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삼성카탈리스트펀드의 1억 달러 규모 투자 유치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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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 반도체 설계 분야 전설로 불리는 짐 켈러가 이끄는 텐스토렌트와 손 잡았다.
텐스토렌트는 현대차그룹과 삼성카탈리스트펀드(SCF)의 1억 달러(약 1298억 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 유치를 완료했다고 3일 밝혔다. 이번 투자는 피델리티 벤처스(Fidelity Ventures), 이클립스 벤처스(Eclipse Ventures), 에픽 캐피탈(Epiq Capital), 매버릭 캐피탈(Maverick Capital) 등이 참여했다.
텐스토렌트는 멀티코어 프로세서의 아버지라 불리는 짐 켈러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AI 반도체 스타트업이다. 짐 켈러는 인텔에서 수석부사장을, AMD에서 부사장과 수석설계자를 지내고 애플과 테슬라 등에서도 중책을 역임한 컴퓨터 공학자다. 무어의 법칙으로 유명한 고든 무어 인텔 전 CEO와 동일한 인지도를 갖고 있다. 그는 AMD64와 하이퍼트랜스포트를 개발해 멀티코어 프로세서 발전을 이끌었다. AMD에 근무하는 동안 ‘해머 아키텍처(애슬론64)’와 ‘젠아키텍처(라이젠)’를 개발해 인텔과 대립 구도를 만들어낸 일화는 유명하다. 인텔, 애플, 테슬라 등에서도 최고 성능의 중앙처리장치(CPU)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텐스토렌트는 인공지능(AI) 프로세서의 판매 사업과 함께, 자사 반도체를 보유 및 맞춤화 하고자 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한 AI 및 RISC-V IP 라이선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 실용화에 필수적인 신경망처리장치(NPU) 기술도 갖추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도로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상황을 스스로 해석하고 판단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입력 순서대로 데이터를 처리하는 CPU와는 다른 반도체 기술이 필요하다. CPU는 직렬 연산을 빠르게 처리하는 데 특화된 반면 NPU는 여러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하는 병렬 연산을 수행하며 인간의 뇌처럼 인지·판단기능을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텐스토렌트의 CPU·NPU 설계 역량을 활용해 자동차뿐 아니라 로보틱스,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등 미래 모빌리티 전반에 적용될 맞춤형 반도체를 공동 개발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의 GSO(Global Strategy Office) 담당 김흥수 부사장은 “텐스토렌트의 높은 성장 잠재력과 고성능 AI 반도체는 현대차그룹이 미래 모빌리티를 위한 경쟁력 있는 기술을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번 투자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미래 모빌리티에 최적화되고 차별화된 반도체 기술을 개발하고 AI 기술 개발과 관련한 내부 역량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짐 켈러 텐스토렌트 CEO는 “현대차그룹과 삼성카탈리스트펀드가 이번 투자 라운드를 주도하며 보여준 텐스토렌트에 대한 신뢰에 대해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며 “보스턴 다이나믹스(Boston Dynamics) 인수, 앱티브(Aptiv)와의 합작법인 설립, 그리고 이번 텐스토렌트에 대한 투자 등 공격적인 혁신 기술 채택을 통해 현대자동차그룹이 세계 3대 자동차 제조사 반열에 오른 것을 보게 되어 매우 인상 깊었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은 오랫동안 전자업계를 선도해 왔으며 이번 투자를 공동으로 주도하기 위한 이상적인 파트너”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부사장(EVP)겸 삼성 반도체혁신센터(SSIC) 센터장인 마코 치사리(Marco Chisari)는 “삼성카탈리스트펀드는 세상을 바꿀 수 있을 만큼 파괴적인(disruptive) 아이디어에 투자한다”며 “텐스토렌트의 업계 선도적인 기술, 경영진의 리더십, 공격적인 로드맵은 SCF가 이번 펀딩 라운드를 공동 주도하게 만든 동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텐스토렌트와 협력해 AI 및 컴퓨팅 혁신을 가속화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 유치를 통해 확보한 자본은 제품 개발, AI 칩렛의 설계 및 개발, 머신러닝 소프트웨어 로드맵을 가속화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 김동원 기자 thea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