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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시각장애인 혼자서 은행을 방문하더라도 보호자 동행을 요구받지 않고 은행거래를 할 수 있도록 관련 절차가 개선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은행권과 함께 '시각장애인 은행거래 시 응대매뉴얼(이하 매뉴얼)'을 마련해 시각장애인이 자필기재가 불가능한 경우에도 통장 개설이나 예금·대출상품 가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세부 업무처리방식을 마련했다고 19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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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시각장애인이 은행을 방문해 통장을 개설하거나, 예금·대출 상품 등을 가입하고자 하는 경우 계약서류 등에 자필로 기재해야 하지만, 구체적인 안내절차 또는 응대방법이 존재하지 않아 보호자의 동행을 요구하는 등 일부 불편사례가 발생하곤 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시각장애인 혼자서 은행을 방문하더라도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은행 내점·대기·퇴점 시 응대요령, 주요 업무 처리방법 및 시각장애인을 위한 금융거래 보조수단 활용방법 등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우선, 영업점은 시각장애인 응대를 위한 전담창구를 설치하고 시각장애인에 대한 응대 요령을 숙지한 전담 직원을 전담창구에 배치해야 하며, 시각장애인이 영업점을 방문하는 경우 전담창구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안내해야 한다.
아울러 시각장애인이 계약서류 등에 자필로 기재가 어려운 경우에도 보호자 동행이나 도움 없이 혼자서 통장을 개설하거나 예금 또는 대출상품을 가입할 수 있도록 전담직원이 서류작성을 보조할 수 있게 된다. 전담 직원은 계약서류상 자필기재가 필요할 시, 고객 본인의 의사를 확인한 후 계약서류 작성을 보조하게 된다.
이때 전담 직원은 고객에게 대신 기재할 내용을 설명하고, 해당 내용을 고객 본인이 직접 구두로 발음하게 한 후 이를 그대로 기재해야 하며 서명 또는 날인은 시각장애인 본인이 직접 기재하여야 한다. 한편, 보호자가 함께 내점한 경우에도 시각장애인이 구두로 발음한 내용에 따라 보호자가 대신 기재하는 방식으로 계약체결이 가능하다.
더불어 은행은 불완전판매 등 분쟁 예방을 위해 판매 과정을 녹취하거나 녹취가 어려운 경우 관리직 직원 등이 서류작성 보조가 적절하게 이루어졌는지 확인하는 등 사실관계 입증수단을 마련할 예정이다. 상품가입 이후에도 유선 또는 비대면 방식을 활용하여 가입절차가 제대로 진행됐는지 별도의 확인절차('해피콜')를 거치게 된다.
은행별로 시각장애인이 은행 업무를 더욱 편리하게 볼 수 있도록 다양한 보조수단도 마련할 계획이다. QR코드나 음성안내 URL 등을 통해 계약서류 내용을 음성으로 전환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고, 점자로 된 보안카드나 계약서류 제작을 확대하는 한편, 음성OTP 발급 편의를 제고하기 위해 사전신청제 또는 대리발급제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금융소비자가 금융거래 시 겪는 불편사항을 지속 발굴해 관련 제도를 개선하는 등 금융소비자의 금융거래 편의성을 제고해 나갈 계획"이라며, "이번에 마련한 매뉴얼의 운영결과 등을 보며 추후 시각장애인 혼자서도 가입이 가능한 상품의 범위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 송정현 기자 hyun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