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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일이 코앞으로 다가온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이 거센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재진 중심, 대면 진료의 보조 수단’이라는 원칙하에 마련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추진 계획안에 대한 각계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조율을 거쳐 구체적인 최종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각계의 입장 차이는 쉽게 좁혀질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가 포함된 산업계에서는 재진 중심, 약 배송 금지 등 허용 범위가 상당히 축소된 비대면 진료가 과연 실효성이 있겠냐는 목소리가 크다.
정부가 발표 시범사업안에 따르면, 6월부터는 해당 의료기관에서 해당 질환에 대해 1회 이상 대면 진료한 경험이 있는 경우에만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다.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는 1년 이내, 기타 질환자는 30일 이내에 진료받은 경험이 있어야 한다. 기존 비대면 진료와 비교하면 좀 바듯한 지침이다.
닥터나우, 엠디스퀘어, 굿닥, 메라키플레이스, 솔닥 등 18개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로 구성된 원격의료산업협의회(이하 원산협)는 “재진 중심의 시범 사업안은 사실상 비대면 진료의 사형 선고”라며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달리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좀 더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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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진료 플랫폼 올라케어의 운영사인 블루앤트 김성현 대표는 “이번 복지부의 시범 사업 발표가 두 가지 면에서 의미 있는 진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번 시범 사업 시행으로 감염병 위기 단계 하향으로 다시 불법이 될 위기에 놓였던 비대면 진료가 제도화(의료법 개정) 전까지 서비스를 이어갈 법적 근거를 확보했고, 시범 사업을 시행하며 단계적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해 입법화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했다는 이유에서다.
김 대표는 “시범 사업은 ‘국민 건강 우선’, ‘편의성 제고’, ‘선택권 존중’이라는 비대면 진료의 3대 원칙하에 사회적 합의를 마련하는 과정”이라며, “이러한 과정 없이 재진 중심으로 입법화되었다면, 추후 비대면 진료의 허용 범위 조정에 큰 어려움이 따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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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진료 정착을 위해서는 유효성, 안전성 입증이 우선
이번 시범 사업안은 산업계뿐만 아니라 의료계의 비판도 받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약사회는 지난 19일 ‘거동 불편자, 감염병 확진자, 의료취약지 거주자, 심야·휴일 시간 소아과 환자 등에 초진을 허용한 예외 조항이 오진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를 담은 입장을 발표했다.
약사회는 그동안 주장해 온 ‘의약품 대면 수령 원칙’을 관철했지만, 시범사업이 의료 민영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서울시약사회는 지난 17일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 6곳을 보건복지부 플랫폼 가이드라인과 약사법, 의료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모니터링을 통해 의약품 오남용, 환자 유인 행위, 불법적 이벤트와 포인트 지급 등 해당 플랫폼의 위법 사례를 발견했다고 밝힌 시약사회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은 이미 비급여 처방과 조제의 온상이 되었고, 약물 오남용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번 사례처럼 의료법, 약사법 위반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는 것은 회원들이 플랫폼 업체의 영업에 현혹되지 않도록 하는 의미가 크다고 언급했다.
김 대표는 “올라케어는 업계에서 유일하게 서울시약사회에 고발당하지 않은 메이저 업체”라며, “이는 여러 이해 관계자의 요청사항을 잘 듣고 반영하여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제기되는 다양한 논란에 대해 “이해관계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존중한다. 원산협이나 의협, 약사회 모두의 입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무 부서에서 재량권을 가지고 시범 사업 과정을 통해 각 이해관계자의 우려 사항을 검증하는 단계를 거쳐 조정하게 되리라고 생각한다”며, “지금은 시범 사업 시행 범위의 타당성을 평가하는 것보다 정해진 가이드 기준으로 시행해 보고, 합리적 의견 개진을 통해 국내 의료 환경에서 정착할 수 있는 비대면 진료 모델을 찾아가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비대면 진료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유효성, 안전성을 입증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급속한 인구 고령화와 ICT 기술의 고도화 등 인구 구성 및 의료 소비 인식 변화에 맞춰 의료 서비스는 많은 부분에서 변화 요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비대면 진료’라는 좋은 도구를 우리나라 의료 체계에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하는 장기적 관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비대면 진료’라는 도구의 안전성과 효율성 확보해 가는 로드맵을 구체화할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비대면 진료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해 플랫폼 업계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김 대표는 “플랫폼 관점에서만 보면, 의사의 임상 의사결정 지원(Clinical Decision Support)을 실시간으로 제공할 수 있는 기술과 비대면 진료 서비스 정책이 있을 것”이라며, “올라케어는 서비스 초기부터 환자의 동의를 받아 이전 진료 기록을 비대면 진료를 진행하는 의사에게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사가 환자의 이전 진료 기록이나 투약 정보를 참고해 비대면 진료를 진행하도록 한 것이다.
그는 “의사 한 명이 한 명의 환자에게 최소 10분의 진료를 볼 수 있는 정책(한 명의 의사가 1시간 최대 6명 환자만 진료 가능)을 통해 플랫폼에서 특정 의사에게 진료가 쏠리는 현상을 막고, 의사가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비대면 진료를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며, 이러한 노력이 쌓여 비대면 진료와 플랫폼에 대한 신뢰를 높일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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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사업 시행돼도 플랫폼은 수가 지원받기 어려워
마지막으로 김 대표에게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확정과 함께 불거진 플랫폼 수수료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정부가 시범사업의 비대면 진료 가산 수가를 현행과 같은 ‘30%’로 결정하며 해당 수가가 마치 플랫폼의 수익처럼 오인되기도 했지만, 전문가들은 비대면 진료 정책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플랫폼에 수가를 지원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해당 비용을 소비자에게 돌리거나 광고비로 충당하기도 어렵다. 지난 3년간 비대면 진료 중계 수수료는 물론 약 배달 비용도 받지 않고 서비스를 운영해 온 플랫폼 업체가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익 확보라는 숙제를 풀어야만 한다.
김 대표는 “한국 시장에서 비대면 진료 중계 수수료를 통해 수익 모델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하며, “이는 현행 의료법에서 명확히 규제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명확한 수익 모델이 있는 미국의 대표 원격 진료 플랫폼인 텔라닥(Teladoc)이 만성질환 관리 서비스인 리봉고(Livongo)를 인수한 사례에서 보듯이 비대면 진료 플랫폼들은 장기적으로 개인의 건강 관리 서비스 모델을 통해 수익 모델을 만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라케어 역시 이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며 “올라케어는 ‘올바른 라이프 케어’라는 뜻의 서비스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의료기관을 중개하는 플랫폼이 아니라, 개인의 의료 Data(PHR)에 기반한 사용자의 참여 의료(Participatory Medicine), 예방의료(Preventive Medicine)를 돕는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러한 부분에서 비의료 건강 관리 서비스 모델을 통해 수익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