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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보험 시장, ‘인공지능’이 새 변곡점 될 것”

기사입력 2023.05.02 16:28
[AWC 2023 in Seoul_인터뷰] 앤서니 리 리디아 AI 공동 설립자 겸 대표
  • 지난 3년간 전 세계를 위협했던 코로나19는 역설적이게도 사회 전 분야에서의 ‘디지털 전환(DX)’을 가속시켰습니다. 가장 보수적인 분야였던 ‘의료 산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비대면 의료부터 인공지능(AI), 수술용 로봇까지, 첨단과학과의 융합은 이제 수천 년간 이어온 인류 의료 역사가 바뀌고 있습니다. 이 같은 세계적 변화의 흐름을 집어보고자 인공지능 전문매체 더에이아이(THE AI)는 디지틀조선일보와 공동으로 오는 12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AWC 2023 in Seou: DX in DX’ 행사를 개최합니다. 행사에 앞서 현장 참여 연사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는 릴레이 인터뷰 기사를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 편집자 주

  • 앤서니 리 리디아 AI 공동 설립자 겸 대표/ 박설민 기자
    ▲ 앤서니 리 리디아 AI 공동 설립자 겸 대표/ 박설민 기자

    ‘디지털 전환(DX)’의 물결이 의료계 전(全)산업 분야로 퍼지고 있다. 이는 진단 및 진료, 수술 등 전문 의료 분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의료 보험’ 분야에서도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기술은 보험 시장의 새로운 기술 트렌드로 떠오르는 추세다. 보험 가입자들의 건강 정보 분석에 탁월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데이터 브리지 마켓 리서치(Data Bridge Market Research)’에선 보험 시장의 AI산업 규모가 2022년 36억4000만 달러에서 2030년 357억70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평균 성장률 33.06% 수준이다.

    이 같은 AI 보험 시장에서 트렌드를 한 발 앞서가는 기업이 있다. 바로 캐나다의 의료 AI 보험 기술 스타트업 ‘리디아 AI(Lydia AI)’다. 리디아 AI는 향후 10억 명의 사람들에게 이 AI기반 보험 솔루션 제공을 목표도 세우고 있다. 이에 기자는 리디아 AI의 공동 설립자인 ‘앤서니 리(Anthony Lee)’ 대표를 만나 AI가 바꿀 미래 의료 보험 시장의 청사진의 모습을 들어봤다.

    - 리디아 AI의 설립 배경이 궁금하다.

    “AI기반 의료 보험 솔루션 개발 기업을 세우는 것은 사실 학창시절부터 꿈 꿔왔던 일이었다. 7년 전 토론토대학교에서 컴퓨터 과학 및 언어학을 전공하며 AI연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AI기술이 다양한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적용되곤 있지만, 의료 보험 분야에선 활용도가 크게 높지 않다고 느꼈다. 이에 일반 보험, 금융 상품과 같이, 대규모 ‘의료 데이터’를 사용한 AI 의료 보험 솔루션을 개발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AI전문 의료 보험 기업을 기획하게 된 계기였고, 토론토대학교 동문이었던 크리스티나 카이와 함께 리디아 AI를 설립하게 됐다. 현재 우리는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총 1300만 달러의 투자금을 확보했다. 현재 투자자로는 500개의 글로벌 및 정보 벤처 파트너를 포함해, 10명의 투자자를 보유하고 있다. 이중엔 캐나다 정부와 글로벌 IT플랫폼 ‘알리바바(Alibaba)’ 등이 포함돼 있다.”

    - 의료 보험 솔루션 개발에 집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다면

    “처음엔 의료 보험 솔루션 개발에 목표를 둔 것은 아니었다. 많은 젊은 기업가들과 마찬가지로 AI기반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에 도전하고자 했다. 이때 처음 목표한 것은 전공을 살려, AI용 건강 데이터 정리 기업이었다. 하지만 해당 사업은 이미 경쟁자가 너무 많았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 이익도 높지 않았다. 때문에 새로운 사업 영역을 찾고자 했다. 이때 눈에 들어온 것이 ‘의료 보험’ 분야였다. 의료 보험 회사와 가입자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객관적인 건강 분석 기술이 항상 필요했다. 예를 들어 당뇨병이 있는 환자는 대부분 보험 가입이 어렵다. 하지만 당뇨가 있어도 다른 신체 부위는 매우 건강할 수도 있다. 이 경우, 고객 입장에선 보험 가입이 어려운 것이 억울할 수 있다. 또, 보험사에선 이런 잠재적 고객을 놓치게 된다. 이때 AI를 이용해 고객의 건강 데이터의 정확한 분석이 가능해진다면, 이 당뇨병 환자에게 적합한 보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것이 우리가 AI기반 의료 보험 솔루션 개발에 나서게 된 이유다.”

  • 앤서니 리 대표는 리디아 AI가 개발한 의료 보험 솔루션은 3300만 명의 건강 데이터를 학습해, 보험 가입자의 건강점수를 매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설민 기자
    ▲ 앤서니 리 대표는 리디아 AI가 개발한 의료 보험 솔루션은 3300만 명의 건강 데이터를 학습해, 보험 가입자의 건강점수를 매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설민 기자

    - 리디아 AI의 의료 보험 솔루션에 적용된 AI기술에 대해 설명 부탁 드린다

    “리디아 AI가 개발한 의료 보험 솔루션은 ‘예측 위험 분석(Predictive Risk Analytics)’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이 AI모델은 보험 가입자들의 건강점수를 매겨주는 기술이라고 말할 수 있다. 대학교에서 데이터 과학 분야를 연구할 때부터 고안한 기술이다. 예측 위험 분석 AI는 3300만 명에 달하는 건강데이터를 학습했다. 이를 통해 보험 가입자의 건강 상태에 대한 정확한 등급을 생성해준다. 보험사는 AI가 분석한 결과값을 이용해 고객 가입 및 서비스 추천 등의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된다. 이때 예측 위험 분석 AI에 사용된 핵심 기술은 매우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AI서비스 기업들이 ‘이 기술은 합성곱 신경망(CNN)이나 인공신경망(ANN)을 사용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건강데이터는 문서, 이미지, 음성 등 다양한 형태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복합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 리디아 AI는 여러 신경망 모델과 복합 레이어층으로 구성된 예측 위험 분석 AI모델을 개발한 것이다.”

    -동북아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대만을 선택한 이유는

    “리디아 AI의 예측 위험 분석 기술의 핵심은 데이터다. 만약 데이터가 없다면 아무리 우수한 성능의 AI모델이라 할지라도 제 성능을 발휘할 수 없다. 또 이 솔루션을 구매하고자 하는 고객층이 튼튼하지 못하다면 매출 등 실적에서도 큰 기대를 할 수 없다. 이때 데이터와 고객층 모두를 확보할 수 있는 곳이 대만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대만은 미국, 유럽 등에 비해 중앙 집중화된 ‘정보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공공데이터 접근이 편리했다. 병원에서도 AI 개발을 위한 데이터 공유가 자유로웠다. 이는 AI기술 개발 및 성능 향상에 큰 보탬이 됐다. 또한 고객층 확보에도 매우 유리한 곳이기도 하다. 대만 국민은 평균 5개 이상의 보험 상품에 가입했을 정도로 보험 시장 포화도가 높다. 각 보험사들은 고객 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때문에 대만 내 여러 보험사들은 고객 확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우리 솔루션 도입에 적극적이었다.”

    -의료 보험 분야를 넘어 추진하고자 하는 신사업 분야가 있다면

    “좀 더 ‘어려운(Hardcore)’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준비 중이다. 현재 대표적으로 연구 중인 기술 분야는 ‘AI기반 심장병 예측 솔루션’이다. 고객들의 건강 데이터를 AI가 분석해 심장병 발병 가능성 및 치사율을 측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심장마비 등 심장병은 정확도가 조금이라도 낮으면 치명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때문에 심장병 AI예측 솔루션 개발 및 정확도 향상을 위해선 국가 단위의 최소 10년 치 이상의 심혈관 질환 관련 건강 데이터가 필요하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이런 민감한 데이터 공유를 기업에 잘 해주려고 하지 않는다. 때문에 우리는 병원이 데이터 공유를 잘 해줄 수 있는 학계의 도움이 필요했다. 이에 현재 리디아 AI는 토론토대학교와의 심혈관 질환 데이터 공유를 위한 협력도 추진하고 있다.”

  • 리디아 AI의 연구진 일동/ Lydia AI
    ▲ 리디아 AI의 연구진 일동/ Lydia AI

    -향후 한국 시장 진출도 생각하고 있는지

    “물론이다. 한국은 우리가 생각하는 가장 매력적인 동북아 시장 중 하나다. 매우 뛰어난 의료·IT인프라 수준을 갖추고 있어, 데이터 확보에 매우 유리하다. 또한 대만과 마찬가지로 여러 보험사들의 경쟁이 치열하고, 보험 가입자 수도 많다. 실제로 최근 리디아 AI는 한국 생명보험회사인 ‘메트라이프생명’이 4월 18일 개최한 디지털 보험 솔루션 개발 경진대회 ‘콜랩 6.0(Collab 6.0)’ 데모데이에도 참가했다. 여기서 우리의 예측 위험 분석 AI모델은 2위를 차지했다. 앞으로 이런 기회에 자주 참여해 한국 보험 기업들과의 소통을 늘려, 대만에서 보여준 우리 솔루션의 효과를 한국 시장에서도 보여주고자 한다.”

    -대규모 건강 데이터 확보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물론 사업 초기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각국의 여러 규제로 인해 병원·기업 간 데이터 공유가 막혀있었다. 그런데 2020년 들어 상황이 변했다. 바로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시작되면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원격진료 등 의료계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쌓이는 데이터의 양도 급격히 증가했다. 또 예전 같으면 절대 공유하지 않았을 데이터들도 각 병원·정부 간 협력을 통해 공유되기 시작했다. 단순 감기와 유사하지만, 심각한 질병(코로나19 등)에 대한 환자들의 증상 데이터 공유를 각국 정부가 허락하면서다. 이는 세계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흐름을 바꿔놓았다. 우리 역시 AI솔루션 개발에 가속도가 붙게 됐다. 특히 가장 데이터 공유가 쉽게 이뤄지는 곳이 한국, 일본, 대만 등 동북아 시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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