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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실감이 잘 안 난다. 잘 하면 된다고 생각하면서 왔는데, 막상 이 자리에 오니까 떨리기도 하고 어떤 영화로 여러분에게 비칠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있고, 만감이 교차한다." 이제 '배우'라는 타이틀 외에 '장편 영화감독'이라는 수식어가 새롭게 생겼다. 정우성이 '보호자'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24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보호자'(감독 정우성) 제작보고회가 열려 연출을 맡은 정우성 감독과 배우 김남길, 박성웅, 김준한, 박유나가 참석했다. '보호자'는 10년 만에 출소해 몰랐던 딸의 존재를 알고 평범하게 살기를 원하는 수혁과 그를 노리는 이들 사이의 이야기를 그린 액션 영화. -
정우성은 이번 작품에 대해 "스토리를 들어보면 단순한 구조"라며 "어디에서 봤을 법한 이야기인데, 그렇다면 배우가 아닌 감독으로서 이 작품을 대할 때는 어떤 시선으로 다가가야 할까에 대한 고민이 컸다.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이야기 속 연출로서 나의 색깔을 넣을 수 있는 도전의 기회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소개했다.
이번 작품의 연출을 맡으며 첫 장편영화 입봉에 나서게 된 정우성은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는 출연 목적이었다. 제안을 받았을 당시에 액션 영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프로듀서 분이 시나리오를 주셨을 때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응하게 됐다. 그 이후 준비 과정에서 원래 입봉을 준비하시던 감독님이 개인 사정으로 연출을 못 하게 됐고, 저 같은 경우 어차피 이 프로젝트로 시간을 비운 상황이었고, 준비한 것도 있으니 '내가 한 번 연출을 해볼까?' 해서 연출까지 맡게 됐다"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연출을 맡게 되면서 정우성은 "배우 입장에서만 표현했다면 그럴싸한 액션과 통쾌함만을 추구했을 것 같은데, 감독으로서는 수혁의 딜레마를 그리고자 했다. 폭력이 가장 자연스럽던 사람이 10년이 지나고 난 뒤 가장 익숙했던 폭력이 부자연스러운 상태에 놓이게 되고, 10년 전의 모든 삶을 후회하고 반성하는 상황에 놓일 때 어떤 행위들이 이뤄질까에 대해 고민을 했던 것 같다. 액션 같은 경우도 단순한 분노가 아닌, 딜레마에 놓인 성난 황소의 몸부림처럼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
정우성은 연출자이면서 동시에 극의 주역이기도 하다. 극 중 정우성은 평범한 삶을 꿈꾸는 남자 '수혁'으로 분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시간을 끝내기 위해 보스를 죽이고 수감된 그는 10년 만에 출소, 몰랐던 딸의 존재를 알게 된다. 모든 것을 정리하고 평범한 삶을 결심하지만, 그가 몸담았던 조직 2인자인 조직 2인자인 성준(김준한)과 그가 고용한 2인조 해결사 우진(김남길), 진아(박유나)가 그를 쫓기 시작한다.
정우성은 자신이 맡은 역할에 대해 "우유부단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 인물"이라며 "'평범함'이라는 단어 아래 새로운 삶을 찾고자 하는데, 이 평범한 삶을 꿈꾸는 것조차 막연한 인물이다. 자신의 앞에 처음 놓인 상황에 대한 리액션과 반응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컸다"라며 "(정우성) 감독님께서 디렉션을 굉장히 명확한듯하지만, 막연하게 주셔서 그걸 찾아 헤매기 바빴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도 정우성은 "역시 현장이 즐겁다"라며 "영화는 관객들에게 어떻게 평가를 받을지 모르겠지만, 그 과정 속에 함께 하는 배우들에게 선택에 대한 만족도를 선사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나의 책임이라는 생각이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하지 않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 같다. 그 책임감에 대한 무게를 책임질 수 있다는 오만한 자신감이 저에게는 현장을 더 가치 있고 소중한 장소로 만드는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 -
박성웅은 수혁이 몸담았던 조직의 현재 보스 '응국'을 연기한다. 박성웅은 이날 정우성을 향해 "그 소문이 사실인지 묻고 싶다"라며 "처음에는 다른 배우를 생각했는데 김남길 배우가 '무슨 소리야 나쁜 놈은 박성웅이지'라고 해서 선택을 한 것인지 궁금하다"라고 질문을 던졌다. 이에 정우성은 박성웅 캐스팅 이유로 "그런 한 마디로 결정을 지을 수 없다"라며 "응국을 캐스팅할 때 고려한 것은 제가 어느 정도 신장이 있으니까 저와 대적할 만한 피지컬과 앞에 섰을 때 저를 누를 수 있는 카리스마가 있는 배우가 필요했다. 절대적으로 박성웅일 수밖에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감독 정우성을 만난 박성웅은 "'보호자'를 촬영하며 진정한 갑을 관계를 느꼈다"라며 "처음부터 디렉션을 주는데 손발을 꽁꽁 묶인 기분이었다. 처음 디렉팅을 줄 때부터 디테일이 살아있는 감독님이라는 생각을 했고, 응국 캐릭터를 잘 잡는 것에 많은 도움이 됐다. 첫날과 둘째 날은 뭐를 하지 말라고 하니까 힘들었는데, 다음 촬영 때마다 캐릭터와 연기에 도움이 되고, 테이크도 줄어들었다. 독특한 경험이었다"라고 돌아보며 정우성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열등감에 시달리는 조직의 2인자, '성준'을 맡은 김준한은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해서 모두를 힘든 상황으로 몰고 가는 인물"이라며 "2인자 자리를 뺏길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계속해서 시달린다"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빌런' 역할에 나서는 것은 처음이다. 김준한은 "'보호자' 속의 인물들 같은 경우 일상에서 만나기 어려운, 일상적이지 않은 상황에 있다. 예전에 맡았던 역할이 자신을 감추거나 포장을 했던 인물이라면, 이번에는 조금 솔직하게 자신의 모습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인물이라 재미있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답했다. -
성공률 100%의 해결사, 일명 '세탁기'로 불리는 '우진'은 김남길이 맡는다. 그는 '성준'의 의뢰로 '수혁'을 제거하려다 실패하고 그의 인질이 돼서 끌려다니게 된다. 김남길은 "전형적인 킬러에서 조금 벗어난 인물"이라며 "감독님께서도 어떤 사이코나 소시오패스라는 정의에 들어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해주셔서 종잡을 수 없는, 천진난만하고 순수하지만 잔혹한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무서운 인물이 된 것 같다"라고 소개했다.
기존에 보여준 적 없던 역할인 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궁금증이 커진다. 김남길은 "제가 사석에서 감독님께만 보여주는 어떤 스탠스가 있는데 그런 것을 살리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라며 "감독님이 웃으면 'OK'라는 생각으로 연기를 했다"라고 돌아봤다. 정우성 역시 김남길의 캐스팅 이유로 "제 앞에서 하는 특유의 표현법이 익살스럽고 사랑스러웠다"라며 "수혁이는 굉장히 답답하고 어둡고 무거운 인물인데, 김남길이 그걸 덜어줄 수 있는 딱 제가 원하는 우진의 모습이었다"라고 전했다.
처음에는 "현장을 너무 많이 알고 계시는 감독님"이라 부담스럽기도 했다던 김남길은 모든 촬영을 마친 뒤에는 정우성을 더 사랑하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연출을 하는 분이 배우의 연기 호흡을 다 알고 계시기 때문에 무섭기도 했지만, 디렉션이 명쾌했다. 감독님께서 '이거 같아요'라고 하면 '그게 맞다'라는 생각으로 시키는대로 잘 했던 것 같다"라고 답해 정우성과 함께 완성할 호흡에 대한 궁금증을 높였다. 여기에 박유나가 우진의 파트너이자 사제 폭탄 전문가 '진아'로 가세해 색다른 매력을 예고했다. -
이처럼 배우들은 입을 모아 '배우 정우성'이 연출을 했기 때문에 더욱 신뢰할 수 있었다고 자신했다. 특히 김준한은 "선배님 본인이 배우시다 보니까 제 캐릭터를 디렉션을 주실 때도 1인칭 시점에서 '이런 행동을 하지 않을까?', '이런 말을 하지 않을까?' 등의 아이디어를 많이 주셨다. 영화를 보시면 처음 보는 재미있는 장면들이 잘 만들어진 것 같고, 배우로서도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남길은 "감독님이 이렇게 긴장하는 모습을 두 번째로 보는 것 같다. 해외 영화제에 갔을 때 옆에서 보는데 계속 집중을 못 하고 부산스러워 했는데, 처음 오픈했을 때의 설렘과 긴장, 두려움의 감정들이 복합적이었던 것 같다. 그 뒤로 관객들이 즐겨주시니까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는데, 저 또한 다른 영화보다 조금 더 떨리는 것 같다"라며 "영화 스토리도 재미있지만, 정말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캐릭터 무비라고 생각한다. 많은 관심과 기대를 부탁드린다"라고 관전 포인트를 전했다.
연출자로서 새로운 모습을 예고한 정우성의 영화 '보호자'는 오는 8월 15일 개봉을 확정했다. 박성웅은 "8월 15일이 우리나라에 특별한 날이다"라며 "많은 외화들이 있을 텐데 그 중심에 태극기를 꽂았으면 좋겠다"라는 기대감을 드러내며 작품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 하나영 기자 hana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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