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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불안감 속 찾은 안은진의 안식처 '나쁜엄마'

기사입력 2023.06.27.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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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UAA 제공
    근래 이렇게 다작한 배우가 또 있을까 싶다. '전설의 한예종 10학번' 중 한 명인 안은진 얘기다. 이미 탄탄한 실력으로 뮤지컬과 연극 무대를 경험한 안은진은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매체 연기에 나섰다. 이후엔 일복이 쏟아졌다. 다부진 듯하지만 웃을 때 마냥 무해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안은진은 그런 자신만의 매력을 더해 매 캐릭터를 '안은진화'했다.

    그런 안은진이 최근 '나쁜엄마'를 통해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 싱글맘이자 첫사랑을 향한 지고지순한 마음을 보여주는 인물 '미주'를 통해서다. 극 중 안은진은 모성뿐만 아니라 강호(이도현)와의 애틋한 로맨스 서사로 시청자를 매료했다. 따뜻한 메시지에 가족애, 로맨스까지 담아낸 '나쁜엄마'는 최종회 시청률 12%(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를 넘기며 많은 이의 인생작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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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UAA 제공
    작품 종영 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안은진은 극 중 당돌한 미주의 모습이 아닌 차분한 본연의 모습으로 등장했다. 작품 흥행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그는 부담감과 감사함을 드러내며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시청률은 저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요. 정말 운이 좋았죠. 이렇게 예쁘고 좋은 이야기에 함께한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이렇게 잘 된 드라마에 합류할 수 있어서 저는 복을 타고나지 않았나 개인적으로 생각해요."

    "제가 미주이기 때문에, 미주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마무리이지 않았나 싶어요. 기다린 보람이 있었던 미주의 시간을 보상받은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예진이도 새로운 사랑을 찾았고, 어머니 역시 새 사랑을 찾았잖아요.(웃음) 미주네 가족에게는 더 바랄 것 없이 꽉 찬 해피엔딩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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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SLL∙필름몬스터 제공
    안은진이 연기한 미주는 강호와 태어날 때부터 함께한 '소울 메이트' 그 자체다. 친구가 연인으로, 또 부부가 되는 서사를 그려야 했다. 고난도 있다. 강호가 미주를 떠난 후 갑작스러운 사고로 어린아이가 되어 버린 것. 이런 상황에도 미주는 강호를 향한 하염없는 믿음으로 그 자리를 지킨다. 근래 보기 드문 지고지순한 사랑이다. 안은진은 상대 배우가 이도현이었기에 가능한 로맨스였다고 말했다.

    "미주는 강호에게 아주 중요한 캐릭터잖아요. 미주의 시점으로만 봤을 때는 과거 신들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대본에는 그냥 몽타주로 이들이 얼마나 예쁜 사랑을 했는가 정도만 적혀 있는데, 어떻게 해야 사랑스럽게 표현할 수 있을까 신경을 많이 썼어요. 그래서 도현이와 서로 아이디어를 많이 냈어요. 도현이에게 '커플 잠옷 어때? 이거 입고 싶어'라고 했더니 도현이가 어느 날 '그거 누나 연애 스타일이야?'라고 되묻더라고요.(웃음) 스킨십을 찍을 때도 그렇게 서로 맞춰가면서 더 친밀해 보일 수 있게 몽타주신을 찍었어요."

    "도현이 자체가 어떤 감정으로 어떤 신을 찍든 늘 그 자리에서 에너지를 많이 주는 사람이고 배우요. 강호가 미주에게 통장을 주면서 헤어지는 장이 있는데 눈빛을 길게 나누면서 서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눈으로 읽어야 했어요. 도현이가 계속 집중을 해줘서 너무너무 고마웠죠. 덕분에 저도 찍을 때마다 신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어요. 도현이와의 호흡이 '케미 요정'으로 있을 수 있는 힘이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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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SLL∙필름몬스터 제공
    홀로 쌍둥이 남매를 기르는 미주는 친구 같은 엄마다. 그렇다고 마냥 철없는 엄마는 아니다. 아이를 위해 기꺼이 가장의 짐을 지고 모든 것을 해낸다. 안은진은 미주를 마주했을 때 가장 걱정한 지점이 바로 모성 연기였다고 했다. 촬영 전까지 고민이 이어졌지만, 막상 현장에서 만난 두 아들딸 예진(기소유), 서진(박다온) 덕에 걱정은 사라졌다.

    "미주를 만났을 때 가장 걱정한 지점은 '내가 엄마처럼 보이는 순간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였어요. 영순과 강호의 이야기에 미주와 강호의 이야기가 들어있는데 어떻게 해야 케미를 더 잘 살릴 수 있을까 노력했죠."

    "제가 엄마가 되어본 적이 없으니까 그 마음을 정확히는 알지 못하지만, 미주는 워낙 친구처럼 투닥투닥하는 젊은 엄마잖아요. 어떤 순간에는 정말 엄마 같은 모습이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현장에 가면 예진이, 서진이가 저를 보고 '미주 엄마다!'하고 얘기를 해줘서 저도 더 엄마의 마음에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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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주는 엄마에겐 아픈 손가락이기도 하다. 언니들은 번듯하게 잘 살아가는데, 미주는 미혼모에 동업자에게 사기까지 당하고 고향으로 돌아온다. 안은진은 강말금과 호흡을 맞추며 우리 현실 어딘가에 있을 법한 미주 모녀를 그려냈다.

    "강말금 선배님과의 호흡은 정말 감사하고 재밌었어요. 선배님이 현장에 진짜 엄마로 계시니까 미주의 동선도 정확해지고, 그런 부분에서 자극을 많이 받았어요. 짠한데 너무 재밌고, 그런 점이 이 드라마의 묘미구나 싶었어요."

    "선배님이 워낙 리허설부터 100%를 하시는 선배님이셔서 모든 신을 찍을 때 되게 재밌었어요. 저는 가만히 있는데 선배님이 해주시니까 연기가 쑤욱 나오는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연기하면서 재밌는 순간을 또 찾았죠. 영순과 강호도 눈만 보면 찡하다고 말씀하시던데, 저희 모녀도 만만치가 않거든요. 저희도 바라만 보면 '힝' 하면서 눈물 나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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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SLL∙필름몬스터 제공
    안은진을 세상에 알린 건 단연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다. 극 중 산부인과 치프 레지던트 '추민하' 역을 맡은 그는 대중에 '추민하 선생'으로 불리곤 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후에는 주연 배우로 발돋움했다. 드라마 '한 사람만'에선 절절한 로맨스 서사를 가진 시한부 캐릭터로 짙은 감성 연기도 소화했다. 그다음 선보이게 된 작품이 '나쁜엄마'다. 부담감은 없었는지 물었다. 안은진은 다른 것은 차치하고 자신이 작품에 짐이 될까 걱정했다고 겸손함을 드러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도 그렇고 전작이 잘 돼서 느낀 부담감은 전혀 없었어요. 그저 미주를 어떻게 표현할까를 신경 썼고, 너무 예쁜 강호와 미주의 서사가 있잖아요. 우리가 잘만 표현하면 보시는 분들도 따라와 주실 거라고 믿었어요."

    "개인적으로 저는 연기할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해요. 제가 연기를 못해서 이 작품이 욕을 먹으면 정말 큰 피해잖아요. 그래서 늘 작품 할 때 떨리는 마음인데, 미란 언니한테 이런 이야기를 했었어요. 그랬더니 언니가 '은진아, 아니야'라고 해주셨어요. 그렇게 현장에서 응원을 많이 받고 힘을 주셔서 잘 이겨내면서 마무리할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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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SLL∙필름몬스터 제공
    이상이, 김고은, 김성철 등과 함께 '전설의 한예종(한국예술종합학교) 10학번'으로 불리는 안은진. 2012년 무대 연기로 본격 데뷔한 그는 데뷔 11년 차를 맞았다. 지금까지 달려올 수 있었던 원동력을 묻자 안은진은 부모님과 친구들을 떠올렸다.

    "개인적으로 저는 부모님에게 힘을 많이 얻어요. 엄마가 MBTI 'T'처럼 얘기해 주시지만 늘 제 자존감을 지켜주세요. 부모님의 인생을 보면서 저도 많이 강해지는 것 같아요. 부모님을 통해 사랑과 인내를 많이 배워서 '나도 이렇게 살아가면 되겠구나' 싶어요. 힘들 때는 엄마에게 많이 도움을 얻죠."

    "작품 할 때마다 불안하지만, 한예종 친구들이 있어 든든해요. 저희 동기들은 무슨 일이 있으면 우르르 쾅쾅 쫓아가거든요.(웃음) 누가 연극한다 하면 다 가고, 드라마도 나오면 다 보고 하지만 막상 살가운 말은 그다지 하지 않아요. 이번 작품 초반엔 성철이한테 전화가 와서 '너 잘하더라. 캐릭터 너무 좋아'하고 끊더라고요. 더 얘기하면 부끄러우니까요. 정말 찐 친구들이죠. 좋은 친구들을 득템한 것 같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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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UAA 제공
    안은진은 또다시 달릴 준비 중이다. 주연작 '연인'을 올 하반기 선보이고, 넷플릭스 '종말의 바보'도 촬영을 마친 상태다. 끊임없이 달려가는 와중에 만난 '나쁜엄마'는 안은진에겐 안식처 같은 존재였다.

    "이번 작품은 다른 작품보다 마음 편하게 할 수 있었던 작품이에요. 캐릭터도 참 건강하고 예쁘고 건실하잖아요. 저는 그냥 제가 할 일만 딱 잘하면 되겠구나 싶은 생각으로 했어요. '감독님이 현장을 편하게 해주시니까 이렇게 작품이 잘 나오는구나'라는 걸 다시 느꼈어요. 제가 표현한 것보다 더 잘 만들어 주시는구나 하면서요. 저도 순간에 집중해서 연기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느낀, 그런 공부가 된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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