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뇨병 환자는 일 년 내내 관리가 필요하지만, 무더위와 열대야로 지치기 쉬운 여름에는 규칙적인 생활 습관 실천이 쉽지 않다. 이에 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곽수헌 교수가 당뇨병 환자를 위한 건강한 여름나기 방법을 소개했다.
-
식이요법
한여름의 무더위는 입맛을 잃게 하거나, 설탕이 많이 함유된 시원한 음료수·과일 등을 당기게 한다. 그러므로 입맛을 잃지 않게끔 다양한 식단 변화를 시도하고, 조금씩 자주 먹되 규칙적으로 식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냉콩국수, 시원한 냉채, 오이냉국 등이 입맛을 살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목이 마를 땐 설탕 음료수는 가급적 피하고, 얼음물을 마시거나 홍차·녹차에 레몬을 띄워 시원하게 마시는 것을 추천한다. 한편, 여름휴가 등으로 외식 빈도가 늘어날 경우 메뉴와 열량을 미리 계획하여 적당량만 섭취해야 한다.
운동요법
여름철에는 조금만 운동을 해도 쉽게 지치고 땀을 많이 흘려 탈수가 오기 쉽다. 따라서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이른 아침이나 서늘한 저녁에 운동해야 한다. 다만 인슐린을 투여 하거나 인슐린 분비 촉진제를 복용하는 경우, 아침 식사 전 공복 운동을 하면 혈당이 급격히 떨어지는 ‘저혈당’이 발생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만약 땀을 흘렸으면 당분이 적은 음료수를 섭취하도록 한다. 보통 20분 정도 땀을 흘리면 200ml 정도의 수분 섭취가 권장된다.
물놀이 주의 사항
여름철에는 휴가지에서 물놀이할 때 맨발을 노출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칫 당뇨병의 합병증인 ‘당뇨병성 족부 병변’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일명 ‘당뇨발’로 불리는 이 합병증은 발에 난 상처가 잘 낫지 않고, 심할 경우 썩게 된다.
바닷가 등을 방문할 때는 맨발을 노출하는 샌들이나 슬리퍼보다는 양말과 편안한 운동화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이밖에 외출 시에도 발을 보호하고, 상처 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며, 가급적 흰색 양말을 신어서 상처를 바로 알아차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저녁에는 발을 깨끗이 씻고 잘 말린 후 크림이나 로션을 발라서 건조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평소 무좀이 있다면 피부과 등 진료를 통해 치료받는 것이 좋다. 만약 발에 상처가 생기면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진료를 받아 악화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슐린은 서늘한 곳에 보관
인슐린 분비 결핍이 있는 ‘1형 당뇨병’ 환자나 인슐린 분비가 현격히 떨어진 일부 ‘2형 당뇨병’ 환자는 주사기로 피하에 인슐린을 직접 투여하는데, 인슐린을 고온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변질할 우려가 있다. 변질한 인슐린은 체내 혈당을 떨어뜨리는 작용을 못 하게 되므로, 더운 여름에는 ‘차 안’ 등의 공간은 피하고 서늘한 곳에 인슐린을 보관해야 한다. 개봉 전 인슐린은 냉장 보관하고, 사용 중인 인슐린은 보통 20~25도 상온에서 보관하는 것까지는 문제가 없다.
여름휴가가 예정된 경우, 휴가 기간과 목적지에 따라 평소 복용하던 당뇨약과 인슐린 주사제를 잘 챙겨야 한다. 특히 혈당측정기를 꼭 챙기고 혈당이 너무 올라가거나 내려가지는 않는지 모니터링 해야 한다. 장시간 운전 및 운동에는 저혈당에 대비하기 위한 간식을 준비하고, 해외여행 시에는 필요할 경우 진단서 등을 미리 챙겨야 한다. 인슐린 주사 치료를 하는 사람은 주삿바늘이 모자라지 않도록 준비하는 것이 좋다.
비만, 가족력 있다면 삼다증 없어도 주의
한편, 당뇨병은 혈당이 일정 수준 이상 높은 채로 오래도록 지속되는 상태로 눈, 콩팥, 심장, 뇌혈관 같은 다양한 혈관 합병증이 동반될 수 있다. 당뇨병의 대표 증상은 흔히 ‘삼다(多)증’이라고 부르는 다음·다뇨·다식이다.
혈당이 일정 수준 이상 상승하면 소변으로 배출되는데, 배출 과정에서 물을 함께 끌고 가기 때문에 소변량이 증가한다. 소변량이 증가해 수분이 빠져나가면 탈수가 일어나 갈증이 나고 찬물을 찾게 된다. 또한 혈당이 모두 소변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식욕은 증가하면서 체중은 감소하는 증상도 나타나게 된다.
이런 삼다증은 일반적으로 공복혈당 수치가 당뇨병 진단 기준보다 상당히 높은 180~250mg/dL 이상일 때 나타난다. 즉 웬만큼 혈당이 높기 전에는 증상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 고혈당 여부를 알아채기 어려울 수 있다.
이에 당뇨병의 중요한 위험인자인 비만과 가족력이 있다면, 매년 병원에서 당뇨병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권장된다. 당뇨병이 있는 사람은 자가 혈당측정기를 사용하여 혈당을 모니터링 하고 정기적으로 병원 진료를 받아서 당화혈색소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