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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빈틈없는 사이' 한승연 "그 어떤 작품보다도 치열했던 시간"

기사입력 2023.07.06.17:58
  • 사진: (주)갤리온엔터테인먼트제공
    ▲ 사진: (주)갤리온엔터테인먼트제공
    아담한 체구에 34세 나이가 믿기지 않는 동안 미모를 가졌는데, 어쩌면 이렇게 다부질 수가 있을까. 카라 멤버이자 배우로서도 입지를 다지고 있는 한승연은 오랜 연예계 생활 덕인지 맡은 바 제 할 일을 묵묵히 해내는 법을 익힌 모습이었다.

    영화 '빈틈없는 사이'로 첫 상업 영화를 선보이게 된 한승연은 "얼마 전 진행된 시사회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도 안 날 만큼 긴장했었다"고 말했다. 그 말이 마치 빈말처럼 들렸던 건, 분명 그의 능숙한 애티튜드 때문일 터다.

    그런 한승연을 영화 개봉 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한승연은 "지금 에너지드링크 마시고 아르기닌도 먹고 왔다. 가방에 꿀도 챙겨왔다"며 오랜만의 인터뷰가 긴장된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이날도 연신 유려한 말솜씨로 인터뷰를 이끌었다. 데뷔 17년 차의 연륜이 느껴졌다.
  • 프랑스 영화 '최악의 이웃과 사랑에 빠지는 방법'을 원작으로 한 영화 '빈틈없는 사이'는 방음이 전혀 안 되는 벽을 사이에 두고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게 된 뮤지션 지망생 '승진'(이지훈)과 피규어 디자이너 '라니'(한승연)의 로맨스를 다뤘다. 극 중 한승연은 사람에게 받은 상처로 외부와 단절된 생활을 하고 있는 피규어 디자이너로 분했다.

    작품은 독특한 설정의 로맨스 코미디다. 원작 영화를 워낙 재밌게 봤던 한승연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작품에 참여했다. 게다가 많고 많은 로맨스 중에서도 '얼굴을 보지 않고' 이뤄지는 사랑이 궁금했다. 한승연은 작품이 가진 독특한 매력에 반해 기꺼이 라니가 됐다.

    "사랑을 할 때 어떻게 보면 외모가 큰 요인으로 작용을 하곤 하잖아요. 넷플릭스에서 블라인드 상태로 커플 매칭을 하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봤는데 오히려 얼굴을 보지 않는다는 점에서 진심이 나온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원작 영화 '최악의 이웃과 사랑에 빠지는 방법'도 정말 재밌게 봤기 때문에 한국에서 선보이면 신선한 소재로 보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요즘 로맨스 영화도 별로 없잖아요. 몽글몽글함이 잘 나올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어요."
  • '빈틈없는 사이'에서는 처음으로 동갑 배우와 로맨스를 펼쳤다. 상대 역 이지훈은 사실 한승연과 한솥밥을 먹던 사이다. DSP미디어에서 가수와 연습생으로 지냈다. 이지훈은 여러 방송에서 한승연과의 인연을 갑을관계라는 뉘앙스로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사실 마음껏, 대놓고 연애하는 건 작품에서밖에 할 수 없잖아요.(웃음) 저도 굉장히 설레 하면서 촬영에 임했어요. 여태까지는 상대 남자 배우분들이 저보다 굉장히 동생인 분들이 많았거든요. 이성이라는 느낌보다는 동네 꼬마들 같은 느낌으로 친근하게 촬영했는데 지훈이는 동갑이거든요. 동갑과는 첫 호흡이었는데 오히려 어색하고 쑥스러운 부분이 있더라고요."

    "지훈이가 왜 빌드 업을 그렇게 하는지 모르겠어요.(웃음) DSP에 있을 때 저는 회사에 잘 안 가는 편이었기도 하고 연습생은 늘 바뀌어서 어떤 친구가 있는지 잘 몰랐어요. 이런 불편한 관계가 있었는지 전혀 몰랐고, 이번에는 연습생과 가수가 아니라 진짜 어색한 동갑내기 배우로 처음 만난 거였어요."
  • 작품이 벽간 소음을 소재로 한 만큼, 실제 촬영도 벽을 사이에 두고 이뤄졌다. 로맨스 서사를 쌓아야 하는데 얼굴을 마주 보고 눈빛을 교환하지 못한 채 연기해야 했다. 한승연은 생각보다도 어려운 작업이었다며 주변인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해내지 못했을 거라 겸손해했다.

    "세트가 실제로 벽이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져 있었어요. 벽이 생각보다 튼튼해서 벽 너머 목소리가 잘 안 들리더라고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어요. 결국엔 상대방이 뒤쪽 어딘가에 숨어서 대사를 쳐주는 식으로 진행했어요."

    "원작 영화를 볼 때는 위화감 없이 자연스러웠고, 상대를 마주 보고 하는 연기와 아닌 연기의 차이를 모르겠더라고요. 하지만 제가 해보니 되게 어렵고 혼란스러웠어요. 이번에 해 보니 제 연기 스타일이 생각보다 상대에게 받아서 하는 게 많았더라고요. 초반에는 많이 어려워서 감독님께 '다시 찍을 수 없을까요'하고 부탁드린 순간도 있었어요. 배려를 많이 해주신 덕분에 무사히 마칠 수 있었죠."
  • '빈틈없는 사이'는 배우 한승연에겐 중요한 작품이기도 하다. 첫 상업영화 주연이기에 배우로서 흥행력을 시험할 기회다. 하지만 영화 촬영과 동시에 카라 완전체 컴백 준비가 겹쳤다. 한승연은 몸이 두 개여도 부족할 일을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에 부딪혔다.

    "부담스럽지 않았다고 하면 진짜 거짓말인 것 같아요. '빈틈없는 사이' 촬영할 때 막 카라 새 앨범 콘셉트와 기획 같은 세팅이 이뤄지고 있는 단계였어요. 제가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해냈어야 하는 상황이어서 쉽지 않았죠. 하지만 제가 선택한 부분이기 때문에 마땅히 해내는 게 당연한 거였고, 멤버들도 많이 배려를 해줬어요. 하루를 반으로 쪼개서 지내다 보니 다른 분들이 촬영 후 뒤풀이할 때 저는 카라 앨범 작업에 참여하고, 안무 연습을 했어요. 다른 그 어떤 작품보다도 더 치열하게 했던 시간이었어요."
  • 이날 실제로 만난 한승연은 카라 데뷔 초반 때와 달리진 게 없는 동안 미모로 눈길을 끌었다. 올해로 서른넷이 됐지만, 스무 살이라 해도 믿길 외모다. 동안은 가수로선 분명 장점일 테지만, 배우로서는 연기 스펙트럼에 한계를 줄 수도 있다. 캐릭터 소화는 둘째치고 캐스팅 단계에서도 동안이 장점으로 작용하긴 힘든 상황. 한승연은 의연한 모습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며 자신의 모습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분은 연기를 시작하던 순간부터 항상 어려움이 있었어요. 생각해 보면 제가 어려 보여서 좋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고, 제 외모 때문에 캐릭터가 안 맞는다 하는 분들도 계셨어요. 그런 분들에겐 제 외모가 문제였다기 보다는 그냥 제가 부족하게 보인 게 아닐까 싶어요. 연기력이 정말 좋고 캐릭터를 찰떡같이 소화했다면 같이 작업을 하셨겠죠? 하하."

    "이렇게 생긴 걸요. 어떨 수 없죠. (동안 얼굴이) 캐스팅 때는 아쉬움이 있을 수 있지만 95%는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동안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에 대한 부담감도 있어요. 이젠 활동할 때도 즐기고 있는 편이고요. '내가 어디까지 하나 보자' 하면서 양갈래 머리도 하고 자신감 있게 활동하고 있어요."
  • 극 중 라니는 집 밖 생활을 거의 하지 않는 인물이다. 사회성이 부족한 탓보다는 사람에게 치이며 얻은 공황장애가 그를 집순이로 만들었다. 한승연은 라니에게 마음이 쓰였다며 자신의 과거를 털어놨다.

    "저는 실제로 어마어마한 집순이에요. 한 번 나간다 하면 애매하게 술 마시거나 쇼핑 가거나 하는 것보다 액티비티한 체험, 운동을 하는 편이죠. 어릴 때 데뷔를 하다 보니 그동안 취미를 가질 여유가 없어서 스트레를 받고만 있었거든요. 예전에는 포털 댓글을 보면서 상처도 많이 받고,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되면 '저 사람도 어디서는 나에 대한 나쁜 말을 했을 거야'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어서 집에서 할 수 있는 활동에만 치중했었어요."

    "저를 도와준 분들도 많아요. 제가 비연예인 친구들이 더 많은데, 그 언니들에게 되게 고마워요. 같이 취미 생활도 하고 제가 가진 고민도 들어주거든요. 또 심리 상태에 관한 책들을 많이 읽고 상담도 받으면서 많이 해소했어요."
  • 라니와 비슷한 경험을 한 한승연은 자신을 찾는 연습을 시작했다. 스트레스를 오롯이 간직했던 한승연을 버리고, 일과 취미에 몰두했다. 시간이 지나 되돌아봤을 때 마음속에 있던 응어리가 하나둘 떨어져 나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취미를 많이 만들면서 일과 상관없는 걸 하다 보니 많은 것들이 깎여 가고 침착해지고 해결되는 부분이 있었어요. 전에는 바리스타 자격증 땄었고, 지금은 스쿠버다이빙 자격증 마스터가 되어가요. 지금 다이빙에 올인을 하고 있어요. 되게 재밌더라고요. 기회가 될 때는 유기견 봉사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 카라 멤버로서도 배우로서도 자신의 자리에서 마땅히 제 역할을 해내고 있는 그다. 하지만 배우로선 아직 이룰 것이 많다. 한승연 역시 여태 보여주지 못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장르적 욕심을 내비쳤다.

    "저 시커먼 거 너무 좋아해요.(웃음) 요새는 '악귀' 너무 재밌게 보고 있어요. 김태리 님이 하신 캐릭터 같은 시커먼 연기, 인격이 왔다 갔다 하는 그런 연기해 보고 싶어요. 소름 끼치고 어두운 거요. 제 실제 성격이 막 발랄하지 않다 보니까 말 많은 캐릭터를 하는 게 제겐 에너지가 많이 필요해서 속으로 많이 표현하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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