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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해인 "엉망진창일 때 만난 'D.P.'…배우 인생 변곡점 맞았죠"

기사입력 2023.08.08.17:15
  • 사진: 넷플릭스 제공
    ▲ 사진: 넷플릭스 제공
    한때 '멜로 장인'이라 불렸지만, 이젠 군복이 체질인 배우처럼 보인다. 'D.P.'의 주역 정해인 얘기다. 흥행 연타를 이뤄낸 그에게 '정해인 아닌 안준호는 상상도 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안준호 그 자체로 분한 정해인이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는 군대 이야기에 탈영병 잡는 병사라는 소재로 군필자뿐만 아니라 국내외 많은 시청자의 이목을 끌었다. 시즌2 대장정을 이끌어온 정해인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정해인은 화이트 셔츠에 정장 차림으로 취재진을 맞았다. "이런 자리에 수트를 입고 오는 것도 제 스스로에 대한 마음가짐"이라고 말한 정해인. 'D.P.' 시즌1에 이어 시즌2까지 흥행을 이끈 정해인은 들뜬 모습 없이 차분한 모습으로 인터뷰를 이어갔다.

    "우선 'D.P. 시즌2'가 넷플릭스에서 1위를 했잖아요. 무엇보다 많은 분들이 보셨다는 거니까 감사해요. 배우로서 내가 한 작품을 많은 사람이 본다는 건 정말 좋은 일이잖아요. 그렇지만 이 기쁨이 또 언젠간 사라질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이 순각을 만끽하고 즐기려고 하고 있어요."
  • 'D.P. 시즌2'는 시즌1 공개 후 약 2년여 만에 시청자를 찾았다. 시간이 길어진 만큼 기대도 커졌다. 정해인은 전편 흥행의 부담감 속에서 시즌2를 작업했다. 한준희 감독과도 부담감을 함께 나눴다. 감독과 배우는 더 돈독해졌다.

    "시즌1이 흥행한 부분에 있어서는 최대한 부담감을 느끼지 않으려고 했어요. 부담감이 연기에 방해된다는 걸 어느순간 인지하고 있더라고요. 그냥 (시즌1의 흥행을) 잊어버리고 새로 시작하는 느낌으로 시즌2를 작업했어요."

    "한준희 감독님과도 이 부분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를 나눴어요. 부담감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잖아요. 감독님과의 이야기 중에 정확하게 기억나는 게, 부담감이 생기면 결국 힘이 들어가요. 연출이나, 세팅, 카메라, 연기 모든 것에 힘이 들어가면 보는 사람이 부대낄 수가 있어요. 현장에서도 잡음이 생길 수 있고요. 그래서 감독님과 계속 '우리 그냥 힘 빼고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처음 하는 것처럼 하자'는 말을 많이 나눴어요."
  • 정해인은 최근 한 뉴스에 출연해 "'D.P.'를 촬영하며 군대를 세 번 간 기분"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만큼 안준호를 연기하며 그의 삶 속에 깊이 몰입했다. 실제 정해인과 안준호는 닮은 점이 많다. 소신에 따라 살고, 잘못된 것을 보면 어물쩍 넘어가지 않는다. 정해인은 자신이 생각하는 안준호와의 싱크로율을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제가 촬영하면서 가장 많이 느꼈던 건, 준호처럼 납득이 되지 않는 거나 이해가 안 되는 게 있으면 '왜 안 되지?'하면서 질문을 하는 게 매 순간 있었던 거예요.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면서 넘어가거나, 모두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을 그냥 용인하며 넘어가는 건 제가 브레이크를 거는 경우가 있어요. 그게 고집일 수도 있고요.(웃음) 준호와는 가치관이 확고한 사람이라는 점에서 저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도 준호만큼 융통성이 없진 않아요.(웃음) 대중분들의 사랑을 받고 살아가는 대중예술가이면서 배우면서 연예인이기 때문에 어느정도 융통성은 있어야 하잖아요. 융통성이 부족하면 이 험난한 연예계 생활을 할 수가 없죠. 하하. 저는 그냥 소신이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 안준호로 살았던 순간은 정말 군대에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던 정해인. 전역한지 10년이 지난 지금도 군 생활의 기억은 생생하다고 말했다. 특히 안준호에게 한호열(구교환)이 있듯, 정해인에게도 고마운 선임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렇기에 준호의 상황에 더 공감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제 군 생활도 쉽지는 않았어요. 아주 힘들었죠. 제가 08군번인데 2010년도에 전역을 했어요. 이등병 때는 정말 많이 긴장하고 혼나기도 했고, 일병 때는 일하기 바쁜 와중에 후임 챙기고,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지냈어요. 이등병 때는 항상 제 손에서 행주나 걸레를 쥐고 있었던 기억이 나요. 뭔가를 계속 닦고 치워야 했거든요. 아... 21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그런 계급 사회를 경험한 거죠. 이후에 상병, 병장이 되면서 정말 철저한 계급사회라는 걸 몸소 느꼈어요."
  • "호열과 헤어지는 신을 찍을 땐 제 군 생활이 묘하게 오버랩된 기억이 있어요. 저도 군대에서 저를 잘 챙겨줬던 선임이 있었는데, 선임이 먼저 전역하고 집에 가잖아요. 후임 입장에서는 선임이 전역하는 게 마냥 반갑지만은 않아요. 동고동락하며 지내던 사람을 못 본다고 생각하니 아쉽기도 하고, 발걸음이 안 떨어지고 그런 마음이 들더라고요. 연기할 때도 실제로 그런 마음이 들었어요."

    최종회에는 'D.P.' 시즌1의 빌런 황장수 병장(신승호)이 특별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우연히 서로를 마주한 안준호와 황장수는 잠시간 눈빛을 교환했다. 자신을 괴롭힌 선임을 군대 밖에서 만난다면 어떤 기분일까. 군필자 정해인에게 물었다.

    "황장수와 재회하는 장면요? 군필자라면 다 공감하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정말 소름 돋는 장면이죠. 잊고 싶은 얼굴을 다시 보게 되는 순간. 언제 어디서 마주칠지 모르니까 PTSD(외상 후 스트레스장애)가 다시 생기는 것 같아요.(웃음)"
  • 데뷔 10주년을 맞은 정해인은 그동안 쉼 없이 달려왔다. 다양한 장르에서 밝고 어두운 캐릭터를 오가며 스펙트럼을 넓혔다. 그중에서도 정해인은 'D.P.'가 남다른 의미였다고 말했다.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선물처럼 찾아왔고, 덕분에 다시 나아갈 힘을 얻었다.

    "제 필모그래피를 봤을 때, 'D.P.'는 변곡점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그동안 보여주지 못한 다른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겠다는 갈증, 배우들은 다 그런 마음이 있거든요. 그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작품이었고, 정말 감사함이 큰 작품이죠."

    "사실 'D.P.' 첫 미팅할 때가 2020년이었는데 그때 생각이 나요. 당시 제 자존감이 바닥이었어요. 스스로 마음이 엉망진창이 되어 있을 때 'D.P.'를 만났고, 시즌1이 사랑받고 시즌2까지 화제가 됐잖아요. 'D.P.'는 제게 앞으로 나아갈 힘을 준 작품이에요."
  • 'D.P. 시즌2'를 마친 정해인은 이달 여행 예능 '배우는 여행 중'으로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할 예정이다. 영화 '베테랑2' 개봉도 기다리고 있다. 차기작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D.P. 시즌3'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정해인은 "(시즌3가) 나오기만 하면 당연히 할 것"이라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약 4년간 보여주지 않은 로맨스물에 대한 열망까지 덧붙였다.

    "시즌3요? 시즌제는 작가님과 연출자의 영역이기는 한데, 배우는 부름과 쓰임이 있다면 제가 선택됐을 때 역량을 다 발휘해야 하는 직업이에요. 만약 시즌3를 하게 된다면 당연히 달려가서 해야죠. 그리고 (시즌3가 된다면) 호열이 형이 없는 것에 대해서는 제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하하. 그건 감독님과 작가님이 잘 풀어가셔야 할 일 같아요. 저도 작가님께 여쭤보고 싶네요. 시즌3 의향이 있으신지. 궁금하긴 해요."

    "저도 이제 좀 군복을 벗고 싶은 마음이에요. '전역 좀 시켜달라'고 할 정도죠.(웃음) 생각해 보니 제가 멜로를 안 한 지 4년은 됐더라고요. 이제 올해마저 안 하면 5년 차에 접어드는데, 우선 제 멜로를 바라셨던 팬분들께는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요. 제가 어떤 반발심 때문에 로맨스를 안 하는 건 아니라는 걸 알아주세요. 저도 하고 싶고, 지금 회사와 열심히 머리를 맞대고 작품을 찾고 있으니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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