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며, “환자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원격의료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비대면 진료를 하나의 잣대로만 판단하지 말고, 케이스에 따라 다른 접근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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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권용진 교수는 “원격의료 분야가 굉장히 다양한데,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에 대한 논의는 너무 편중되어 있다”며, “다양한 분야에서 원격의료의 가치가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비대면 진료를 비롯한 디지털 헬스케어의 안전성과 효과를 논의하려면,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 수집이 우선”이라며, 이를 위한 정부의 투자를 촉구했다. 또한, 비대면 진료를 통해 기대되는 가치가 창출되려면 다양한 기술이 필요하며, 미래 의료를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원격의료의 개념까지 포함할 수 있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강건욱 교수는 개인 맞춤형 예방 의료가 주가 되는 미래 의료 시스템은 의료진이 아닌 환자 중심이 될 것이라며, “(원격 의료가) 기존 치료 시장에 뛰어들지 말고, 맞춤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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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외과의사회 이세라 회장은 현재 답보 상태에 있는 비대면 진료의 빠른 시행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사회적 조건이 맞춰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원격의료를 하고 싶어 하는 의사가 있지만, 지금의 건강보험법 의료법 규제 아래서는 적극적으로 나서기 힘들다”라며, 비대면 진료를 시행하는 의료진에게 이익이 없다는 것이 시행을 더디게 하는 문제 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비대면 진료를 건강보험 재정을 사용하려고 하기 보다는 비급여로 시작할 것을 제안했다. 비대면 진료에 건강보험 재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신뢰할 수 있는 연구 데이터가 필요하지만, 현재 정부나 산업계가 제시하는 다양한 관련 통계 중 제대로 된 통계는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 회장은 비급여를 통해서라도 원격진료를 이용하고 싶어 하는 수요가 있다며, 우선 비급여로 원격진료를 시작하고, 정부는 신뢰할 수 있는 연구 데이터를 수집할 것을 촉구했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