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방암 아형(subtype) 및 수술 후 시기, 나이에 따라 국소·구역 재발 패턴이 다르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어, 유방암 수술 후 일괄적으로 행해지는 추적 관찰을 환자 맞춤형으로 바꿀 수 있는 근거를 제시했다.
서울대병원 이한별·서울시보라매병원 천종호 교수팀은 2000~2018년 서울대병원에서 유방암 수술을 받은 환자 16,462명을 대상으로 후향적으로 유방암 아형에 따른 국소·구역 재발 양상을 분석한 결과를 13일 발표했다.
유방암은 아형에 따라 서로 다른 재발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르몬 수용체 유무에 따라 호르몬 음성 유방암(허투 양성, 삼중음성)은 초기에 재발률이 높지만, 2~3년 뒤 확연히 감소한다. 반면, 호르몬 양성 유방암(호르몬 양성·허투 음성, 호르몬 양성·허투 양성)은 재발률이 낮지만, 10년 이상 유지되는 양상을 보인다. 이러한 재발 양상은 전신의 원격 전이까지 포함한 것으로, 유방 내 재발(국소 재발) 혹은 림프절을 포함한 유방 근처 부위에 발생하는 재발(구역 재발)의 양상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
연구팀은 유방암 수술을 받은 환자 16,462명을 종양 아형에 따라 ▲같은 쪽 유방 내 재발 ▲구역 재발 ▲반대 쪽 유방 내 재발로 나눠 약 73.7개월간 추적 관찰해 후향적으로 재발률 및 연간 발생 패턴을 분석했다.
전체 환자 중 호르몬 양성·허투 음성 유방암은 10,075명(61.2%)이었으며, 허투 양성 유방암은 1,908명(11.6%), 삼중음성 유방암은 2,633명(16.0%), 호르몬 양성·허투 양성 유방암은 1,846명(11.2%) 이었다.
-
분석 결과, 10년째 같은 쪽(동측) 유방 내 재발률은 4.1%였으며, 구역 재발률은 3.9%, 반대편 유방 재발률은 3.5%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러한 치료 결과는 이전 타 연구들에서 보고된 국소 및 구역 재발률(5~15%)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나 주목할 만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같은 쪽 유방 내 재발률은 10년 동안 허투 양성 유방암이 지속해 가장 높았고, 삼중음성, 호르몬 양성·허투 양성, 호르몬 양성·허투 음성 유방암 순으로 뒤따랐다. 특히 허투 양성 유방암과 삼중음성 유방암은 수술 후 1~3년째에 재발률이 높았다가 감소한 후 6~7년째에 다시 약간 상승하는 패턴을 보였지만, 호르몬 양성·허투 음성 유방암은 10년간 비슷한 재발률을 보였다.
구역 재발의 경우 삼중음성, 그리고 허투 양성, 호르몬 양성·허투 양성, 호르몬 양성·허투 음성 유방암 순으로 재발률이 높았다. 삼중음성 및 허투 양성 유방암은 수술 후 1~2년째에 아주 높은 구역 재발률을 보였다가 그 이후 급격히 감소하였던 반면, 호르몬 양성·허투 음성 유방암은 큰 변화 없이 낮은 재발률을 유지했다. 이에 따라 수술 후 5년 이후에는 유방암 아형 간에 구역 재발률의 차이는 없었다.
반대편 유방 내 재발률은 모든 아형에서 점진적으로 증가했으며, 삼중음성 유방암이 다른 아형에 비해 재발률이 높았다. 이는 반대편 유방암 재발을 더 많이 발생시키는 브라카(BRCA) 유전자가 삼중음성 유방암에서 가장 많이 발현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허투 양성 유방암 및 호르몬 양성 유방암의 재발률은 비슷했다.
추가로 이번 연구에서는 40세 이하의 젊은 환자의 국소·구역 재발률이 40세 초과 환자보다 더 높았으며, 아형 간 치료 후 시간에 따른 재발률의 변화 폭도 큰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외과 분야 SCI 학술지 ‘자마 서저리(JAMA Surgery, IF=16.9)’ 최근호에 게재됐다.
서울시보라매병원 천종호 교수(외과)는 “유방암 수술 후 유방 내 혹은 유방 근처에 재발한 경우는 조기 치료할수록 생존율에 도움이 되는 만큼, 적절한 유방 추적 관찰 전략이 필요하다”며 “예를 들어 호르몬 양성 유방암은 수술 후 꾸준히 일정한 재발률을 보이는 만큼 동일한 간격으로 정기적인 유방 검사를 시행해도 되지만, 호르몬 음성 유방암인 경우는 수술 직후 초기 1~3년에 높은 재발률을 보이는 만큼 조금 더 적극적인 유방 검진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이한별 교수(유방내분비외과)는 “유방암 수술 후 재발률을 걱정해 아형과 무관하게 일률적으로 6개월마다 빈번한 유방 추적 검사를 할 필요는 없다”며,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환자 나이와 유방암 병기 및 분자 아형을 고려하여 권고하는 환자 맞춤형 추적 관찰 원칙 개발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