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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일반인보다 코로나19에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욱 인하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가 이혜진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이진용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와 함께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정신질환자의 코로나19로 인한 사망 확률은 일반인보다 최대 4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정신질환 환자가 감염병에 취약한 정도를 살펴보고 이에 따른 효율적인 공중보건 정책을 제안하기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빅데이터 중 일반인 3천 961만 명과 정신질환 환자 약 1천153만 명의 ▲백신 접종률 ▲코로나19 발생률 ▲사망률 데이터 등을 활용했다. 정신질환별로는 ▲전체 정신질환 ▲기분 장애 ▲조현병 등으로 나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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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 코로나19로 인한 사망 확률은 정신질환자가 일반인보다 1.71배, 기분장애 환자는 1.95배, 조현병 환자는 4.09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코로나19에 감염될 확률은 전체 정신질환 환자가 1.06배, 기분장애 환자가 1.03배 높았다. 반면 조현병 환자는 0.92배로 일반인보다 위험도가 낮았다.
연구팀은 이는 중증 코로나19를 야기하는 질병을 앓고 있는 비율이 일반인보다 정신질환 환자군에서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예방접종을 받지 않았다면 중증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에 향후 감염병이 세계적으로 유행한다면 정신질환 환자들이 사회안전망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대응책을 미리 마련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정신질환 환자의 사망률이 높은 이유가 일반인보다 흡연과 당뇨, 심혈관질환 등 코로나19 중증도를 높이는 원인을 가지고 있고, 백신 효과나 면역기능이 떨어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조현병 환자의 사망률이 두드러지게 높게 나타난 이유는 이들의 백신 접종률이 절반 수준이며 건강 상태가 나빠도 입원하기가 어려운 의료 체계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이번 연구 내용은 국제 학술지 ‘아시아 정신의학회지’(Asian Journal of Psychiatry, IF=13.89)에 최근 게재됐다.
논문 1저자인 인하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이동욱 교수는 “정신질환자들의 기존 정신과적 문제와 코로나19 감염 문제를 함께 다룰 수 있는 종합병원의 수용 능력이 부족하다”며 “폐쇄병동 혹은 정신병원, 보호시설 등 이들을 위한 의료자원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향후 또 다른 감염병의 세계적 유행과 같은 위기 상황이 왔을 때 사회안전망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대응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이혜진 교수는 “조현병 환자에서 예방 접종률이 낮은 것은 코로나19 시기 동안 지역사회에서 대면을 통한 정신건강 서비스가 약화했기 때문”이라며 “감염병 유행 시 조현병 환자 등 예방접종 취약 대상자에게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이진용 교수는 “이번 연구로 정신질환자가 코로나19에 더 취약했음을 확인했다”며 “이를 통해 향후 위기 상황 시 취약 대상자 맞춤형 방역 정책이 개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