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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재난은 상황인가, 사람인가…이병헌X박서준X박보영 '콘크리트유토피아'

기사입력 2023.07.31.18:08
  • 사진 : 서보형 사진기자, geenie44@gmail.com
    ▲ 사진 : 서보형 사진기자, geenie44@gmail.com

    하루아침에 서울이 대지진으로 무너져 내렸다. 모든 건물이 무너져 내린 상황에서 단 한 곳, 황궁 아파트만 무너지지 않았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추위를 피해 황궁 아파트로 모여든다. 당신이 황궁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 한정된 식량과 자원 속에서 '함께'를 선택할 수 있었을까. 그 질문을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던진다.

    31일 서울 잠실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언론시사회가 진행됐다. 이날 현장에는 엄태화 감독을 비롯해 배우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 김선영, 박지후, 김도윤을 비롯해 엄태화 감독이 참석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재난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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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 서보형 사진기자, geenie44@gmail.com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재난 물이지만, 재난 상황보다는 그 이후에 포커스를 맞춘다. 이병헌이 맡은 '영탁'은 황궁 아파트 주민 대표가 되는 인물로 모든 결정권을 가진다. 엄태화 감독은 "재난 전에 인정받지 못한 것을 재난 후 인정받기 시작하며, 권력욕이 바로 드러나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이병헌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변해가는 인물로 담겼다"라며 "영탁이 등 떠밀려 그 자리에 올라가게 됐고, 이 사람이 점점 바뀌어가자는 방향으로 가게 됐다"라고 밝혔다.

    그 선택은 옳았다. 엄태화 감독은 "영탁이 아파트를 쳐다보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 장면 하나로 이병헌이 인물의 변화를 표현하는 것 같아서 짜릿했고, '이게 영화구나' 싶었다"라고 그의 연기를 극찬했다. 극찬대로 이병헌은 '영탁' 역을 맡아 가장 바닥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극과 극의 감정을 보여줬다. 그동안 그렇게 많은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이병헌이었는데, 이번 작품에서 다시 한번 처음 보는 표정과 목소리로 관객을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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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 서보형 사진기자, geenie44@gmail.com

    박서준과 박보영은 각각 민성과 명화 역을 맡아 신혼부부 호흡을 펼쳤다. 민성은 가정을 지키고자 하는 강한 책임감을 가진 인물로, 명화는 무너진 현실에서도 신념을 잃지 않으려는 인물로 그려졌다. 그리고 재난 이후의 상황 속에서, 서로를 강하게 사랑하는 두 사람은 각기 다른 방향으로 변해간다. 박서준은 "이 둘의 관계를 제삼자의 시선으로 보려고 노력했는데, '참 짠하다'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더 예쁜 모습도 보여줄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아쉽다는 생각도 들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박보영은 "꽁냥꽁냥한 모습은 기회가 되면 나중에 다른 작품으로 호흡을 맞추면 되지 않나 하는 바람입니다"라고 덧붙이며 웃음을 더했다. 각기 다른 신념의 두 사람은 '콘크리트 유토피아' 속으로 관객을 한 발 더 가까이하게 한다.

    김선영은 황궁 아파트의 부녀회장 ‘금애’ 역, 박지후는 황궁 아파트로 돌아온 생존자 ‘혜원’ 역, 김도윤은 비협조적인 주민 ‘도균’ 역을 각각 맡았다. 이들은 모두 각자의 신념을 가진 인물이다. 하지만 변해가는 상황 속에서 이들 모두 극과 극의 모습을 담아낸다. 그 모습은 때로는 충격적이기도 하고, 그 선택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연기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지점에 대해 "폭염"을 꼽았다. 한여름에 촬영한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배경이 한겨울이었기에 모두 두꺼운 옷을 입은 채 촬영해야 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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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 서보형 사진기자, geenie44@gmail.com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또 다른 주인공은 바로 '아파트'였다. 재난 상황 속 무너진 아파트는 그 자체로 강렬한 이미지가 있었다. 박지후가 "대지진이라는 재난 상황에 현장 덕에 몰입이 잘 되었다"라고 밝힐 정도로 세트는 리얼했다. 그것은 엄태화 감독의 의도이기도 했다. 엄태화 감독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현실성이었다. 오늘 집에 갈 때 이런 재난이 벌어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에 포커스를 두었다. 의상, 배우들 연기 톤, CG 디테일도 리얼함에 포커싱을 두고 작업했다. 그 현실적인 것에서 오는 블랙코미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한국 사람들이라면 이런 재난이 벌어져도 이럴 것 같다는 면이 재미있게 다가왔다. 그런 부분들을 잘 살려보려고 한 것 같다"라고 밝혔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보는 가장 큰 재미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선과 악으로 구분 짓기 모호할 정도로 평범한 사람들이 재난이라는 평범하지 않은 상황 속에서 각자의 선택에 따라 변해간다. 이병헌은 "이 영화 시나리오를 처음 보고 굉장히 매력적으로 생각한 건 나오는 캐릭터 하나하나가 극단적으로 선이거나 악이 아닌, 정말 상식적인 선 안에서 선과 악이 다 존재하는 사람들이 모여있었다"라며 "그래서 영화가 현실적인 느낌을 받았다.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보여지는 인간성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오랜만에 이런 '블랙코미디'의 사람의 이야기를 읽어서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굉장히 신선하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작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전했다.

    한편, 조형래 촬영감독이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 훌륭해 자연스럽게 클로즈업하게 되는 순간도 있었다"라고 전할 정도로 배우들의 연기가 압도하는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오는 8월 9일 개봉해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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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 서보형 사진기자, geenie4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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